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빌 시장 이어 또다시 중소기업 사업영역인 내비게이션 시장 진출한 ‘SK’
업계 일각,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결국 중소기업만 시름하게 될 것” 우려
SK그룹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또다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경기침체기가 오래되면서 수익성개선과 사업다각화라는 명목으로 대기업들의 중소기업 사업영역으로의 진출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중소기업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SK가 또다시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인 내비게이션 단말기 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 지난해 이미 SK는 휴대폰 결제(폰빌)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기존 중소기업들과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이에 또다시 문어발식으로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에까지 진출한 SK에 대한 일각의 우려의 목소리를 본지가 들어봤다.
국내 굴지의 통신그룹인 SK가 계열사인 SK마케팅앤컴퍼니를 통해 내비게이션 단말기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에 지난 6월25일 SK마케팅앤컴퍼니는 ‘엔나비 S100’을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내비게이션 단말기 시장에 진출했다.
SK ‘내비’가 가져올 파급효과
SK마케팅앤컴퍼니 측은 “지금껏 제공하고 있는 각 분야 서비스의 창구를 일원화함으로써 저비용고효율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그룹 전략 차원에서 이번 진출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내비게이션 단말기 시장 진출은 SK네트웍스와 단말기 사업부문이 중복됨에도 불구하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업추진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져 눈길을 모으고 있다.
사실 그동안 SK는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인 ‘엔나비’를 개발해 그룹 계열사인 SK네트웍스와 현대텔레매틱스 ‘프로비아’ 및 중소규모 단말기 업체에 소프트웨어를 공급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 SK마케팅앤컴퍼니가 내비게이션 단말기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제작까지 가능한 완벽한 내비게이션 업체로의 변모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여타 다른 대기업들은 내비게이션 단말기 자체 개발에만 뛰어들어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었다.
이에 업계 일각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동안 불모지와 같았던 내비게이션 시장을 개척해 온 것은 다름 아닌 중소기업들이기 때문에 대기업인 SK의 본격적인 내비게이션 시장 진출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내비게이션 시장에 대기업이 뛰어든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그동안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왔던 SK의 내비게이션 단말기 사업진출은 의미가 좀 다르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SK의 경우, 그동안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사업을 진행해왔을 뿐만 아니라 통신그룹으로서의 면모가 강하기 때문에 그 시너지 효과는 남다르다는 것이다.
더욱이 SK는 앞으로 자사의 장점을 살려 실시간 교통정보(TPEG) 서비스, SK주유소를 통해 디지털 콘텐츠를 다운받을 수 있는 ‘디지털 허브’ 등을 단말기와 결합하는 등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어서 그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이에 SK마케팅앤컴퍼니의 김도성 본부장도 “철저하게 검증된 품질, 획기적인 서비스로 내비게이션 시장의 새로운 선두로 거듭날 것”이라고 포부를 나타냈다.
또다시 불거진 ‘무임승차’ 논란
때문에 업계 일각은 “SK가 중소기업들이 일궈놓은 내비게이션 시장에 무임승차하려 하고 있다”며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에 SK가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결국 막대한 자본금과 자사 계열사들과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중소기업 죽이기기에 나선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더욱이 SK마케팅앤컴퍼니는 지난해말 또다른 중소기업 사업영역인 휴대전화 결제(폰빌) 시장에 뛰어들어 볼멘소리를 듣기도 했다. 당시 기존에 시장을 선점해왔던 중소기업체들은 SK의 폰빌 시장 진출에 강하게 반발하며 청와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었다.
그러면서 기존 중소 휴대전화 결제 업체들은 “중소기업들의 노력으로 닦아온 휴대전화 결제 시장을 대기업인 SK가 잠식하려 한다”며 “SK는 직접 휴대전화 결제 시장에 진출할 것이 아니라 기존업체들과의 상생모델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또다시 SK마케팅앤컴퍼니가 폰빌시장 진출에 이어 내비게이션 단말기 시장 진출까지 선언하고 나서자 일각은 “SK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결국 내비게이션 중소기업들만 시름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결과, SK가 국내 10대 그룹 중 가장 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문어발식 기업 확장 행태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6월1일 기준으로 SK그룹의 계열사는 77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SK, “파이 뺏기 아니다”
이에 중소기업중앙회 한 관계자는 “지난 2006년말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가 폐지되면서 대기업의 중소기업 사업영역 진출에 따른 마찰이 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대기업들이 이익만 쫓으면서 신사업을 개발하기보다 중소기업들이 닦아놓은 사업 분야에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관계자는 “상거래 도덕적 차원뿐만 아니라 대·중소기업 상생 차원에서도 대기업들의 문어발식 사업확장에 따른 중소기업 사업분야 진출은 자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SK마케팅앤컴퍼니 관계자는 “이미 내비게이션 시장의 경우 80%이상을 중소업체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들과 별다른 마찰 없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이번에 내비게이션 단말기를 출시한 것은 이미 기존에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었기에 소프트웨어 보급효과와 함께 통합 솔루션 팩키지를 제공하기 위한 차원에서 단말기 사업을 진행한 것이지, 내비게이션 시장의 파이를 뺏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불거졌었던 폰빌 시장 진출에 따른 기존 중소기업들과의 마찰 역시 원만하게 협의가 이뤄졌다며 중소기업 사업영역 진출에 따른 일각의 우려의 목소리를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