추모행렬 스케치

지난 5월29일 이른 아침부터 시민들이 서울 시청역 광장 앞에 몰려들었다.
그들은 30도가 넘는 날씨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고 노무현 대통령의 운구 행렬을 기다렸다.
노란색 모자를 쓴 어른들과 노란색 풍선을 손에든 아이들까지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색 물결이 거리를 가득 에워쌌다.
특히 곳곳에는 검은색과 흰색의 예복을 갖춰 입고 노란색 리본이나 넥타이를 맨 사람들이 눈에 띠어 노 전 대통령의 떠나는 길에 예의를 다하고자 했다.
서울 경복궁에서 진행된 영결식이 끝나고 시청 앞 광장으로 노 전 대통령의 운구 행렬이 들어서자 사람들은 숨죽인 듯 그 자리에 서서 그를 맞이했다.
더욱이 2000명의 시민들이 들고 있는 2000개의 만장에는 그들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이 적혀 있었다.
특히 그 말들은 노란 모자에 새겨 있는 ‘내 마음속 대통령 노무현’이라는 글귀와 함께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운구행렬이 들어서고 김제동의 사회로 마련된 노제 사전 추모행사에는 안치환, 양희은, 윤도현 등이 노 전 대통령을 새기며 노래를 불렀다.
이날 노래를 부른 윤도현은 “막상 노래를 불러달라는 제의를 받고 추모곡이 될 만한 노래가 없어 고민을 했다. 하지만 ‘후회없어’라는 곡이 평생 소신과 원칙을 지키며 살았던 노무현 대통령과 닮았다. 그래서 이 노래를 부르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사회를 본 김제동 역시 노무현 대통령이 남긴 유서 마지막을 읊으며 “집 가까운 곳에 작은 비석 하나면 된다고 하셨는데 오늘 우리 가슴속에 영원히 남을 큰 비석을 세우겠다”며 “가슴속에 한줌의 재가 아닌 영원토록 살아있는 재로 열정으로 간직하겠다. 여러분도 그렇게 해주시겠냐”고 해 동의의 박수를 받았다.
살아생전에 안도현과 김건명 시인을 좋아했다는 노 전 대통령을 위한 조시가 낭송되고 장시아 시인의 유서 낭독, 안숙선 명창의 조창, 진혼무 등의 순으로 노제가 진행됐다.
마지막에는 너무나 차분하고 정숙한 분위기에서 노래 ‘사랑으로’가 울려 퍼졌다.
한마음 한 뜻으로 노대통령에게 사랑으로 이별을 고하는 노래였다.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비통한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어깨까지 들썩이며 울음을 터트리는 사람들 뒤로 노 전 대통령의 운구 행렬이 나갈 준비를 했다.
추모행렬은 예정보다 늦게 진행됐다.
아닌게 아니라 애초에 빨리 진행될 수 있는 식이 아니었다.
국민들이 그를 보내기 싫은 마음이 반영된 듯 천천히 운구행렬이 옮겨졌다. 시민들과 함께 2000개의 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운구 행렬의 옆을 지켰다.
질서정연했던 추모행렬이 조금씩 흩어지기 시작했다.
애초에 20,30만명이었던 사람들이 숫자도 늘었다.
회사에 출근했던 사람들도, 여행을 가려고 여행 가방을 들고 서울역에 가던 사람들조차도 발길을 멈추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떠나는 길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어디선가 “안녕히 가세요, 대통령. 내 마음속 대통령은 당신 밖에 없습니다”는 한 시민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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