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따먹기에 열 올리는 인천 지자체?
땅따먹기에 열 올리는 인천 지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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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소송 불사한 영토분쟁 내막


지차체의 영토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에는 바다를 메워 새로 생긴 영토를 두고 땅따먹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지자체까지 늘고 있다. 경남도와 부산시는 지난 2006년 개장한 ‘부산시항’을 두고, 전북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 등 3개 지자체는 ‘전북 새만금 간척지’를 놓고 갈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인천은 ‘송도국제도시’ 5·7공구와 9공구 관할권을 둘러싸고 법적소송 비화로까지 이어졌다. 이에 본지가 인천 지자체의 영토분쟁 내막을 취재해봤다.

▲ '인천 지자체, 너도나도 내땅 분쟁' 송도국제도시 5·7공구 와 9공구 관할권을 둘러싸고 연수구, 중구, 남구, 남동구가 1년 넘게 영토분쟁을 하고 있다. 사진은 송도국제도시 개발 계획.


인천도 매립지인 송도국제도시 5·7공구와 9공구 관할권을 둘러싸고 연수구, 중구, 남구, 남동구 등 4개 구가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1년 넘게 지루하게 계속되던 관할권 싸움은 올해 초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연수구로 단일화하기로 결정하면서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나머지 중구, 남구, 남동구 등 3개 지자체가 반발해 지난 3월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면서 법적 소송으로 비화됐다. 대체 이들은 왜 땅 따먹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일까.

영토분쟁 사건의 전모

분쟁이 발생된 시점은 간단했다.

송도 국제도시 개발이 본격화되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송도국제도시가 송도 앞 바다를 메워 조성하는 도시로 1611만평의 업무·주거·상업·골프장 등이 들어서는 초대형 프로젝트기 때문이다.

‘송도국제도시’ 5·7공구와 9공구 지자체 관할권 다툼, 1년 넘게 계속돼
인천시청 연수구로 단일화, 중구·남구·남동구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청구


특히 인천 앞 바다를 매립해 건설 중인 송도국제도시가 단계적으로 완공되면서 인천의 일선 구들이 서로 ‘우리 땅’이라며 치열한 관할권 다툼을 벌이게 됐다.

지난 2008년 2월4일 인천시와 인천지방해양수산청에 따르면 “송도 5·7공구 6.51㎢와 9공구 서측 부지 1.58㎢에 대한 매립공사가 끝나면서 이곳과 인접한 중구, 남구, 연수구, 남동구가 서로 자신의 행정구역으로 편입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매립한 송도 5·7공구의 경우 연세대 송도캠퍼스를 중심으로 가천의대, 고려대, 서강대, 인하대 등 국내외 유명 대학과 대학원, 연구, 개발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이곳에서 발생할 막대한 세금은 물론 세계적인 학술기관을 행정구역에 포함시키는 문제로 지자체들이 사활을 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이다.

당시 각 구의 입장은 첨예하게 달랐는데 모두 자신의 구가 관할권을 갖기에 적당하다는 주장이었다.

연수구는 이미 송도국제도시 1~4공구가 연수구 송도동으로 명칭이 확정됐을 뿐 아니라 ‘송도국제도시’란 이름에서 드러나듯 송도 전체 구역을 연수구가 관할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반면 남동구는 현재 구 경계선을 이루고 있는 승기천(인천 남동구와 연수구 사이에 흐르는 지방 2급 하천)기준을 적용해 5·7공구가 남동구 관할이 돼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

사정은 오는 2011년까지 나머지 부지 1.04㎢의 조성이 끝날 예정인 송도 9공구 역시 다르지 않았다.

새로 건립되는 국제여객터미널과 연결되고 대규모 배후물류단지와 상업시설이 들어서 지자체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중구는 인접한 아암물류 1단지(86만㎡)가 중구 신흥동 지번인데다 인천해양청과 인천항만공사와의 행정편의를 위해서라도 중구에 편입 돼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남구는 해당 지역이 남구의 앞 바다를 매립한 만큼 행정구역상 당연히 남구에 편입돼야 한다는 입장이고, 연수구는 이곳 역시 송도국제도시의 일부인 만큼 연수구가 관할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이다.

때문에 인천시는 이에 대해 해당 지역을 조성한 사업시행청인 인천경제청과 인천해양청이 관할 구청을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시 관계자는 “송도국제도시 관할권 문제에 대해 행정자치부의 의견을 조회하고 관련법과 기존 사례 등을 검토한 결과 사업 시행청이 토지등록을 마쳐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인천경제청과 인천해양청이 민원발생을 최소화하고 송도국제도시의 발전을 위해 적정하게 관할구역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 2월3일 인천시는 송도 5·7공구와 9공구가 연수구로 단일화된데이어 토지등록 절차도 마쳤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인천광역시청.


법정소송 비화로 이어져

하지만 인천시는 지난 2월3일 송도 5·7공구 및 9공구가 연수구로 단일화된데 이어 토지등록 절차를 마쳤다고 발표했다.

첨예하게 다른 각 구의 입장, 지자체 다툼 지역주민 가세할 우려 양산
분쟁 내막엔, 막대한 세금 물론 세계적인 학술기관 포함시킬 행정계획


행정구역 조정과 관련 그동안 많은 사회적 논란이 있었으나 인천경제자유구역의 효율적인 개발 및 향후 분구 등에 대비해 1개의 행정구역으로 관리하는 차원에서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에 대해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경제자유구역은 외국인 투자촉진을 위해 공동 생활권을 만들어 편익을 제공하고 밀접한 행정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송도는 국제 업무 및 첨단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국내외 다국적 기업의 투자유치와 관련한 원스톱 서비스가 불가피해 행정구역을 단일화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반발한 남동구와 남구는 지난 3월17~18일 인천시장과 연수구를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청구 소송을 각각 제출했다.

남동구는 “육상경계선을 연장한 해상 경계선이 행정구역의 기준이 돼야 한다”며 5·7공구에 대한 관할권을 주장한 것.

남구 역시 “해상 경계선을 기준으로 할 경우 송도 9공구는 남구 관할”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앞서 지난 3월13일 소송에 들어간 중구 또한 “9공구는 항만배후지원시설을 조성하기 위해 매립됐기 때문에 인천항 관할인 중구에 편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행정안전부는 분쟁기간을 1년 안으로 줄이기 위해 지난 4월부터 헌재 대신 행안부가 관할 지자체를 결정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매립지의 행정구역을 반드시 단일화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을 밝혀 일각에서는 “입주기업의 불만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결국 남동구와 남구, 중구는 헌법재판소에 “지난 1월 송도 신규 매립지를 연수구로 토지 등록한 것은 무효이며 시장과 연수구청장이 토지등록을 말소하지 않는 것은 위법”이라는 권한쟁의심판 청구 소송을 낸 것이다.

▲ 지난 3월13, 17, 18일 중구, 남동구, 남구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청구 소송을 각각 제출했다. 사진은 헌법재판소.


끝날 기미 없는 치열한 공방

이처럼 지자체들이 법적소송까지 불사하며 관할권 다툼을 벌이는 이유는 새로 생긴 국토에서 벌어들일 지방세 수입 때문이다.

막대한 지방세가 나오는 화수분을 자기 구로 편입하기 위해 인접 지자체와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때문에 지자체간의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는 상태다.

더욱이 지난 3월6일에는 인천시의회 산업위원회에서 이에 대한 집중추궁이 이어지기도 했다.

산업위원회 소속 김을태 의원은 “어디나 해상을 매립할 경우 해상 경계선이 준해야 하는데 이를 연수구로 편입한다는 것은 남동구, 남구, 중구 주민들을 바보로 만드는 것”이라며 규정에 준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이현석 경제자유구역청장은 “이미 지난 2003년 경제자유구역 설립 당시 이후 벌어지는 모든 사업에 대해선 연수구로 지정토록 했다”면서 “이 결정은 행정구역상의 편의 측면이 아닌 주민의 편의를 먼저 고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그는 “행정구역의 통일성을 유지해 주민의 복지를 극대화하고자 했으며, 이를 4개 구역으로 포갤 경우 복리적 측면이 실행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 것.

때문에 김의원은 “80만평이 넘는 땅을 그런 이유를 들며 연수구로 편입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질책했다.

특히 그는 “청라지구는 서구, 용유. 무의는 중구 관할인데 왜 유독 송도만 연수구로 단일화하냐”며 “송도 9공구는 연수구와 남구가 붙어 있는데 그럼 이를 남구로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가급적 기업이나 주민들의 피해를 줄이는 쪽으로 관할을 나누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해상경계선, 행정관습선 등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 같다”는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때문에 관할권 분쟁이 헌법재판소에서 결정되기까지는 앞으로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일각에서는 “관할권을 정하기전에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시간을 좀 더 가질 필요가 있었다”며 “서로 양보해 행정구역을 조율했어야 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각 지자체 간의 입장차이가 워낙 큰데다 지역주민들까지 가세해 지자체 다툼에 동참할 조짐까지 보여 영토 분쟁에 대한 진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송도국제도시는 현재 1~4공구(12.7㎢) 매립이 끝나 개발 사업이 한창이고 6·8공구(6.33㎢) 매립은 오는 2010년 5월 마무리되며 11공구까지 모든 개발을 마칠 2020년이면 서울 여의도 면적의 18배에 달하는 총 53.27㎢의 거대 국제도시로 탈바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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