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시험으로 돈세는 어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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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전국연합학력평가 유출사건

아이들의 시험을 이용해 불법 거래를 한 어른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특히 이들은 명세기 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했던 일환으로 알려져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유출자는 EBS 외주 PD로 시험 해설프로그램을 만들어왔으며 유출 받은 자 또한 서울 강남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학원장이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학생들이 공식적인 시험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평가받을 기회를 박탈당했다”며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본지가 시험문제 유출과 관련된 이들의 불법 커넥션 행태를 낱낱이 파헤쳐봤다.

▲ 본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전국의 학생들에게 수능에 대한 적응력을 길러주고 자신의 성적 수준을 알려주는 고교 전국연합학력평가. 이 시험은 고교1~3년생을 대상으로 치러졌으며 EBS가 그에 대한 해설 방송을 맡아서 해왔다. 특히 지난 2004년부터 EBS는 시험 하루 전날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문제를 미리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EBS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보다 정확하고 세심한 문제풀이 및 분석을 위한 해설방송 제작을 위해 강사와 제작진에게 시험 하루 전 미리 문제지를 배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부분이 시험문제 유출 사건의 발단이 된 것이다.

시험문제 유출 사건

지난 3월13일에 실시된 전국연합학력평가.

EBS는 하루 전날인 지난 3월10일 오후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학력평가 문제지와 답지가 담긴 CD를 전달 받았다.

EBS 외주 PD와 서울 강남 학원장의 시험문제 유출 관련 불법 커넥션
학원생 유치 혈안, 공식적 시험 통해 성적 평가 기회 박탈당한 아이들


하지만 시험해설 방송의 PD를 맡고 있는 외주제작사 윤모(44)씨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K언어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조카에게 시험문제를 이메일로 송출했다.

더욱이 김모(35)씨는 넘겨받은 문제 중 일부를 핵심문제로 만들어 학원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놓고 “시험 전에 풀어보라”는 문자를 학원생들에게 보냈다.

이러한 둘의 불법 커넥션은 지난달 30일 서울지방경찰청이 EBS 제작팀과 K학원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관련 자료를 압수하면서 드러났고, 경찰은 지난 3월 실시된 전국연합학력평가의 시험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윤씨와 김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조사 결과 올해 3월 학력평가 외에도 윤씨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6월까지 총 6차례에 걸쳐 김씨에게 문제를 유출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다른 학원에도 유출했거나 유출 대가로 금품을 주고받았을 가능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윤씨 등의 은행계좌 및 통화기록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불법 커넥션의 연유

하지만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문제를 넘겨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학생들이 볼 수 있게 게시한 것은 올해 3월 학력평가 때 한 차례뿐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경찰은 입수한 학원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등에 대한 정밀분석 작업을 벌여 다른 문제지도 학생들에게 유출됐는지 여부를 조사해 무려 6차례 걸친 불법 커넥션을 알아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김씨는 문제를 넘겨받은 기간 동안에 두 개의 학원에 재직했던 것으로 확인돼 인근의 다른 학원에서도 문제가 유출됐을 가능성을 내포할 수 없게 됐다.

사실 김씨는 지난 4월에 와서야 자신의 이름을 건 학원을 차렸기 때문이다.

특히 입시학원의 중심가라 할 수 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해 있던 그의 학원은 다른 학원들이 그 주변에 계속해서 생겨나자 안정적인 원생유치가 시급했던 것으로 보인다.

신규학원의 경우 “1~2년 내에 소위 뜨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는 학원업계의 정설이 작용, 다른 학원과의 차별화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세운 대책이 바로 EBS에 외주 PD로 있던 외삼촌에게 도움을 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학원가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김씨는 그 주변에서 유명한 언어영역 족집게 강사로 소문나 있었다”며 “이는 단 한차례만 도움을 받았다는 김씨의 진술과는 조금 거리가 멀뿐 아니라 의심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평가 박탈당한 아이들

이어 그는 “족집게 학원으로 입소문을 타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다가 무리수를 둔 것 같다. 시험성적 올리는 것이 급선무다보니 학원마다 학교 시험 문제를 구하려고 혈안”이라며 “수능 시험이 다가오면 출제위원들 명단을 알아내 시험 경향을 파악하기 위해 전국 고교에 전화를 돌릴 정도”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학원관계자인 이모씨에 따르면 “제대로 검증도 안 된 강사들이 비대한 사교육 시장으로 뛰어들어 교육 내용보다 광고와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며 “선행학습이 필수라고 부추기고 학원 없이는 특목고나 대학에 갈 수 없다고 불안 마케팅을 펼치면서 정작 학생들에겐 문제 유형에 따라 답 고르는 법만 가르친다”고 말해 학생들을 상대로 한 불법 사교육이 도를 넘어섰음을 알 수 있었다.

사실 이번 시험문제 유출로 인해 K학원 수강생들이 이득을 누렸다고 보긴 어렵다.

전국 고교 1~3학년 183여만명이 치른 이번 시험은 학생들이 수능시험에 적응하고 자신의 순위를 확인하는 데 도움을 받기 위한 것일 뿐 성적은 내신이나 대입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정확한 실력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 것이라는 비판적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는 학원의 잘못된 몸부림 중 하나가 이번 사건을 통해 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관련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출제 경향을 파악하고 시험문제를 찍어 줄 수 있는 학원을 찾아다니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심리를 악용해 학생들의 공정한 학력 평가를 망쳐놓은 사건”이라며 김씨를 포함한 현재의 사교육 행태를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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