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 산은의 구조조정 PEF 특혜 논란
동부그룹, 산은의 구조조정 PEF 특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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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 가도 결국은 오너 배 불리기?

동부그룹이 때아닌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동부는 무리한 사업 확장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주간사은행인 산업은행의 대기업 구조조정 첫모델로 선정되며 동부메탈 매각을 추진중이다. 그런 가운데 이에 대해 일각이 반기를 들고 나섰다. 지난 18일 경제개혁연대가 연구보고서를 통해 산업은행이 동부를 상대로 추진 중인 구조조정 방식이 부실의 주역인 동부와 김준기 회장의 책임을 묻기보다 오히려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본지가 특혜 논란에 휩싸인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에 대해 취재해 봤다.



무리한 사업 확장에 따라 유동성 위기 맞은 동부그룹, 산은이 구조조정 나서
산은, PEF 통해 동부 계열사 ‘동부메탈’ 인수 이후 다시 팔아 차익 남기겠다


▲ 동부그룹 사옥
최근 동부그룹은 알짜 계열사인 동부메탈을 산업은행에 매각하기 위한 가격협상을 벌이고 있다.

과거 반도체 사업을 위해 금융기관들과 맺은 신디케이트론 약정으로 인해 동부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되자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PEF(사모펀드)가 동부메탈을 매입, 동부가 유동성을 확보함으로써 신디케이트론의 일부를 조기 상환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산은은 지난달부터 대기업 그룹사들의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PEF의 투자자 모집을 시작했다. 재무적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일차적으로 약 1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상한 다음에 동부메탈을 인수, 향후 3~5년 사이에 팔아 차익을 남기겠다는 것이다.


산은만 손해보는 이상한 구조

하지만 이런 산은의 구조조정에 반론을 제기하는 주장이 나왔다.

산은이 동부그룹을 상대로 추진 중인 구조조정 방식이 부실의 주역인 동부와 김준기 회장의 책임을 묻기보다 오히려 특혜를 주는 내용이어서 구조조정의 취지에 정면 배치된다는 것이다.

지난 18일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는 ‘산업은행 주도 PEF의 동부메탈 인수의 문제점’이라는 분석자료를 발표했다.

경제개혁연대 측에 따르면 동부는 그룹 내 알짜 계열사로 평가받고 있는 동부메탈의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해 과거 동부전자(현 동부하이텍)가 2004년 산업은행 및 14개 금융기관과 체결한 원화 1조2000억원 및 미화 1억5000만 달러의 제2차 신디케이트 대출 계약의 조기 상환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2008년 12월말 현재 동부하이텍의 당해 대출 잔액은 원화 9420억원 및 미화 1억5000만 달러이다.

그러나 산업은행이 밝힌 PEF를 통한 동부메탈 인수 및 이를 통한 동부그룹 구조조정 지원 방안은 동부나 PEF의 재무적 투자자는 향후 동부메탈의 가치가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모든 경우에 이익을 얻는 반면, 산은의 경우 수익을 얻기 힘든(손해를 모두 떠안을 수 있는) 구조가 될 것이라는 거다.

이에 경제개혁연대 측은 “결국 기업구조조정 PEF는 시장을 통한 구조조정이 아닌, 또 다른 유사 공적자금의 한 형태에 불과할 소지가 다분하고, 모럴해저드를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해 구조조정의 의미를 퇴색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손실 인식 시점 미룰 뿐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구체적으로 산은이 밝힌 PEF의 구조를 토대로 시뮬레이션 해 본 결과를 토대로 문제점을 제기하고 나섰다.

경제개혁연대 측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동부에 대한 기업구조조정 PEF 구조는 부실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자회사를 산은이 주도 설립한 PRF가 매입하고, 부실기업은 매각대금으로 유동성을 확보해 부채를 상환하게 된다.

PEF에는 산은 외에 다른 재무적 투자자들도 참여하게 되며, PEF는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일정한 수익률을 보장함으로써 재무적 투자자 모집을 용이하게 한다. 한편, PEF는 매입 대상 회사의 시가에 20~3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인수하고, 매각기업에게는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함으로써 추후 시장상황이 좋아지면 매각기업이 자회사를 되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만약, 매각기업이 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PEF가 매입한 회사는 제3자에게 매각하고(사장 등), 매각에 따른 이익은 당초 매각기업과 공유한다.

하지만 경제개혁연대 측은 이같은 구조조정 PEF가 설립된다면, 산업은행을 제외한 모든 이해관계자가 전혀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가 된다고 주장했다. PEF의 재무적 투자자는 수익률이 보장되고, 매각기업(기존 주주)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매각하는데다, 이후 콜옵션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산업은행만이 매각기업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의 수준과 매각이익의 공유 여부 및 그 비율에 따라 손익이 판가름 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경제개혁연대는 두 가지의 시나리오로 3년후 매각시점에서의 기업가치 변화에 따른 산업은행의 수익률을 계산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했다.

경제개혁연대, “결국 산은만 손해 떠안을 것, 이는 유사 공적자금 수단” 주장
결국 이익 얻는 건 김준기 회장 뿐?… 동부, “한마디로 어의 없다” 불만 토로


▲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기본적으로 산은과 재무적 투자자들이 현재 각각 0.6조원씩 출자해 PEF를 설립한 후, 매각대상 자회사를 1.2조원에 인수(시가 1조원+경영권 프리미엄 0.2조원)한다고 가정한다.

경제개혁연대의 시뮬레이션대로라면 만약 3년뒤에도 행사가격이 당초 매입가격 수준이면, 산은은 어떠한 경우에도 손해를 면하기 어렵다.

경기회복으로 동부메탈의 기업가치가 상승해 초관 매각수익의 일부를 산은이 공유하는 경우에도 그 이익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더욱이 경기가 회복되지 않았을 때는 행사가격이 당초와 같은 수준일 때보다 큰 손실을 볼 위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경제개혁연대 측은 “결국 산은이 참여하는 PEF가 동부메탈을 매입하는 것은 산은의 손실 인식 시점을 미룰 뿐, 동부하이텍의 기존 채권자인 산업은행이 기존의 차입금을 회수하는 대신 새로운 PEF로 인해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산은을 제외한 동부하이텍의 기존 채권자들은 동부그룹이 동부메탈 매각대금으로 신디케이트론을 상환할 경우 손실을 피하게 될 것이며, 이 경우 동부하이텍의 차입금에 담보를 제공한 김준기 회장 역시 자신의 재산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이로써 산은 주도의 PEF에 동부 메탈을 매각해 가장 큰 이익을 얻는 사람은 김 회장이 된다”고 주장했다.


동부, “한마디로 어의 없어”

결국, 국책은행인 산은의 손실은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에 대해서도 경제개혁연대는 “동부의 구조조정 PEF는 결국 산은을 매개체로 국민의 세금이 부실기업에 투입되는 유사 공적자금의 수단이며, 경영부실을 초래한 기존 대주주나 감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기존 채권단에 대해서는 전혀 그 책임을 묻지 않는 전형적인 모럴해저드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동부그룹 측의 관계자는 경제개혁연대의 분석에 대해 “어의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관계자는 “아직 매각 가격이 얼마가 될지 또 구체적으로 기타 어떤 조항들이 들어갈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며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시뮬레이션을 만들어서 구조조정 PEF를 재설계해야 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재계 일각 역시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는 마찬가지다. 구조조정을 명분으로 한 국책은행의 암묵적인 지원을 받는 PEF가 결국엔 특정 기업에게 특혜의혹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해 왔기 때문이다.

또한 일각은 PEF가 인수한 기업을 재매각에 나설 때 성공확률 또한 보장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재계 일각은 “국내에서 우선매수청구권이 부여된 기업 매각 가운데 원활하게 재매각이 이뤄진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라며 “한라그룹의 경우도 우선매수권을 통해 옛 자회사인 만도를 8년여 만에 되찾았지만 매각자인 어피니티는 별다른 이익을 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현대오일뱅크와 쌍용건설 등도 우선매수권 때문에 오히려 매각 작업이 더뎌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동부와 산은은 빠르면 상반기 내로 매각협상을 마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산은의 동부에 대한 특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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