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리운전과 관련된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취객들을 상대로 대리운전 기사를 사칭, 그들의 휘청대는 정신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대리운전을 해주겠다며 취객의 차키를 받아 승용차를 타고 도망치거나 현금이 없는 텅 빈 지갑을 노려 현금인출기에 돈을 뽑게 해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등 그 수법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이에 본지가 대리운전을 사칭해 돈을 뜯는 그들의 사기행각을 취재해봤다.

술자리가 있으면 한번쯤은 생각하게 되는 자동차문제. 차를 두고 갈까 타고 갈까를 고민하는 것이다. 차가 없으면 내일아침 출근길이 불편해 지는 것은 사실. 때문에 대리운전을 염두 해 두고 술자리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그러한 취객들을 상대로 대리운전을 사칭하는 사람 또한 횡횡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떠한 수법으로 취객들에게 접근하는 것일까.
“대리운전 왔습니다~”
지난해 9월 새벽 서울 강남구 역삼동 길거리 벤치에 앉아있던 B씨에게 한 남자가 다가가고 있다.
취객 상대로 한 대리운전 범죄 기승, 휘청대는 정신 속 텅 빈 지갑 노려
피해자 기억 못해, 범죄자 특정 어려워, 확실한 대리운전 업체 이용해야
술을 많이 마셨는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B씨.
A씨가 다가가 무슨 말인가를 하자 B씨는 안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지갑을 꺼낸다.
찾는 게 없었는지 지갑을 덮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B씨.
이에 A씨는 어딘가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A씨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다름 아닌 현금인출기.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A(37)씨는 B(43)씨에게 ‘대리운전을 해줬다’고 접근해 대리비를 요구했다”며 “술에 취해 정신이 없던 B씨는 A씨의 말을 그대로 믿고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빼준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A씨는 이 상황을 놓치지 않고 교묘히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가 돈을 찾는 동안 뒤에서 몰래 지켜보고 있다가 카드 비밀번호를 기억해둔 것이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B씨를 부축해 주는 척 B씨의 지갑을 소매치기 하고 지갑에서 카드를 꺼냈다”며 “A씨는 B씨의 신용카드에서 700만원을, 예금통장에서 300여만원을 인출해 결국 B씨의 돈 1000여만원을 훔쳐간 것”이라고 말했다.
대리운전을 사칭한 범죄자의 수법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대리운전을 해주겠다”며 차키를 받아 눈앞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유유히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는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또한 대리운전 피싱을 당했다는 피해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는데 C씨의 경우가 그랬다.
네이버의 지식인에 자신의 오빠가 그러한 일을 당했다며 올린 내용을 보자.
대리운전을 부르고 시동을 켜놓고 기다리던 C씨.
한 남자가 다가와 “대리운전 왔다”며 운전석에 앉더니 핸드폰과 지갑은 챙겼는지 여부를 물었다고 한다.
핸드폰을 찾았지만 없었던 C씨는 “얼른 술집에 가서 찾아보라”는 남자의 말에 술집까지 다녀온 것.
술집에 핸드폰은 당연히 없었고 돌아오니 C씨의 차가 사라졌다.
나중에서야 그 남자가 C씨의 핸드폰을 숨겼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차뿐만이 아니다.
차에는 C씨의 지갑도 있었다.
비밀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는 오리무중. 신용카드와 현금카드로 700만원을 인출해 간 것이다.
더욱이 차는 스마트키로 작동되는 거라 어떻게 차를 운전할 수 있었는지 조차 알 수 없었다.
확실한 업체 이용해야
이처럼 술에 취해 정신이 없는 취객들을 상대로 “대리운전을 해주겠다”는 말로 그들의 경계를 풀어 주머니를 노리는 범죄가 늘고 있다.
때문에 한 심리전문가는 “낯선 사람이지만 자신의 차를 운전해서 집까지 데려다주는 사람이기 때문에 은연중에 기대야할 사람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5월이 돼서야 A씨를 절도 혐의로 구속했다.
A씨의 경우엔 지난해 여름부터 최근까지 20여 차례에 걸쳐 비슷한 수법으로 취객들의 예금카드와 신용카드에서 총 2200여만원을 훔쳐갔지만 구속은 첫 사건발생 일로부터 9개월이 지나서야 이루어진 것이다.
이에 경찰은 “몸을 제대로 못 가눌 정도로 술을 마신 취객들을 상대로 한 범죄는 피해자가 얼굴을 기억 못하는 경우가 많아 범죄자를 압축하기가 힘들다”며 수사의 어려움을 털어놓은 것.
특히 경찰은 그에 따른 구체적인 대책마련에 대해선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해 더욱 문제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문화운동본부가 지난 2007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리운전이 강력범죄에 노출돼 강·절도, 성폭행 등 형사사건으로 차지하는 비율은 31%”라며 “대리운전 피해자의 95%이상이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내용은 교통문화운동본부에서 2개월간 자체 접수한 대리운전 피해사례 322건과 2001년부터 5년 동안 언론에 보도된 125건을 분석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본지가 지난 11일 전화통화를 한 결과 여전히 대리운전이 강력범죄에 노출돼 있다고 인지하면서도 그 이후에 행정부처에서 조사된 발표 자료나 모니터링 결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통운동본부 관계자는 “지난 2007년 그 부분에 대해 조사를 하고 언론발표를 하기는 했지만 현재 뚜렷하게 (언론에 공개할 만한) 대책마련을 한 부분은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에 한 전문가는 “확실한 대리운전 업체를 이용해야 된다. 가능하면 대리운전업체의 보험가입여부, 보상범위 및 보상한도, 교통범칙금 보상 여부뿐 아니라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대리운전자의 이름과 연락처까지 알아두는 것이 좋다”며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운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