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쇄 푼 삼성공화국의 앞날 [긴급조명]
족쇄 푼 삼성공화국의 앞날 [긴급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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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인 황제의 막후 경영은 지금부터!

삼성이 10여년 동안 묶인 족쇄를 마침내 풀었다. 하지만 삼성의 낯빛은 속박에서 벗어난 해방감을 누리기보단 짐짓 어둡기까지 했다. 삼성을 그토록 옭아맸던 편법 경영권 승계 의혹의 핵심이었던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사건이 마침내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져 종지부를 찍었건만, 왜 이처럼 어두운 표정을 지을까. 이를 두고 재계의 대체적인 시각은 이번 판결이 삼성에겐 100%로 만족스런 판결이 아니었다는 것. 어디까지나 법률적 관점에서의 마침표를 찍은 것일 뿐이고, 앞으로 가야할 길이 첩첩산중이기 때문이란 시각이다. 이에 본지가 이번 판결이 갖는 의미와 함께 삼성의 앞으로 행보를 조명해봤다.



▲ 삼성 서초 신사옥.
대법원, 삼성사건 무죄 판결…삼성, 편법 경영권 승계 족쇄 풀어
낯빛 어두운 삼성 알고 보니…미완의 판결로 부담스러운 눈치


지난 5월29일은 삼성에게 있어 역사적인 날로 기억될 듯 싶다. 10여년간에 걸쳐 괴롭혔던 편법 경영권 승계 의혹에 대해서 종지부를 찍은 날이기 때문이다. 이날 대법원에서는 삼성사건과 관련해 최종 공판이 열렸다. 결과는 ‘무죄.’


법률적 관점의 종지부


하지만 삼성의 표정은 그리 밝지가 않다. 삼성은 이날 판결에 대해 “아무런 할 말이 없다”며 극도로 절제된 공식입장을 밝혔다.

왜 그런 것일까. 이날 대법원에서는 두 가지 삼성 사건에 대한 판결이 나왔다. 하나는 편법경영권 승계 의혹의 핵심이었던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사건이었고, 또 하나는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사건에 대한 판결이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삼성특검에 의해 경영권 불법승계 및 조세포탈 등의 혐의(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 배임 등)로 기소된 이 전 회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삼성 에버랜드 CD 헐값발행 부분에 대해 항소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이로써 삼성은 법률적으로는 편법 경영권 승계 의혹에서 자유롭게 됐다. 아울러 회사에 97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로 기소된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 허태학·박노빈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서울고법으로 환송했다.

하지만 삼성SDS BW 헐값 발행사건에 대해서는 피해액을 재산정하라며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환송했다.

일단 삼성은 이 전 회장을 그토록 못살게 굴었던 편법 승계 의혹의 꼬리표를 법률적이나마 뗀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지만, 실제로 에버랜드 사건이나 삼성SDS 사건 둘 다 고법에서 재판을 다시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스런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이번 판결에 대한 각종 시만단체들의 반발도 고려해 드러내놓고 입장 발표를 못하고 있다.


엇갈리는 재계의 반응


이번 판결이 나온 직후 재계의 반응은 판이하게 엇갈린다. 기업인이 주축인 단체나 기관에서는 “삼성이 이제 뛸 때”라며 환영을 뜻을 내비쳤다. 반면 일반인이 주축이 된 단체 등에서는 ‘유전무죄’를 외치며 강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는 “삼성이 이번 일을 계기로 정도경영에 정진해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 사건 판결에 대해 재판부가 법리적 요소를 충분히 검토하고 내린 판단으로 본다”고 덧붙이면서 “국가경제가 어려운 만큼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큰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반면, 그동안 삼성 개혁의 선봉자 역할을 해온 경제개혁연대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등은 “대법원이 이 전 회장 등에 대해 사실상 무죄를 확정한 것은 시장질서와 정의를 외면한 것”이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특히 이 전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편법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법률적 문제가 산적해 있고 그 중 상당부분은 새로운 사법적 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에버랜드 사건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이 전무가 절대 삼성그룹 회장이 될 수 없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삼성 후계 변화와 황제 복귀설


▲ 이건희 전 삼성 회장.
여하튼 재계의 엇갈린 반응을 뒤로 한 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로 인한 삼성의 앞으로 후계 구도 변화와 이 전 회장의 거취 문제를 놓고 갖가지 전망 분석을 내놓고 있다.

먼저 삼성의 후계 구도 변화와 관련해서는 이재용 전무 체제로의 전환이 지금보다 더 가속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삼성은 삼성특검 등을 거치면서 이 전 회장을 비롯한 수뇌부들의 퇴진, 그룹의 중추신경이었던 전략기획실 해체 등의 급격한 변화를 겪어오면서도 숨 한번 제대로 쉬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인해 법률적 속박에서 벗어나게 된 만큼 과거 ‘이 전 회장-전략기획실-계열사 사장단’으로 구축된 삼성 경영 지배 체제가 새로운 체제로 구축되지 않을까하는 전망이다. 물론 이 새로운 체제의 중심에는 이 전 회장의 외아들이자 삼성의 황태자인 이재용 전무가 있다.

이같은 전망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이유는 이 전무가 최근 임세령씨와 갑작스런 협의 이혼으로 큰 충격을 받기는 했지만, 지난해 해외 순방길에서 보여준 외국 정재계 실세들과 연이은 만남을 통해 그의 경영 능력을 한껏 고양 시켰으며, 지금 역시 이혼 뒤 후유증은 뒤로 한 채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올해 초 이뤄진 사장단 인사에서의 세대교체와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 조직개편 등이 중장기적으로 이재용 전무 체제를 위한 준비 작업이라는 평가 역시 이같은 전망에서 기인하고 있다.

아울러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로 인해 족쇄를 푼 이 전 회장의 거취와 복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어떻게 보면 이 전 회장의 거취와 복귀의 문제는 상반된 문제이다.

이 전 회장의 앞으로의 거취에 대해선 지금처럼 조용히 여생을 보낼 것이란 시각이라면 복귀설은 전면에 나서 다시 경영 일선에 뛰어든다는 측면에서 또 다른 거취에 대한 시각이다.

사실 이 전 회장의 거취와 복귀설은 그가 퇴진하자마자 숱하게 제기돼 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설들이 나돌 때 마다 삼성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손사례를 쳤다.

그럼에도 불구 재계 안팎으로 끊임없이 제기돼 왔고, 더구나 최근에는 정재계에서는 대놓고 이 전 회장의 복귀를 종용하는 발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복귀설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이 전 회장이 족쇄를 풀었다고 해서 경영 일선에 당장 복귀하기 보단 대주주라는 위치에서 ‘조용히 막후 경영을 벌이지 않겠느냐 ‘데 더 무게중심이 쏠리고 있다.

더욱이 대법원 판결에 대해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는 지금 상황으로선 전면에 나서기가 여간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 전 회장은 막후 경영을 통한 삼성의 체제 변화를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이며 시기를 봐서 전면에 등장할 것이란 분석이 지금으로선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황제의 막후 경영 통한 ‘지배구조 개선’


▲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한편, 현재 삼성의 최대 관건이 지배구조 개선 문제를 놓고서도 갖가지 전망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이중에서도 특히 이 전 회장의 막후 경영을 통해 지배구조를 개선 할 것이란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해 삼성은 쇄신안을 전격 발표하면서 순환출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주식을 4~5년 내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지주회사로 전환하거나 순환출자를 해결해야 한다는 시민단체 등의 날선 비판에 대해서는 “현재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데는 약 20조 원 이상이 필요하고, 그룹 전체의 경영권이 위협받는 문제가 있다”며 시간을 좀 달라고 했다.

현행 금융산업구조개선법에 따르면 삼성은 오는 2012년까지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지분 25.64%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26% 중 5%를 초과한 부분을 처분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정부와 정치권에서 삼성을 가장 심하게 압박하는 금산분리를 완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고, 비은행 금융지주사의 산업 자회사를 허용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논의 중이어서 이들 법의 개정 여부에 따라 향후 삼성 지배구조의 그림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지배구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이 전무가 전면에 나서기보다 현직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나 있는 아버지 이 전 회장이 막후 경영을 통한 아들을 중심에 둔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을 물밑 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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