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계에서는 아름다운 기업을 표방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이하 금호)의 도덕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이 목소리는 한 시민단체에 의해 금호의 ‘아름답지 못한 행태’가 알려지면서 일기 시작했다. 재벌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 등을 목적으로 탄생한 경제전문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금호가 오너인 박삼구 회장 일가와 주식거래를 통해 수백억여원대에 이르는 편법 지원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로 인해 재계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자녀들의 경영권 승계에 대비해 종잣돈을 마련해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금호의 도덕성을 맹비난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 금호아시아나 비상장사 주식거래 과정에서 이상한 점 발견해 의혹 제기
금호아시아나, 박 회장 일가가 보유한 IDT·애바카스 지분 비싸게 주고 사들여 ‘논란’
지난 5월12일 경제개혁연대(이하 개혁연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금호의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이 박 회장 일가에게 자회사 주식을 헐값에 넘긴 뒤 비싸게 되사주는 방식으로 최소 200억원 이상의 거액을 편법 지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금호는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동안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계열사를 비롯한 회사가 소유한 부동산 등을 매각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해왔고, 점차 그 그늘에서 벗어나는 가 싶었는데, 난데없이 편법지원 의혹이라니 마치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것만 같다.
이에 대해 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당시 적법한 절차에 의해 주식거래가 이루어졌고, 그 당시 상황이 여의치 않아 그렇게 한 것 일 뿐, 개혁연대의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금호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 재계의 부정적인 시각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 확대 재생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개혁연대, 금호 편법지원 의혹 제기
개혁연대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이하 아시아나)이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걸쳐 박 회장 일가가 보유한 자회사 ‘아시아나아이디티’(이하 IDT)와 ‘아시아나애바카스’ 지분을 약 240억원에 사들여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가 짙다"며 편법지원 의혹을 제기했다.
아시아나는 지난해 11월 21일 박 회장 일가가 보유한 IDT 주식 28만5646주를 주당 7만1330원, 총203억7584만원에 매입했으며, 올 1월30월에는 애바카스 주식 6만주를 주당 5만9337원, 총 35억 6천만원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IDT’는 지난 1991년 ‘아시아나애바카스정보’로 설립된 이후 2003년 1월에 아시아나의 정보통신사업부를 양도받은 후 현재의 사명으로 바뀌었다.
당시 아시아나는 IDT의 지분 90%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2003년 6월 IDT의 유상증자 때 주식인수를 포기, 실권주 8만2800주를 이때 박 회장 일가가 주당 1만원에 인수했다.
이후 IDT는 2004년 외국인 지분 유상감자 실시, 2005년~2006년에는 주식배당과 주당 액면가액 분할등도 단행해 박 회장 일가의 보유주식 가치는 더욱 커졌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한창 주가를 올리던 IDT의 대주주인 박 회장 일가가 보유 지분 전량을 주당 7만원이 넘는 가격에 다시 아시아나에 매도했다.
일각 “박 회장이 경영권승계 대비해 종잣돈 마련하기 위한 것 아니냐” 의혹 제기
VS.
금호아시아나 “공신력있는 기관에 의뢰해 가격 산정한 만큼 문제될 게 없어” 반박

개혁연대는 “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 11월 박 회장 일가가 보유한 IDT 주식 28만5600여주를 주당 7만1330원에 사들인 것은 주당 순자산가치와 주당 순이익을 고려해 산정한 적정가격 선인 1만6천원에 비해 4.4배나 비싸다”며 “박 회장 일가가 2003년 주식을 사들인 가격도 적정가격 선인 2만1천원의 절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애바카스’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애바카스는 지난 2004년 5월에 IDT의 컴퓨터예약시스템(CRS ; Computerized Reservation System) 사업부문이 분사, 당시 IDT가 지분 50%, 박 회장 일가가 30%, 기타주주 20%를 출자해 설립된 회사이다. 개혁연대에 따르면 애바카스는 분사된 이후 매출액의 약 80%를 아시아나 및 IDT와의 거래를 통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설립 이후 아시아나의 전·현직 임원이 애바카스의 임원을 겸직할 정도로 아시아나와 IDT간 사업연관성은 밀접한 것으로 드러났다.
개혁연대가 특히 의문을 품는 부분은 아시아나는 애바카스 설립 당시 출자를 하지 않았으나, 이후 2007년 6월 IDT가 보유한 애바카스 지분 전량(10만주)을 주당 2만6331원에 매입한 것과 올 1월에 박 회장 일가가 보유한 애바카스 지분전량(6만주)를 주당 5만9337원에 매입한 것에 대해서 의문 부호를 달고 있다. 이를 볼 때 애바카스 역시 IDT의 경우도 대동소이하다.
따라서 개혁연대가 제기한 의혹의 핵심 골자는 박 회장 일가가 IDT와 애바카스 주식을 헐값에 사들이고, 다른 계열사와 내부 거래를 해 회사를 성장시킨 뒤 비싼 값에 주식을 되팔아 200억원의 부당이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아시아나의 수상한 주식거래 이유
그렇다면, 아시아나는 왜 이같은 형태의 주식거래를 하게 됐을까. 이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자녀들의 경영권 승계를 대비해 종잣돈을 마련해 주기 위한 것이란 시각이 팽배하다. 즉 계열사인 아시아나는 단순히 오너의 말씀에 따랐을 뿐이란 것.
일각의 시각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는 비단 금호뿐만아니라 여타 다른 재벌기업들 사이에서도 종종 사용돼,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렸기 때문이다. 개혁연대를 비롯한 각종 시민단체와 언론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수차례 지적한 바 있다. 재벌기업들이 오너 자녀들의 경영권 승계 등을 대비해 ‘비상장 계열사’ 특히 IT계열사 중심의 회사를 설립 혹은 분사시킨 후 내부 거래 등을 통한 일감을 몰아주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돼 왔다.
일각에서는 금호의 이번 경우는 삼성에버랜드 사건과 현대기아차그룹의 글로비스 사건을 합친 형태를 띄고 있다고 분석한다.
삼성에버랜드 사건의 경우엔 이건희 전 회장이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에게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헐값에 매도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었고, 글로비스 사건은 정몽구 회장이 비상장 계열사 글로비스사를 만들어 그룹의 일감을 몰아주는 수법으로 회사가치를 키운 후 이를 상장시켜 약 1조원의 상장차익을 거둬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었다.
즉 아시아나와 IDT 주식거래는 삼성에버랜드 사건에 비유할 수 있으며, 아시아나와 애바카스 간 거래는 현대차 글로비스 사건에 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이 두 가지 형태 모두가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 였다는 것이다. 오너 일가는 이같은 과정을 거쳐 마련된 거액의 종잣돈으로 지주사의 지분을 늘리는데 사용하거나, 비자금 등으로 조성되곤 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금호의 행태를 두고 박 회장 일가의 도덕성과 결부지어 비판의 가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오너 일가가 경영권 승계를 위해 비상장 계열사를 통한 각종 편법을 사용함으로써 주식시장의 거래질서를 황폐화시키고, 나아가 기업의 투명성도 확보되지 않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병폐를 낳을까 우려하고 있다.
난감해하는 금호의 해명

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아시아나가 회장님 일가가 가지고 있는 비상장 계열사인 IDT와 애바카스의 지분 인수 과정에서 몇 가지 의문점을 개혁연대가 제기했지만, 이는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이들 비상장자의 주식가격을 산정하는 데 있어 IDT는 성도회계법인에서 애바카스는 안진회계법인에 의뢰해 산정한 가격”이라며 “즉, 외부 공신력있는 기관에 의뢰해 산정한 가격이므로 회장님 일가에 부당한 이득을 제공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아시아나가 이번에 박 회장 일가의 지분을 매입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2005년 이후부터 일각에서는 재벌기업들이 IT등 비상장계열사를 통해 비자금 조성의혹이라든지, 경영권 편법승계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며 “금호는 이같은 의혹이 더 이상 제기되지 않도록 이참에 매입하고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아가 금호는 지주회사 체제를 공고히 가기 위해 회장님 일가들이 보유한 여럿 계열사들의 지분을 매각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돈으로 지주사의 지분을 늘릴 계획의 일환”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또, 아시아나가 애바카스의 출자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당시 출총제에 걸려서 매입하지 못했을 뿐이고, 당시 다른 계열사들 또한 여력이 없었기 때문에 회장님 일가들이 매입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끝으로 이 관계자는 “이미 지난주(13일)에 우리측 관계자 두 명이 개혁연대로 직접 찾아가 모두 해명한 일인데, 이제 와서 굳이 기사를 쓸 필요가 있느냐”며 “쓰려거든 최대한 금호의 입장을 (독자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반영 해 달라”고 당부했다.
개혁연대 관계자는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금호가 제출한 자료와 답변한 내용을 토대로 다시 면밀히 검토한 후 대응 할 방침”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