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쟁력의 핵심 동력인 지적재산권의 일환인 특허. 하지만 요즘 유망 중소벤처기업들이 오랜 특허분쟁으로 자금난에 빠져 힘없이 무너지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에 지난 6월10일에는 ‘특허분쟁 장기화, 기업은 골병든다’는 주제로 행정부처에서 토론회까지 열렸지만 특허분쟁의 장기화를 막을 별다른 대책은 없어 보인다. 더욱이 최근에는 중소업체가 법률분쟁에 취약한 점을 노려 의도적으로 소송을 유도하는 경우까지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본지가 중소기업 특허분쟁의 현주소를 취재해봤다.

6년 전 키보드 보안기술을 최초로 발명한 A씨. 대박의 꿈을 안고 기업을 만들었지만 그때부터 악몽이 시작됐다고 한다. 후발기업들이 모방 기술을 들고 나오면서 계속되는 특허분쟁에 시달렸던 것. 결국 소송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기업이 무너지고 말았다. A씨는 “당시에는 문외한이라서 특허를 내면 다 지켜주는 줄 알았다. 무작정 침해를 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며 억울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상처뿐인 영광
사정은 특허분쟁에서 승소를 한 중소기업 역시 다르지 않았다.
다윗과 골리앗 싸움으로도 유명했던 이 사건은 지난 2004년 중소 이동통신사인 서오텔레콤이 LG텔레콤을 상대로 특허법 위반으로 고소를 하면서 시작됐다.
오랜 특허분쟁으로 자금난 빠진 중소기업, 법률분쟁 취약한 점 노리기도
특허분쟁 승소해도 피 보는 건 중소기업, 특허환경 근본부터 바꿀 필요
사실 서오텔레콤은 지난 2003년 휴대폰 비상호출 기능(SOS) 특허를 출원하고 기술 상용화를 위해 LG텔레콤에 제안서와 자료를 제출 했지만 거부를 당했던 것.
하지만 지난 2004년 LG텔레콤이 긴급 상황 통보시스템이 탑재된 ‘알라딘’ 폰을 출시하면서 서오텔레콤이 “자사의 긴급구조 기능특허를 침해했다”며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에 LG텔레콤이 서오텔레콤의 특허가 일본의 특허와 유사하다며 특허 무효소송으로 맞불작전을 지피면서 소송전이 가열됐다.
결국 특허 무효 소송은 1·2심에서 LG텔레콤이 승소를 했지만 대법원이 지난 2007년 9월 특허의 유효성을 인정하면서 서오텔레콤의 대반격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이 싸움으로 서오텔레콤은 많은 것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서오텔레콤은 5년 전 휴대전화 긴급호출 기능 탑재 기술과 관련해 중국 차이나텔레콤의 납품업체인 유한 전자와 480억원 규모의 계약체결을 앞두고 있었지만 국내 대기업과의 법정분쟁을 이유(신뢰성을 문제 삼아)로 계약이 파기됐던 것.
설상가상으로 소송 비용이 30억원을 넘으면서 서울 송파구의 5층 사옥을 매각하고 현재 그 사옥에 세들어 사는 신세가 됐다.
한마디로 상처뿐인 영광이었던 것이다.
문 닫는 건, 식은 죽 먹기
이러한 특허분쟁의 주된 원인은 ‘지적재산권 중심의 기술획득전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사실 특허분쟁은 중소기업 입장에서 보면 기업의 사활을 결정할 만큼 중대한 사안이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일부 선발기업들이 경쟁기업의 시장 진입을 원천 봉쇄시키는 전략의 일환으로 특허침해소송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일부 대기업과 실제로 분쟁에 휘말린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특허전쟁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특허청에 따르면 대기업과는 달리 90%에 달하는 중소기업이 특허 전담부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때문에 고정식 특허청장은 “이러한 결과는 특허전쟁에 대한 중소기업의 인식 수준과 준비 태세를 반증하는 것”이라며 “더 늦기 전에 기업의 특허환경을 근본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특허 기술을 둘러싼 법정 분쟁의 경우 결론이 내려지기까지 짧게는 3년, 길게는 6년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러한 장기화된 특허분쟁의 경우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더욱 큰 타격을 받기 때문에 문제는 더 심각했다.
하다못해 하나의 특허 기술로 승부를 보는 중소기업의 경우엔 그나마 있는 특허기술마저 가압류 당해버리면, 결국 특허분쟁이 끝나기도 전에 기업이 먼저 문을 닫는 상황으로까지 치닫는 것이다.
내걸 누가 지켜
때문에 전문가들은 “특허 분쟁을 전담하는 법원을 지정하고 전문가들을 포진시켜 빠른 시간 안에 판단이 내려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특허분쟁에 대한 법제적인 마련이 시급하다는 언급을 많이 했는데, 김길혜 특허 전문가는 이에 대해 “아직도 우리 사회가 어떤 보호하는 측면에서 정확성, 전문성이 많이 결여돼 있다”고 해석했다.
또한 김봉구 변리사는 “일단 특허권 침해를 이유로 침해주장을 받게 되면 어떠한 형태로든 중소기업은 피해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이러한 특허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며 “특허분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중소기업들은 관련 분야의 기술발전 동향을 꾸준히 모니터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적어도 제품 출시 이전인 기술개발 단계나 설비 투자 결정 단계에서 해당 기술과 관련한 특허기술을 조사해 저촉되는 특허가 있는지 파악하고 해당 특허와 분쟁의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그는 “경쟁업체로부터 권리침해의 주장을 당하지 않도록 자신의 독자적 기술을 확고하게 구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계속적인 연구와 투자를 통해 해당 기술을 업그레이드하고 이를 또 특허로 보호받는 등, 적극적으로 자사 기술을 보호받도록 노력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중소기업 특허전략 10계명
1. 자사제품 관련 특허 정보 꿰뚫을 것.
2. 무분별한 침해소송엔 단호하게 대처할 것.
3. 제품출시보다 특허출원이 우선일 것.
4. 해당국가에 대한 특허 등록 잊지 말 것.
5. 국내 출원 1년 이내 해외출원 할 것.
6. 특허권 매입도 분쟁 피하는 하나의 방법일 것.
7. 특허권 분쟁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것.
8. 핵심 기술 인력은 반드시 보호할 것.
9. 협상 단계에서 기술 완전히 밝히지 말 것.
10. 영업 비밀보다 특허 출원 우선 고려할 것.
<출처 : 특허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