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는 기업형 신흥조폭?
대세는 기업형 신흥조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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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 사이에 둔 치열한 전투현장
쇼핑몰을 사이에 두고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과 ‘친구’를 방불케 하는 물세례와 소화기까지 등장해 인천시 남구 주안동의 한 도로를 정신 못 차리게 만든 것. 전투의 현장에는 서울연합파와 인천식구파가 있었다. 특히 이들은 이권 개입 전문 폭력조직으로 경호회사 법인까지 설립한 신흥조폭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최근에는 기업의 형태를 띠며 건설업 등에 진출해 합법을 가장한 신흥조폭이 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본지가 기업형 신흥조폭의 이권다툼을 취재해봤다.

▲ 지난 1월 20일 인천시 남구 주안동에 있는 I쇼핑몰의 이권을 두고 서울연합파와 인천식구파가 집단 난투극을 벌였다. 사진은 인천 삼산경찰서가 공개한 CCTV화면 캡쳐.


인천시 남구 주안동의 I쇼핑몰 점유권을 둘러싸고 다툼을 벌여온 시공사와 시행사측에 각각 고용됐던 조폭들이 무더기로 붙잡혔다. 지난 5월27일 인천 삼산경찰서는 “새벽에 흉기를 휘두르며 난투극을 벌인 혐의로 서울연합파 68명과 인천식구파 40명 등 108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더욱이 이들의 집단 난투극 장면은 그 주변 폐쇄회로(CCTV)에 찍혀 무삭제 조폭영화 한편을 본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대체 이들은 왜 새벽녘 도심 속을 무대로 집단 활극을 펼친 걸까.

새벽녘 집단 난투극

경찰이 공개한 CCTV 화면에는 큰길가에 멈춰선 관광버스 2대에서 검은색 점퍼차림의 조직폭력배 수십 명이 몰려나오자, 반대편에서 또 한 무리의 폭력배가 나타난다.

쇼핑몰 점유권을 둘러싼 시공사와 시행사의 갈등, 조폭들 이권 다툼으로 번져
합법 가장한 기업형 신흥조폭, 전방위로 확대 돼, 정상적·합법적 경제활동까지


이들은 곧바로 각목과 쇠파이프 등을 휘두르며 죽기 살기로 ‘혈투’를 펼친다.

이 중 몇 명이 소화기를 분사하자 물세례로 대응, 사방은 순식간에 뿌연 연기로 뒤덮이며 주안동 141-8, 6차선 도로는 어느새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인천 삼산경찰서 조사결과 지난 1월 20일 새벽 5시 49분께 인천시 남구 주안동 I쇼핑몰 주변 버스에서 내린 90여명의 조직폭력배는 서울연합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인천지역을 주 무대로 활동하며 I쇼핑몰의 건물관리권·주차권 등 시가 1600억원 상당의 이권을 무력으로 장악한 60여명의 인천식구파를 상대로 이러한 싸움을 벌인 것이다.

▲ 사진은 인천시 남구 주안동에 위치한 I쇼핑몰.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격투에 앞서 검찰이나 경찰의 수사망에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모자와 마스크 등을 착용, 용역직원이나 경비원 등으로 위장했다”며 “사건현장 주변 CCTV화면 분석과 현장탐문 등을 통해 피의자들의 신원을 파악한 뒤 5개월간 서울과 경기도, 인천 일대에서 기획수사를 벌여 이들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특히 경찰은 이들이 사용한 흉기 166점을 압수하고 범행에 가담한 나머지 조직원 50여명을 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쇼핑몰 둘러싼 이권다툼

이처럼 싸움의 시초였던 서울연합파는 지난 2007년 5월 세 개의 파가 연합돼서 만들어졌다.

이를테면 신촌파와 모파, 국제파(줄인 이름)의 연합인 것이다.

이들은 서울·경기 지역 조직폭력배와 추종세력인 자들로 합법적 사업을 가장한 건설회사와 대부업체를 설립, 이권 장악을 위해 집단 폭력을 행사해왔다.

특히 서울 신촌, 경기 일산 등지의 무허가 유흥업소를 운영하거나 불법채권추심을 통해 조직자금을 확보하는 등 범죄를 목적으로 서울연합파를 결성.

합법을 가장한 A개발이라는 법인회사까지 설립해 경찰의 수사망을 요리조리 피할 수 있었다.

때문에 이들은 전국의 재개발 사업 등 각종 이권 현장을 주 무대로 활동 하던 중 그들과 같은 형태의 기업형 신흥조폭인 인천식구파(2007년 2월 결성)의 존재를 알게 된다.

특히 이들이 I쇼핑몰 점유권을 통해 수천억의 이권을 챙기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러한 집단 난투극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주먹계 인사에 따르면 “이들이 이권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데는 그럴 만한 까닭이 있다”고 말했다.

역사권 주변처럼 유동인력이 많은 대형 상가의 경우 계약상의 보증금 외에 수 천 만원의 웃돈을 받고 점포를 분양하는 게 관행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장사가 잘 되는 B상가 점포 임차인에게 “말을 안 들으면 퇴풀시키겠다”고 협박, 장사가 잘 되지 않는 C상가의 미분양 점포를 강제로 분양받게 하는 식이다.

또한 이들은 상가를 분양받은 투자자들로부터 강제로 임대위임각서를 받아낸 뒤 임차 상인들을 주무르며 잇속을 차리기도 한다.

상거래 질서를 확립한다는 명분으로 상가관리위원회에 폭력배들을 심어놓고 임차 상인들에게 갖은 횡포를 일삼는 것이다.

대세는 기업형 신흥조폭

이처럼 최근 조직폭력배들은 기업형 형태를 띠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법망을 피하기 위해 합법적인 기업 형태를 갖추고 경제적 이익을 추구한다.

더욱이 토착형 주먹들은 지역 연고를 기반으로 이권을 장악하고 일본의 야쿠자 등 외국 폭력조직과 연계하는 사례까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주먹계 인사에 따르면 “최근 조폭들의 비즈니스 영역이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며 “겉보기엔 어느 것 하나 남부끄러울 게 없는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1990년 ‘범죄와의 전쟁’이후 조폭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조직끼리 잔혹한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는 거의 없어졌다.

대규모 조직들이 와해된데다 우리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이들의 돈벌이 수단도 다양해져 세력다툼의 여지가 줄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요즘은 회사를 앞세우고 기업인 행세를 하면서 갖가지 이권에 개입하는 세력이 늘고 있다.

또 다른 주먹계인사는 이를 두고 “건설, 벤처, 금융, 부동산 등 돈이 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이젠 돈을 뜯으러 가는 게 아니라 직접 돈을 벌러간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유흥업소나 노점상에게서 보호비를 갈취하는 전통적 수입원은 소위 ‘양아치’에게 넘겨줬다”며 “회칼을 휘두르며 집단 난투극을 벌이는 일도 드물다. 피 흘려가며 싸우지 않아도 큰돈을 만질 수 있는 기회가 널려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들 세력이 더욱 확대되기 전에 사법당국의 수사가 더욱 체계화되고 전문화될 필요성이 있다”며 수사당국의 지체된 수사행태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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