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표 둘러싼 흔들린 수사 초점 [넷]
김대표 둘러싼 흔들린 수사 초점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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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장자연 성상납 사건 후폭풍

장장 120여일이 지났다. 한 신인여배우의 죽음으로 소문만 무성한 연예계 성상납의 실체가 낱낱이 공개되나 했더니 경찰의 수사는 제자리를 돌다 멈춰버렸다. 여전히 의혹한 무성한 채 풀리지 않는 진실들로 남아버린 것. 사실 지난 7일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고 장자연 전 소속사 대표인 김성훈(40)씨의 구속으로 이제야 사건의 실마리가 드러나는 듯 했지만 기대와 달리 그의 입에서 나오는 건 “아니다”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뿐으로 경찰은 수사에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경찰은 지난 10일 사실상 수사종결을 외쳐 사건의 본질마저 잃은 수사브리핑까지 진행돼 논란을 받고 있다. 이에 본지가 고 장자연 성상납 사건 이후 김대표를 둘러싼 경찰의 수사 초점 네 가지를 집중 취재해봤다.

▲ 故 장자연 전 소속사 대표 김성훈(40)씨가 지난 3일 경찰에 강제소환 됐다.

지난 3일 인천국제공항 로비가 인산인해를 이뤘다. 고 장자연 성상납 사건의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장씨의 전 소속사 대표인 김씨가 일본에서 붙잡혀 귀국했기 때문이다. 이에 김씨를 취재하려던 기자들과 경찰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져 공항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이날 경기도 분당경찰서로 이송돼 유치장에 수감된 김씨는 지난 7일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경찰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사실상 경찰이 그를 두고 고 장자연 성상납 사건의 재수사 의지를 펼친 것이다.

하지만 지난 10일 경찰은 불현듯 수사종결을 외쳤다. 결국 김대표를 둘러싼 성상납 사건은 공중분해 돼버린 채 미궁 속으로 둥둥 떠다니게 된 것이다. 대체 경찰은 어떤 내용을 수사한 것일까.

▲ 故 장자연(30)씨.

귀국, 도피자금 어디서

지난해 11월 프리랜서인 남자모델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고소를 당한 김씨.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수사를 받던 김씨는 도피성 출국을 감행하고 90일 무비자로 일본으로 떠났다.

여권이 만료된 김씨는 지난 1월 태국 대사관에 들러 10년 기한의 전자 여권을 신청해 연장까지 했다.

이에 종로경찰은 김씨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수배를 내렸지만 김씨의 본격적인 도피 행각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게다가 일본에 재입국해 합법적인 일본 체류기간을 6월초까지 연장한 김씨는 지난 3월 ‘장자연 사건’의 핵심 인물로 떠오르며 경기도 분당경찰의 입국 종용을 받았지만 전혀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 그가 지난 6월24일 일본 도쿄의 호텔에서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일본경찰에 의해 검거됐다.

이는 물론 한국경찰의 제보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그를 일본에서 만났다는 지인이 또다시 일본에 방문할 예정인 것을 안 한국경찰이 일본경찰에 그 사실을 보고한 것이다.

결국 김씨는 지난 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경찰에 강제소환 됐다.

하지만 경찰이 김씨를 귀국시키는 데 장장 6개월이라는 시간이 소요 된데다 김씨의 도피 자금 출처가 불분명해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 체포될 당시 김씨는 70만엔(약 926만원)의 거금을 소지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내 계좌에서 생활비를 충당했다”고 말했지만 또 다른 일각에서는 ‘제3의 인물’이 도피자금을 제공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경찰은 김씨가 “우리은행에서 출금했다”는 말에 따라 우리은행 계좌의 출금기록을 조회중이라고 했지만 지난 10일 마지막 브리핑에서 그에 대한 언급이 없어 의혹만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제3의 인물’ 의혹만 증폭

사실 김씨를 도와준 것으로 알려진 ‘제3의 인물’에 대한 의혹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난해 11월에 있었던 남자모델 강제추행 사건 또한 ‘제3의 인물’이 대신 합의를 진행해줘 고소가 취하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에서 김씨의 검거가 더 쉬웠을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수사 지연의 상황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때문에 경찰은 이 부분에 대해서 더 이상의 언급을 꺼려하고 있다.

특히 강제추행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하게 될 경우 경찰이 그 부분에 대해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김씨가 왜 그렇게 급하게 합의를 봤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으로만 남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미 “현재 받고 있는 ‘성상납 강요’에 대한 혐의를 낮추기 위한 술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남자모델을 강제 추행한 혐의 역시 ‘강제추행’ 부분이 부각이 되기 때문에 ‘성상납 강요’ 혐의를 받고 있는 김씨에게 유리하게 작용할리 없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실수의 원인에 대해서도 해명해야 될 처지다.

김씨가 강제추행혐의로 체포됐다 도주했을 당시 피의자가 달아났는데도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실상 그의 일본행을 방조했기 때문이다.

혐의 입증 포기?

더욱이 경찰은 지난 5일 김씨에 대해 폭행·협박·횡령·도주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성상납 강요와 강제추행 혐의는 제외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6월19일 소속사 사무실 3층 VIP룸에서 파티를 하다 장씨를 옆 방으로 데려가 ‘왜 내 프라이버시를 남에게 이야기하느냐’며 페트병과 손바닥으로 폭행했다”고 말했다.

여기서 김씨가 말하는 프라이버시란 마약을 얘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씨는 올 2월25일 장씨와 통화를 하면서 “XX년 내가 약(마약)을 해?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거야”라는 욕설을 하고 장씨의 지인인 A씨에게는 “내가 장자연과 같이 약(마약)을 했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도 보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연예인의 경우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마약 혐의를 받는 사실만으로도 연예활동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김씨가 장씨를 협박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경찰은 국립과학연구소에 의뢰해 실제로 김씨가 마약 투약을 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아직 김씨의 마약투약 여부는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김씨는 남자모델 강제추행 혐의로 체포됐을 당시 경찰관들이 김씨 차량에서 마약류를 찾기 위해 수색하는 틈을 타 일본으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져 마약 혐의를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핵심 의혹인 ‘성상납 강요’ 혐의가 영장에서 제외됨에 따라 경찰에 대한 비난여론마저 형성되는 분위기다.

특히 경찰이 장씨 사건이 불거진 3월 이후 김씨를 제외한 장씨 주변인을 모두 조사하고 접대강요 여부를 수사 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찰이 강요 혐의 입증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 마저 나오고 있다.

▲ 경기도 분당경찰서는 지난 10일 故 장자연 자살사건에 대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성상납’ 아닌 ‘술접대’로 잠결

실제로 경찰은 지난 10일 브리핑을 통해 사실상 수사가 종결됐음을 알렸다.

하지만 그 수사라는 것도 사건의 본질을 제외한 수박 겉핥기에 머물러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 1년간 김씨의 법인 및 개인 신용카드로 지출한 접대비 2억원 등의 증거를 대며 강요죄 부분을 특별히 집중 추궁했다”고 말했지만 “김씨가 끝까지 ‘강요죄’ 혐의를 부인했다”며 성상납 강요 혐의에 대해서는 끝내 제외시켰기 때문이다.

특히 김씨와 금융계 인사들의 ‘술접대’ 행각이 드러난 것도 경찰의 수사보다는 고인과 함께 술자리에 참석해야 했던 무명 여배우의 용기 있는 증언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배우 B씨는 “김씨에게 소속사 신인 여배우들은 개인 사업을 위해 금융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활동의 도우미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감독들과의 술자리는 얼굴을 알리기 위해 필요했고 고인도 이를 자신의 일과 무관하지 않다고 여겼을 것”이라며 “결국 금융계 인사들과 술자리가 김씨 등의 강요 혐의에 대한 결정적 근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쟁점이 됐던 “‘성접대’ 및 ‘잠자리 강요’에 대해 입증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른바 ‘장자연 문건’에 ‘잠자리 강요’라고 딱 한 번 표현이 됐는데 목격자도 없고 고인이 살아서 입증하기 전에는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경찰은 재조사를 통해 수사대상자 20명 가운데 김씨를 구속하고 문건존재를 처음 알린 호야엔터테인먼트 대표 유장호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금융인 등 5명을 불구속입건하는 등 사법처리, 13명을 불기소 또는 내사종결 처리해 사건을 이날 검찰에 송치했다.

이에 따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고 장자연씨의 자살사건은 ‘성상납 강요’가 아닌 ‘술접대 강요’로 잠정적 결론이 나버린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건 초기의 사건 해결 의지는 어디갔냐”며 알맹이 빠진 경찰의 수사종결을 비난했다.

< ‘고 장자연 자살사건’ 경찰 수사 일지 >

3월07일 - 탤런트 장자연(30),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 자택에서 목매 숨져.
3월10일 - 소속사 대표 유장호씨 통해 ‘고 장자연 성상납 문건’ 세상에 알려짐.
3월15일 - 경기도 분당경찰서 장자연 문건 입수, 문건엔 사회지도층인사 실명 거론됨.
3월16일 - 장씨 유가족 문건 유출 경로 수사 요청, 휴대폰 녹음에 소속사 갈등 담겨.
3월17일 - 유족 유씨 등 3명 사자명예혐의로 김씨 등 4명 문건내용 관련 고소.
3월18일 - 일본 체류 전 소속사 대표 김씨에 대해 일본 인터폴에 적색수배 요청.
3월23일 - 장씨 전 사무실 증거인멸조사 위해 CCTV 확인, 자살당일 유씨에 문자3건 확인.
3월24일 - 문건 수사 대상자 총 12명, 문건 거론 실명 인사 7명.
3월26일 - 왕첸첸 편지 거짓 판명. 유씨 피고소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
3월30일 - 김씨 여권반납 명령 외교부에 의뢰. 문건유출 관련 언론인 3명 조사.
4월01일 - KBS ‘꽃보다 남자’ 전기상PD 장자연 리스트 충격.
4월02일 - 김씨 폭행·협박·강요 등 일부 범죄 사실 확인.
4월03일 - 동료배우들, 접대관련 술집 종업원들, 서세원씨 등 총 60명 참고인 조사.
4월06일 - 수사대상자 9명 중 6명 1차 조사 완료.
4월09일 - 유씨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불구속 입건.
4월24일 - 장자연 사건 중간수사 발표, 불구속 8명, 기소 중지 1명 등 총 9명 사법처리.
6월24일 - 김씨 일본 도쿄 호텔에서 지인 만나려다 일본 경찰에 검거.
7월03일 - 김씨 국내 압송 후 분당경찰서 유치장 입감, 국과수에 마약 복용여부 확인 의뢰.
7월04일 - 김씨 폭행·협박·횡령·도주 혐의로 구속영장신청.
7월07일 - 고 장자연 출연 드라마 PD 소환조사.
7월08일 - 유씨, 김씨 전 소속 연예인 A양, 금융인 B씨 등 대질신문.
7월10일 - 고 장자연 자살사건 최종수사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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