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자금도 우리가 불려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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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 채우려 남의 돈 ‘꿀꺽’한 장로 부부의 사기 행각


사기 행각으로 남의 돈을 ‘꿀꺽’한 ‘장로 부부’가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이들의 사기 대상은 다름 아닌 같은 교회를 다니던 교회 신도들과 목사였던 것.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의 돈은 퇴직금·아파트 담보금 등의 소중한 돈이었으며 목사로부터 받은 교회의 개척자금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부부는 평소 온갖 ‘있는 척’으로 피해자들에게 ‘신뢰’를 쌓아 사기 행각에 이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본지가 개척 자금까지 꿀꺽한 ‘장로 부부’의 사기 행각의 뒤를 따라가 봤다.


▲영화 '할렐루야'의 한 장면


신도와 교회 목사를 상대로 돈을 가로챈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성북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5일 자신들이 다니는 교회 목사와 신도들로부터 20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남편 김모(41)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부인 김모(40)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돈 한번 맡겨 봐요~”

사건을 담당한 서울 성북경찰서 관계자는 “이미 2007년도에 사기 혐의로 지명 수배를 받고 있던 사람들을 검거한 것”이라며 “같은 교회에 다니던 신도와 목사 등의 피해자 7명이 부부를 상대로 ‘총 20억원에 달하는 액수를 사기 당했다’며 고소해 지명 수배를 받고 있던 상태였다”고 전했다.

부부는 지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성북구의 ㅅ교회를 다니며 알고지낸 교회 신도들에게 사기 행각을 벌였다. 이들은 신도들에게 “선교 사업에 사용하려고 기금을 만들고 있는데 이 사업에 투자하면 안정적인 수익도 생기고 원금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말로 피해자들에게 ‘투자금’조로 돈을 받았지만 이익금은 커녕 원금조차 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 사건을 담당한 경찰의 설명이었다.

또 부부는 같은 교회의 목사에게 2006년 8월 접근했다. 이들 부부는 목사가 교회의 개척자금을 관리하는 사실을 인지하고 “재테크 사업으로 개척교회 자금을 불려 주겠다”는 달콤한 말로 목사를 유혹했다. 그리고는 목사로부터 3억5000여만원을 받았지만 역시 이돈 또한 돌아오지 못했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운영하던 고급 레스토랑이 총체적 경영난에 빠지자 이러한 사기 행각을 벌인 것”이라고 전했다.

이 경찰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부부는 지난 2004년부터 서울 성북구에서 규모가 꽤 큰 고급 레스토랑을 경매를 통해 분양 받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레스토랑은 부부가 장사를 시작할 시점부터 경영난에 빠지기 시작했다. 월 1000만원 이상의 재정 적자가 발생한 것. 급기야 부부가 운영하던 이 레스토랑은 부부의 범행과 비슷한 시점부터 직원들의 월급조차 제대로 지불하지 못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에 처해졌다.

뿐만 아니라 부부는 이 레스토랑을 이용, 주변 지인들과 교회 관계자들에게 재력을 과시했으며 범행 전 피해자들로부터 신뢰를 쌓는 도구로 사용했다.

그러나 이 레스토랑마저 최후에는 돈을 갚기 위한 채무 변제금으로 넘어간 상태이며 경제적으로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러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도망 다니는 사람들 맞아?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교회에서 장로 일을 담당하는 사람들이어서 신도들이 쉽게 믿은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부부는 범행 초반에는 일정한 금액의 이익금을 지급했으며 이로 인해 피해자들로부터 더 많은 신뢰를 쌓았고 의심을 피할 수 있었다.

부부에게 돈을 맡겨 피해를 본 것으로 밝혀진 7명의 피해자 중에는 퇴직금을 이들에게 건네준 피해자도 있으며 아파트를 답보로 수억원을 대출 받아서 건네준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은 “피해자들의 돈은 절실한 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부는 반성하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부부는 검거 당시 강남의 월세 약 350만원의 고가의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었으며 고가의 차량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실제적으로 부부가 상류층인지는 알 수 없지만 반성하거나 조금의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꼈다면 이렇게 행동하지는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씁쓸한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부부는 “피해자들의 피해금 일부를 적자 상태인 레스토랑 운영자금으로 사용했고 일부는 알고 지내던 사람들에게 빌려주었는데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 돈이 회수되면 돈을 돌려줄 계획이었다”고 변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경찰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명확한 근거자료도 제출하지 못하고 있으며 지명 수배를 받고 약 2년간 도피 생활을 한 점을 미루어 보아 부부의 이러한 변명은 크게 신빙성이 있어보이지는 않는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은 남편만 구속되어 검찰에 송치된 상황”이라고 설명하며 “부부와 가족의 생계가 걸려 있기 때문에 부부 모두를 법정 구속시키지는 않은 것”이라며 남편만 구속 수감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부부가 다니던 교회가 규모가 있는 교회”였다며 “또 다른 피해자가 없는지에 대해 조사하고 부부를 상대로 피해금 사용처를 수사해 최대한의 피해액을 돌려받게 할 것”이라고 향후 수사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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