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중심으로 친노세력, 신당 창당 준비 작업이 속도 내고 있다”는 설 봇물
유시민, 서거 정국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인기↑, 차기 대권후보 설문조사 2위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당내 계파 갈등은 모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즉, 노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어 참여정부에서 못다 이뤄낸 개혁정책들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것이 민주당의 새로운 노선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다.
이런 가운데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중심으로 신당 창당설이 나돌자 민주당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고향인 대구에서 출마했다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에게 고배의 잔을 마셨던 유 전 장관.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주가가 급등하면서 각종 지지율 조사 야권후보중 1위에 올라서고 있는 가운데 그가 오는 11월 신당을 창당할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달 23일 박연차 리스트에 연루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온 국민이 충격과 슬픔에 잠겨있을 당시 장례기간 동안 눈물이 마를 날도 없이 계속 눈물을 흘리며 애도의 뜻을 표했던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노무현 서거 정국’에서 유 전 보건복지부장관의 눈물은 다른 어떤 사람의 눈물보다 플래시 세례를 많이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 앞에서 비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는 그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이날 자신의 팬사이트인 ‘시민광장’에 ‘서울역 분향소에서’라는 제목으로 애도의 자필 편지를 올렸다. 그는 편지에서 “연민의 실타래와 분노의 불덩이를 품었던 사람 모두가 이로움을 쫓을 때 홀로 의로움을 따랐던 사람 시대가 짐 지운 운명을 거절하지 않고 자기 자신 밖에는 가진 것이 없이도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갔던 사람”이라며 “그가 떠났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는 특히 ‘노제 때 무슨 색 넥타이를 맬까 생각하다가 오랜만에 노란색 넥타이를 골랐다’라는 유 전 장관의 글이 온라인을 따라 급속히 번지면서 그의 바람대로 시청 앞 노제는 노란색 물결로 넘실댔다.
유시민 주가 급등
유 전 장관은 일종의 ‘친노 아이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잘 알려져 있다.
유시민이 ‘시민’이란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는 1984년 시민을 정보기관원으로 오인해 불법 감금했다는 이른바 ‘서울대 프락치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쓴 ‘항소이유서’가 운동권 필독서가 되면서 였다.
1988년부터 이해찬 의원 보좌관을 지내다 독일로 유학을 떠났고, TV 시사토론 진행자,시사평론가 등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2002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단협 등 반노-비노 세력이 노 전 대통령의 후보 사퇴를 종용하는 것을 보고 분개해 정치에 뛰어 들었다. 이후 ‘노무현의 정치적 경호실장’이라고 불리 울 정도로 자임하면서 이들 두 사람의 사이는 아주 각별한 인연을 이어갔다. 이후 2006년 보건복지부 장관에 기용돼 국민연금 개혁을 성공시켰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리틀 노무현’으로 통하는 유시민 전 장관이 최근 ‘차기 대통령으로 적합한 인물’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2위에 급부상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뚜렷한 정치활동을 해오지 않았지만 노 전 대통령 서거 후폭풍을 타고 10.6%의 지지를 받아 31.4%의 지지를 얻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바짝 뒤쫓고 있는 것.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친노 인사’들이 재평가받고 있는 사회 분위기에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3일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유 전 장관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30%)에 이어 16.1%를 얻어 2위를 차지했다. 2007년 민주당 대선후보 정동영 의원(9.7%)을 3위로 따돌리며 야권 최고의 유력후보로 떠오른 것이다.
<중앙선데이>의 지난달 27~28일 차기 서울시장 후보 조사에서도 그는 1위 오세훈 시장(27.8%) 다음으로 높은 16.5%을 기록했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9.2%,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7.7%였다.
‘현직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는 오 시장이나 지난 2006년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강 전 장관의 지지율은 큰 변화가 없는 반면에 유 전 장관은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조문 정국 이후에 유 전 장관의 공식 팬클럽인 ‘시민광장’의 회원 수는 급증했다. 시민광장의 집행부는 지난 6월9일 게시판을 통해 “서거 기간 동안 회원이 5천명 가까이 늘어났고, 그중 자동정기계좌이체(CMS) 회원만 1천2백명 가까이 된다. 전체 회원 수가 1만5천명에 달하고 CMS 회원만 3천명 가까이 된다”라고 밝혔다.
신당창당설...사실무근?
이런 가운데 그가 오는 11월 신당을 창당할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터넷 매체 폴리뉴스는 지난 16일 “유 전 장관을 중심으로 한 신당 창당 물밑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폴리뉴스에 따르면 유 전 장관과 관계자들은 지난 9일 여의도백화점 맞은편 백산빌딩에서 비공개로 ‘신당 추진 서울사무소 개소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유 전 장관의 팬클럽인 시민광장 회원들을 주축으로 30여 명의 핵심 인사들이 참여했다.
그러나 유 전 장관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49재가 끝나기 전까지는 일체의 외부활동을 삼가고, 추모 분위기를 이어간다는 내부 방침 아래 참석치 않았다.
신당 창당에는 문태룡, 권태홍 등 열린우리당 시절 ‘참정연’ 핵심 인사를 비롯해 참여정부 청와대 핵심참모 등도 깊숙이 관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매체는 전했다.
또한 이들이 지난달 22일 속리산에서 핵심 관계자들만 참석한 가운데 워크숍을 열어 향후 창당 일정 등에 관해 논의했다. 이들은 다음날인 23일 전주에서 전체 지역활동가 회의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노 전 대통령의 서거라는 비보를 접하고 김해 봉하마을로 집결했다.
이들은 신당 추진 서울사무소 개소식을 시작으로 7월10일 노 전 대통령 49제 이후 ‘대국민창당제안’을 하고, 9월에 창당준비위원회 발족, 그리고 오는 11월에 신당의 깃발을 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유 전 장관측은 이를 즉각 부인했다. 친노 핵심인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17일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신당창당설과 관련, “그런 움직임이 있었지만 매우 조심스러운 상황이어서 서로 얘기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유 전 장관과 친분이 깊은 김 전 장관은 이 같이 말한 뒤, “하지만 얘기만 있었지 구체적인 그림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방금 보도를 접하고 나도 놀랐다. 확인을 좀 해 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친노인사들 중심으로 노 전 대통령 49제인 7월 10일 이후에 논의해 보자는 정도가 있었다”면서 “노 전 대통령 삼제 때 유 전 장관을 만났지만 그런 얘기는 하지 않았다. 서로 매우 조심스러운 얘기라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친노 신당이 만들어 질 경우 참여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 측근들하고 논의도 해 보지 않은 상태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한 측근은 “현재는 상중(喪中)으로, 친노그룹 전체 차원에서 진로가 공론화된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자칫 49재가 끝나기도 전에 세결집을 도모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경계감도 감지됐다.
유시민 팬클럽 ‘시민광장’ 꿈틀
실제 참여정부 인사 출신 일각에서 신당 창당론이 고개를 들긴 했으나 노 전 대통령 서거로 논의가 중단된 상태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친노 진영내에서도 통합을 강조한 고인의 유지에 비춰 또 다른 분열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적지 않아 49재 이후 진로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유 전 장관 팬클럽인 시민광장이 물적 토대를 마련키 위해 각 지역별로 ‘광장’을 개설하는 움직임에 들어갔고, 관계된 핵심인사들의 면면을 볼 때 유 전 장관을 정점으로 신당 창당이 구체화되고 있음은 부인키 어려워 보인다.
현재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민주당이 반MB 투쟁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노 전 대통령 영결식이 끝나자마자, 표적수사·부실수사 논란을 빚고 있는 검찰의 대대적 개혁을 전면에 내세우며 파상공세로 이명박 정부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특히,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까지 요구하며 노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검찰 책임자 및 감독자에 대한 문책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의 이 같은 초강경 반MB 투쟁은 여론의 호응까지 얻고 있어, 그동안 전개해온 대여 투쟁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포스’를 내뿜고 있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도는 한나라당 지지도를 넘어선 결과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유 전 장관을 중심으로 한 신당 창당이 이루어질 경우 민주당은 또 다른 분열에 휩싸이게 되고 이는 결코 고인의 유지에 비춰 바람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는 가운데 유 전 장관의 정치적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차기대통령으로 적합한 인물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31.4%로 1위를 고수했고,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10.6%의 지지를 받아 2위에 올랐다고 한국일보가 지난 9일 보도했다.
이 매체가 실시한 ‘국민의식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지지율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곤두박질 치며 민주당에 역전됐음에도 2위와 무려 20% 가량의 차이를 내며 차기 대통령 적합도 1위를 유지했다. 1월 실시한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 29.1%의 지지를 얻었던 것에 비해 미미하지만 오히려 지지도가 상승했다.
박 전 대표는 지역, 연령, 교육 수준 등에 관계 없이 모든 계층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다. 특히 40대(37.0%)와 60세 이상(38.0%), 대구 경북(47.9%), 월 소득 100만원 이하(38.0%) 계층에서 적합도가 더욱 높았다. 박 전 대표는 진보 성향 응답자 가운데서도 20.6%의 지지를 얻어 유 전 장관(18.4%)을 압도했다.
대표적 친노 인사로 손꼽히는 유 전 장관은 서거 정국 이후 순위가 상승했다. 유 전 장관은 20대(24.0%)와 학생(26.8%), 대학 재학 이상 학력 계층(14.5%)에서 지지가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