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거진 ‘가짜 횡성한우’ 유통 과정 핵심이 횡성에 위치한 ‘농협’이라는 사실에 소비자들의 충격은 배가되고 있다. 이 농협은 타 지역산 소를 사들여 ‘횡성한우’라 둔갑시키는 등의 수법으로 76개소의 직거래 판매장에 ‘가짜 횡성한우’를 유통시킨 것. 이를 두고 소비자들은 횡성 농협에서 판매한 한우를 믿고 비싼 돈을 주고 사먹은 자신을 원망하며 배신감에 치를 떨고 있다. 이에 본지가 ‘가짜 횡성한우’ 논란의 전모와 발생하게 된 원인에 대해 집중 조명해 봤다.

횡성에서 태어나지도 않은 소를 도축해 ‘횡성한우’로 둔갑시키는 등 ‘가짜 횡성한우’를 만들어 판매한 관계자 13명이 덜미를 잡혔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원장 허윤진)에 따르면 타 지역산 소고기를 사들이고 생산지조차 확인되지 않은 쇠고기 등 총 687톤(소 1677두, 시가 128억원 상당)을 ‘횡성한우’ 혹은 ‘횡성토종한우’ 등으로 둔갑시켜 판매한 강원도 횡성군 관내 ㄷ농협을 적발하고 조합장과 직거래 판매팀장 등 관련자 13명을 형사입건하고 수사 중이라고 지난 17일 밝혔다.
직거래판매장 등에 대량 유통
조사를 담당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하 농관원)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지난 2월 하순경 한 시민 단체가 ‘횡성의 농협에서 판매하는 횡성 한우가 횡성산이 아닌 것 같다’라는 제보를 받고 조사해 착수 한 것이라고 조사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농관원은 횡성관내 5개의 지역 농·축협에 대해 ‘원산지 표시 사항’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동횡성농협을 제외한 나머지 4개 농·축협에서는 위반 사항이 적발되지 않았고 유일하게 동횡성농협만이 적발 되었다.
동횡성농협관계자들은 2008년 1월부터 2009년 2월말까지 1년 2개월에 걸쳐 총 687톤의 ‘가짜 횡성한우’를 도축해 판매했다. ㄷ농협은 주로 경기도, 충남·북, 강원도 타 시군의 지역에서 소를 구입했으며 이중 483톤은 생산 및 사육지 등 원산지조차 확인 할 수 없는 소를 구입했다.
이렇게 구입한 소를 짧게는 1일, 길게는 약 2~4개월간 횡성에서 사료를 먹인 후 ‘횡성한우’ 등으로 표시해 서울, 인천, 경기지역의 농협한우직거래판매장(76개소), 음식점(6개소) 및 육가공업체 등에 판매했다.
또한 동횡성농협은 판매장 주변에 ‘횡성한우’, ‘횡성한우 판매·청정 횡성 한우를 꼭 확인하세요’ 등 플랜카드와 LED 옥외광고판 등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횡성을 믿고, 농협을 믿고 구입하는 소비자들을 현혹시킨 것이었다.
이에 대해 농협 강원지역본부 관계자는 “동횡성농협에서 출하한 소고기들은 ‘횡성 한우’라고 표시 하지 않고 단지 ‘국내산’이라고 표시해 출하 한 것”이라며 “다만 6~7개소의 직거래 판매점에서 약 32kg의 물량만이 ‘횡성한우’라는 상표로 판매되었으며 이를 두고 동횡성농협에서 출하된 소고기 모두가 ‘가짜 횡성한우’로 매도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딱 잘라 말했다.
또 생산지가 불분명한 소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생산이력제도가 법제화 된 시점은 2008년 12월22일”이라며 “이 시점 이전에 태어난 소들의 바코드 등록은 농가의 자율에 맡겨져 이루어졌고 출처가 불분명한 소의 대부분이 이러한 이유 때문에 등록되지 못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횡성한우’ 물량이 달려서?
‘횡성 한우’는 국내서 유일하게 한우로서는 ‘지리적 표시제도’에 등록된 상품이다. 지리적 표시제도란 ‘보성 녹차’, ‘보르도 포도주’ 등과 같이 특정지역의 우수 농산물과 그 가공품에 지역명 표시를 할 수 있도록 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는 제도이다.
횡성 축협 관계자는 “지리적 표시제도에 의해 ‘횡성한우’라 함은 ‘횡성에서 태어나고, 사육하고, 도축한 소로 품질등급이 1등급 이상이어야 하며 혈종 등록이 된 소’로 한정 되어 있다”도 전했다. 또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횡성 축협이 정한 ‘횡성한우’는 ‘횡성에서 태어난 지 6개월 이내에 거세된 수소’만을 횡성한우로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ㄷ농협에서 ‘횡성한우’라고 판매한 소고기는 이래저래 전혀 ‘횡성한우’와는 무관한 소였던 것이다.
이번 ‘가짜 횡성한우 파동’으로 농협의 품질 관리에도 문제가 있음이 밝혀졌다. 각 농협 농산품의 품질 관리를 맡고 있는 농협중앙회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중앙회에서는 매년 초 각 지역 농협에 대해 ‘원산지 표시에 관한 순회 교육’을 실시한다고 한다. 특히 이 교육에는 농관원 직원들과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직원들이 강사로 참여한다. 또 별도의 지도문서를 보내 ‘원산지 표시에 관한 교육’을 한다.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올 초에 ㄷ농협에 대해서도 이 같은 교육이 실시되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짜 횡성한우 파동’을 불러온 것이다.
금번 파동은 원인이 횡성군의 잘못된 행태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다른 소고기들과의 차별화를 고수하기 위한 제약 때문에 ‘횡성한우’의 물량이 달린다는 이유로 횡성군은 암소와 다른 지역에서 태어난 소도 횡성에 들어와 사육됐다면 ‘횡성한우’라는 상표를 달아 판매하도록 권장했기 때문이다.
또 2007년 횡성군과 일부 군 의원들은 ‘횡성한우’에 대한 범위를 넓게 해석하려는 시도로 ‘횡성에서 태어나지 않았더라도 12개월 이상 횡성서 먹고 자란 소를 횡성 한우로 인정하고 암소도 도축할 수 있게 하려는 조례’ 제정을 시도했다.
이번 파동으로 인해 적지 않은 타격을 함께 입은 횡성축협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당시 횡성군의 조례제정 시도에 대해 ‘횡성한우’ 차별화와 브랜드 전략과 맞지 않을뿐더러 일반 축산 농가뿐 아니라 번식 농가도 보호해야하는 한다는 차원에서 이를 반대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농민 1500명이 서명한 문서를 군에 제출해 조례제정이 이루어 지지 않은 것”이라며 “그러나 올해 들어 조례 지정이 다시 논의되었으며 그 와중에 이번과 같은 ‘가짜 횡성한우 파동’이 일어난 것이며 명품화·고급화 전략으로 고객의 신뢰를 얻었던 ‘횡성한우’의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힌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물량이 부족한 것은 단지 등심 부위”라며 “올해 2월과 3월에는 소가 출하되지 못해 농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고 덧붙였다.
취재 과정에서 본지가 만난 농관원 관계자는 “이러한 문제가 보도되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소를 사육하고 출하하는 농민들”이라며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알린 이유는 지금이라도 잘못된 부분을 찾아 도려내야 ‘횡성한우’가 살아나고 국내 최고의 ‘한우고기’로 자리를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언론에 알린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