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이하 금호)이 끝내 백기를 들었다. 금호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금호에 대우건설 풋백옵션 문제 해결을 놓고 대우건설 매각을 요구, 이에 금호가 수락한 것. 물론 대우건설을 지금 당장 매각해야 하는 건 아니다. 두 달 안에 재무적 투자자를 유치하지 못했을 시란 이행 조건을 달았다. 일단 금호는 산은의 압박에 못 이겨 재무구조 개선약정서까지 체결한 상태이기는 하지만, 떨떠름한 표정이 역력하다. 대우건설을 인수하는데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헤치고 인수하는 데 성공했건만, 배탈이 좀 낫다고 해서 다시 토해내야 한다는 게 적잖이 억울해 하는 눈치다. 때문에 금호는 사활을 걸고서라도 반드시 이 난관을 극복해야만 한다. 이에 본지가 금호의 현재 처해있는 상황을 긴급 조명해봤다.

‘금호생명 외 다른 계열사 매각 없다던 금호’, 서울고속버스터미널도 매각 추진
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아직 협상 진행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항은 밝힐 수는 없으며 몇 군데와 협상하고 있는지, 또 언제 체결할 지 등 현재로선 언급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편, 산은은 최근 금호와 맺은 재무구조 개선약정에서 ‘대우건설 지분을 구조조정펀드(PEF)에 넘기면 경영권은 금호그룹에 맡긴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산은 관계자는 “금호가 대우건설을 사모주식펀드(PEF)에 넘겨도 경영권은 맡기겠다는 내용을 제안한 적도 없을 뿐더러 고려하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각에서 산은의 PEF 방식이 구조조정 대상에게 특혜를 준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금호의 리스크 해소를 위해 어떤 것이 효과적이고, 옳은 것인지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매각 추진
여하튼 재계에서는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금호가 과연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에 주목하고 있다.
한때 대우건설 재매각 루머가 나왔을 때, 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대우건설 재매각 루머는 이미 예전부터 떠돌았던 사안”이라며 “금호생명 외에 다른 기업은 전혀 매각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보니 이 관계자의 말은 루머에 대한 단순한 사무적 반박 멘트에 불과했다. 금호는 최근 금호생명 외 다른 계열사 매각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금호는 금호생명 매각 추진에 이어 비상장 계열사인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 매각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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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서울 반포동에 8만7111㎡ 토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터미널 부지의 공시지가는 8천억원을 웃돈다.
금호산업이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 38.74%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한진(16.67%)과 천일고속(15.74%), 한일고속(11.11%), 동부건설(6.17%) 등이 주요 주주다.
한편, M&A시장은 인수자가 ‘승자의 저주’에 번번히 걸리는 바람에 주춤했다가 다시금 활기를 띄고 있다. 특히 금호가 내놓은 금호생명을 놓고 SC제일은행이 뛰어들면서 지지부진했던 매각 협상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금호생명의 매각은 SC제일은행과 토종 펀드인 칸서스자산운용, 조지 소로스가 이끄는 퀸텀 펀드가 국내에 설립한 사모펀드(PEF) 등과 함께 3파전이 예상된다.
이에 보험업계는 금호생명의 새 주인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생보업계의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울러, M&A시장에서는 금호의 채권단측이 LG에 대우건설 인수의향을 타진한 것이 알려지면서 LG의 건설업 진출설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LG측은 일단 공식적으로 이를 부인하고 있는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