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지현이 뱀파이어 헌터로 돌아왔다. 그동안 각종 CF에서 보여준 청순 발랄한 이미지를 뒤로 하고 액션 블록버스터의 히로인으로 중무장 한 것. 더욱이 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이후 1년 4개월만의 컴백이라 관객들의 기대는 더욱 크다. 사실 영화는 제작 전부터 초대형 글로벌 프로젝트로 알려졌을 뿐 아니라 전 세계가 앞 다투어 개봉하는 예외적인 현상까지 일어나 영화에 대한 세계적 관심마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서울 용산 CGV에서 영화 ‘블러드’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영화의 주연배우인 전지현은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흰색원피스에 검정스타킹을 신고 시사회장으로 성큼성큼 걸어들어 왔다. 머리를 하나로 묶어 환한 얼굴을 드러낸 그는 데뷔 10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미모로 기자들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특히 그는 이번 영화를 두고 “큰 벽을 깬것 같다”고 말해 영화에 대한 그의 강한 애정을 가늠 할 수 있었다.

“영어 울렁증 이젠 없어요~”
영화 ‘블러드’는 ‘공각기동대’의 오시이 마모루가 제작한 원작 애니메이션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가 원작이다.
영화는 제작비가 500억원이 투입된 글로벌 프로젝트로 지난달 29일 일본을 시작, 홍콩 싱가포르, 대만, 태국, 아일랜드에 개봉했으며 오는 17일, 19일에는 프랑스, 영국 등에서 개봉한다.
거기다 세계 최대 영화 시장인 미국 개봉까지 오는 7월 앞두고 있다.
최근 국내 배우들이 해외로 진출, 해외 자본 영화들에 출연하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는 있지만 전지현처럼 원톱 주연은 그 전례가 없기 때문에 뛰어난 완성도와 방대한 스케일을 미뤄 짐작할 수 있는 것.
특히 영화 ‘와호장룡’ 등으로 홍콩 마이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빌콩이 제작을 맡았는데, 그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전지현을 염두에 뒀다. 사실 액션이나 영어 등 촬영을 위한 트레이닝이 필요했는데 그가 정말 잘 따라주었다. 때문에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며 전지현을 극찬했다.
뿐만 아니라 빌콩은 “처음부터 3부작으로 기획하고 있어서 속편 제작이 가능하다”며 “사야역엔 전지현 말고 다른 배우는 생각해 본 적 없다”고 밝혀 그에 대한 무한 신뢰를 드러냈다.
벰파이어 헌터로 돌아온 CF 퀸, 청순발랄 버리고 액션배우로 거듭나
헐리우드 영화논란 상관없어, 영어·액션 등 도전했다는 것에 의미 둬
극중 전지현은 인간 아버지와 뱀파이어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 ‘시야’역을 맡았다.
시야는 국가로부터 뱀파이어를 찾아 없애는 비밀 업무를 수행한다.
때문에 전지현은 이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운동과 영어공부를 해야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시야라는 캐릭터에 빠져들면서 진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도 하고 영어공부도 시작했다. 예전엔 영어로 물어오는 사람이 있으면 가슴이 철컥 내려앉을 정도로 두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영화를 위해 미국에 가서 친구도 만들고 공부도 하면서 두려움을 극복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촬영에 들어갔을 때는 감독, 스태프들과 소통의 문제는 전혀 없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곧 “외국어로 감정을 전달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그래서 항상 고민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 건지 저렇게 하는 게 맞는 건지, 촬영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배우면서 한 것 같다”는 그동안의 노력을 털어놨다.

“액션영화 다신 안 해요~”
사실 영화가 초호화급 액션물이라는 점에서 그녀의 촬영은 여간 고된 게 아니었다.
때문에 그는 “알았다면 하지 않았을 것 같다”며 “도전하기 힘들었다. 다시는 액션영화를 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변사람들에게 내가 다시 한다고 하면 말려달라고 했을 정도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밤마다 비를 맞으며 한 달간 촬영에 임했다.
랩을 감고 잠수복과 내복을 입고 매일 밤, 비를 맞은 것.
그는 “매일매일 돌아오고 싶었다. 오늘이 가면 내일이 온다. 내일이 오면 또 모레가 온다는 생각으로 견뎠다. 그렇게 시간에 맡기니 촬영이 끝났다”며 힘들었던 촬영과정을 전했다.
하지만 그는 “힘들게 도전해 이뤄낸 만큼 뿌듯했다.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액션이 주는 묘미나 매력이 그런 것 같다. 기회가 또 다시 온다면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출연제의를 받고 난 후 원작을 접하게 됐다는 그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한 팬으로서 원작에 대한 부담이 컸다”며 “원작 팬들은 마니아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그들은 자신만의 색깔이 정확하기 때문에 그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나도 시야를 좋아하는 팬으로써 망가뜨리고 싶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특히 할리우드 영화 논란에 대해서 그는 “할리우드 영화냐 아니냐는 의미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그는 “‘블러드’를 하기 전에는 영어도 액션도 못했었지만 지금은 할 수 있게 됐다”며 “노력하면 다 된다는 생각이 든다. 큰 벽을 깼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해 도전하고 이뤄냈다는 점에 의미를 뒀다.
이처럼 원작 만화의 특징을 고스란히 가져와 전지현의 노력이 최정점에 이른 영화 ‘블러드’는 지난 11일 관객과 만나 판타지의 계절 6월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