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발표한 ‘공교육 경쟁력 향상을 통한 사교육비 경감대책’은 외고 입시에서 필기시험을 금지하고 과학고 입시에서 경시대회 입상자 특별전형을 없애는 등 기존 교육정책과 비교할 때 파격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 이어 ‘출산은 개고생’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아이 키우는 데 들어가는 사교육비 때문에 결혼에 이어 출산까지 기피하는 풍조를 빗댄 말이다.
6월3일 교육과학기술부가 확정한 ‘공교육 경쟁력 향상을 통한 사교육비 경감대책’은 출산까지 기피하게 만드는 사교육의 폐해를 차단하기 위해 △공교육 내실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학생과 학부모가 바라는 선진형 입시제도를 정착시키며 △사교육 대체서비스를 강화하고 △사교육시장의 합리적인 운영을 유도하는 방안들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학교 자율화’ 방침에 따라 그동안 국가 통제로 획일화된 틀 안에 머물렀던 교육과정을 학교별 여건에 따라 특색 있게 운영하게 한다. 또 학교장의 인사권을 강화해 학교의 자율성을 보장한다.
공교육 내실 다지기/교과교실제·교원 평가제 도입
교과목에 맞게 특성화된 교실에서 교사가 상주하고 학생들이 이동하면서 수준별·맞춤형 수업을 듣는 ‘교과교실제’를 도입해 내실 있는 수업으로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를 높이고, 교사의 수업 전문성을 높여 궁극적으로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의 학교교육 만족도를 높이게 된다.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교과교실제를 도입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선 올해 전체 중고등학교(5천2백67개교) 가운데 33개 학교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교과교실제의 가장 모범적인 도입사례가 경기 용인시 동백고등학교다. 2007년 문을 연 동백고는 수준별 이동식 수업인 ‘3+1’을 도입해 상중하 3단계로 학생들의 수준을 나눈 다음 다시 최하위반을 따로 만들어 이들을 집중 지도함으로써 수학 과목의 8,9등급 학생 비율이 지난해 3월 13퍼센트에서 11월엔 8.6퍼센트로, 영어 과목의 8,9등급 학생 비율은 13.2퍼센트에서 6.3퍼센트로 줄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대부분의 교과에 교과교실제를 도입하는 ‘선진형’ 45개교에 학교당 15억원을 지원하고 수학,과학 또는 영어 교과에 교과교실제를 운영하는 ‘과목중점형’ 2백40~2백60개교에 학교당 5억원을 지원한다. 또한 일부 교과에 대해 수준별 이동수업을 실시하는 ‘수준별 수업형’ 3백50~3백70개교에 학교당 3억원을 지원하게 된다.
이와 함께 ‘교원능력개발평가제’를 도입해 교원의 전문성을 키우고,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학력 향상 중점학교’ 지원사업을 추진한다. 학력 향상 중점학교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과 학생 수 등을 고려해 전국 1천3백80여 개교에 학교당 평균 5천만~1억원을 지원한다.
한편 영어 공교육 강화를 위해 오는 9월부터 영어회화 능통자 약 5천명을 선발해 일선 학교에 배치한다. 초등학교의 경우 방과후 학교 강사를 거쳐 내년 3월부터 정규 수업에 배치되고 중학교에서는 수준별 이동수업을 맡게 된다. 또 무료영어교육방송 EBSe(www.ebse.co.kr)를 활용한 학습서비스를 강화하며 유아와 초중고생, 학부모 등 수요자 특성에 맞춘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다.
선진형 입학전형 정착시키기/입학사정관제 내실화
사교육을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는 것이 특목고와 대학 입학전형이다. 이번 교육과학기술부의 사교육비 경감대책은 특목고와 대학 입학전형을 성적 위주의 획일적인 선발에서 탈피해 학생의 잠재력과 소질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선발 체제로 바꾸고 있다.
먼저 올해는 대학 입학전형에서 한 축을 차지하는 입학사정관제 내실화에 힘써 ‘입학사정관 전문 양성·훈련 프로그램’ 지원기관 5곳을 선정해 입학사정관을 훈련시킬 계획이다.
그동안 경쟁 과열과 사교육 증가 문제가 뒤따랐던 외고 입학 전형에서는 2010학년도 이후 지필고사가 금지된다. 또 과학고의 경우 2011년 입시부터 중학교 내신 반영 시 과도한 수학과 과학 가중치를 합리적으로 줄이는 방안이 추진되며 학교 교과과정을 넘는 선행학습이 필요한 각종 경시·경연대회 수상 실적 반영이 금지된다.
특히 과학고 입시에서는 2011년 입시부터 경시대회·영재교육원 수료자 특별전형을 없애고, 내신성적·구술면접 등 복잡한 일반전형도 단순화해 입학사정관 전형(7~10월)과 과학창의캠프를 활용한 KAIST식 과학창의성 전형(10~12월)만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과학고 입학사정관은 과학고 입시에 전문성이 있는 현직 교사 또는 외부 전문인력을 활용해 학교별로 2명 이상 배치하며 KAIST에 과학고 입학사정관 연수과정을 운영하게 된다.
사교육 과열 요인의 하나이던 과학올림피아드와 영재교육 대상자 선발 방식은 2010년 대회부터 시험이 폐지되는 대신 학교장 추천 또는 학회 심사로 대체된다. 이전에는 국내대회에서 시험을 거쳐 일정 인원을 선발한 다음 국제대회 참가자 최종선발 시험을 치러 일정 기간 교육을 거쳐 국제대회에 출전해왔다.
올림피아드 응시자 수는 2004년 중학생이 5천33명, 고등학생은 2천2백56명이었으나 2008년에는 중학생 3만6천1백46명, 고등학생은 1만6백2명으로 급증했다. 올림피아드 사교육 규모는 중학생이 3천2백억원, 고등학생이 6백17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불필요한 내신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오는 9월부터는 각 학교의 기출문제를 해당 학교 홈페이지는 물론 시도교육청 홈페이지와 교수학습센터 등과 연결해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사교육 대체서비스 강화/학부모를 학교 코디네이터로
교육과학기술부는 오는 2012년까지 ‘사교육 없는 학교’ 1천 개를 육성하고 방과후 학교 학부모 참여 활성화를 통해 방과후 학교 참여율을 전체 학생의 4분의 3 수준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사교육 없이도 다양하고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교육 없는 학교’는 올해 전국 4백 개 초중고를 선정해 학교당 평균 1억5천만원씩 총 6백억원을 지원한다. 학생과 학부모의 수준 높은 교육 수요를 충족시키는 ‘사교육 없는 학교’는 2010년 6백 개교, 2011년 8백 개교, 2012년 1천 개교로 확대된다.
방과후 학교에서는 학부모를 ‘방과후 학교 코디네이터’로 활용해 교육 서비스를 높이고 맞벌이 가정 학생의 방과후 돌봄과 교육을 위해 ‘엄마품 멘터링제’도 도입된다.
EBS 수능 강의도 스타강사를 영입하고 대입자율화에 대비한 수능·수시 강좌를 확대하며 기초, 보충, 심화로 세분화된 수준별 강좌를 개발한다. 또 전국의 교사와 대학교수들을 대상으로 ‘교재 공모제’를 실시해 우수 집필자를 확보할 계획이며 7월부터는 상위권 학생을 겨냥한 최고 난이도의 교재 제작에 들어간다.
우리나라에 ‘학원 공화국’이라는 별칭을 불러온 학원들의 교습시간은 시도 자율로 단축 운영하게 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시도교육감협의회를 통해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초중고생의 학원 교습시간을 서울시 수준(밤 10시까지)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다.
현재 법의 규제를 받고 있지 않는 온라인 교육기관 수강료를 제한할 수 있는 제도 신설이 추진 중이며 시도교육청 홈페이지에 학원비를 공개하고 학원비 수납 시 신용카드 매출전표, 지로 영수증 또는 현금영수증을 발급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 학원과 교습소 등의 교습시간 위반, 학원비 초과 징수, 무등록 학원, 미신고 과외 등에 대해서는 ‘신고포상금제’가 도입된다.
한편 교육과학기술부는 6월 30일 당정청 협의를 통해 그동안 여권에서 제시한 교육개혁 방안 가운데 2014학년도 수능시험부터 탐구영역 응시과목을 두 과목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논란이 일었던 고교 내신 절대평가 전환은 중·장기 검토 과제로 넘겨졌다.
고1 내신 성적을 대입에 반영하지 않는 방안도 당정청 합의에서 제외됐다. 대학입시의 조기 과열을 막기 위한 것이지만 자칫 고1 수업의 파행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 인재정책실 노경원 사교육대책팀장은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여 학교교육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사교육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이고 기본적인 방안”이라며 “이번에 발표된 대책은 지난 수십 년간 유지돼온 학교교육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진학지도에 어려움 느끼세요?
‘대입상담 콜센터’로 전화하세요
수시1, 수시2, 정시, 특별전형, 일반전형, 구술, 배치표…. 이런 용어의 뜻을 잘 안다면 당신은 수험생 부모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각 대학의 입학시험 전형 유형과 전형 방식 등이 매우 다양해지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진로 선택에 애를 먹는 것은 물론 일선 학교에서도 학생 진학지도에 어려움을 겪는다.
전국 시도교육청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특히 최근 확대되고 있는 입학사정관제와 관련해 학생이나 학부모가 필요로 하는 실질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는 데 착안, 오는 9월부터 ‘대입상담 콜센터’를 운영한다. 이 상담센터는 시도교육청이 추천한 교사와 입학사정관 전문 양성·훈련 프로그램 이수자 등 15명의 전담 상담원으로 운영된다. 이들 대입상담 교사단은 고교 진학부장과 고3 담임 경험자를 우선 채용,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전화 상담과 온·오프라인 상담을 맡게 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온라인 상담은 대학진학정보센터(univ.kcue.or.kr)를 통해 진행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또 매년 11월 말 ‘대입정보박람회’를 개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대입 상담을 해준다. 지난해 박람회에는 72개 대학이 참가, 학생과 학부모 5만여 명이 방문했다.
전국 시도교육청에서도 온라인 진학상담센터를 운영하며, 학생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진학상담, 전문가 기획상담, 예약상담 서비스를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