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을 수 없는 고래의 유혹”
“끊을 수 없는 고래의 유혹”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음지로 숨어버린 독버섯, ‘불법 사행성 게임장’

‘바다이야기’로 대변되는 ‘불법 게임장’은 더 이상 쉽사리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 경찰의 단속 실태를 보면 눈에만 안보일 뿐 ‘더 어둡고 음침한 곳’으로 파고들어 아직도 우리 사회에 기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간판조차도 달지 않고 주택가로 숨어들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본지가 음지로 숨어든 ‘불법 게임장’의 실태와 단속의 한계에 대해 짚어봤다.

▲ 영화 '비스티 보이즈'의 한 장면


서울지방경찰청 생활질서과는 지난 7월1일부터 3일에 걸쳐 3건의 불법 무허가 게임장을 적발했다. 이로 경찰은 업주 및 종업원 8명을 검거하고 증거물인 게임기 137대와 현금 800여만원과 각종 상품권을 압수했다.

‘꼭꼭’ 숨어버린 ‘불법 게임장’

특히 이 불법 게임장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일반 주택이 모여 있는 빌라촌에 위치하는 등 ‘음지’로 꼭꼭 숨어버린 행태를 취하고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사건을 담당한 서울지방청 생활질서과 관계자는 “6월초부터 실시된 ‘불법 사행성 게임장 일제 합동 단속’의 일환”이었다며 “이 와중에 남대문 시장 상인 등 서민을 상대로 한 불법 사행성 게임장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단속에 나선 것”이라며 수사 착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 1일 서울시 중구 회현동 남대문 시장 근처에서 영업하던 ‘불법 게임장’은 특히 시장 내 서민을 상대로 하여 불법 게임장을 운영하다 적발됐다. 이들은 불법으로 개·변조된 ‘바다이야기’ 게임기를 설치해 사행심을 조장했으며 약 7개월간 영업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이 업소는 외부에서 망을 보는 이른바 ‘문빵’을 이용해 밖의 동태를 살폈으며, 건물의 입구에는 초소형 CCTV 카메라를 일반 콘센트로 위장해 설치해놓았다. 단속을 피하기 위한 이들의 수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두꺼운 철문을 설치해놓고 안에서 손님이 맞는지 얼굴을 확인한 뒤 문을 열어주는 등 업소의 보안을 철저하게 유지한 것이다.

그러나 이 업소의 단속은 ‘의외’의 허술한 면이 노출되면서 적발됐다. 외부의 동태를 살펴야 하는 ‘문빵’은 저녁 식사를 위해 ‘근무’를 태만히 했고, CCTV 화면으로 건물 출입구를 감시해야하는 사람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화면에서 경찰들의 출입을 눈치 채지 못해 경찰의 단속에 적발된 것이다.

지난 2일 적발된 서울시 강남구의 한 불법 게임장의 위치는 일반주택가 5층의 가정집에서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 ‘불법 게임장’ 역시도 개·변조된 무허가 ‘바다이야기’ 게임기 30여대를 가지고 영업하고 있었다.

이 업소의 특징은 철저한 ‘비밀 회원제’로 운영되었다는 점이다. 경찰 관계자는 “바다이야기에 빠진 사람은 바다이야기 밖에 모른다는 점을 악용한 사례”라며 “휴대폰에 VIP고객의 연락처를 저장시켜 놓고 연락을 취하는 방식으로 영업해 왔다”고 전했다.

이 업소는 초대 받지 못하면 입장할 수 없을뿐더러 업소의 위치도 파악할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여러 곳의 상가나 주택을 빌려 여러 군데서 돌아가는 방식으로 영업했으며 매일 영업하는 형태가 아닌 불규칙적으로 영업일을 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업소 옆집에서는 ‘무허가 불법 카지노’가 영업을 하다 적발됐다. 불법 게임장과 업주가 다른 이 업소 역시 일반 주택가에 ‘불법 카지노’를 차례 놓고 영업을 해온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한마디로 이 건물은 일반 가정집이 아닌 무허가 불법 게임장과 카지노 건물이었던 것이다.

지난 3일 서울시 마포구에서도 불법 게임장이 적발되었다. 특히나 이 업소는 학교 위생 정화구역 내에 불법 게임기인 ‘오션파라다이스’를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영업해오다가 적발됐다. 이 업소 역시 게임장의 입구의 CCTV를 설치하는 등 단속을 피하기 위한 전형적인 불법 게임장 업소의 형태로 운영됐다.

▲ 경찰의 단속에 적발된 불법 게임장들(사진/ 서울지방경찰청)


경찰 관계자는 “이런 ‘불법 게임장’이 만연해 있다고 판단하고 서울청과 9개의 경찰서에 편성된 상설 단속반을 이용해 지속적인 단속을 펼칠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불법 게임장’은 도박 아니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 관계자는 “불법 게임장을 단속하는 경찰이 되려 면박을 받는 상황이 있다”고 말했다. 단속을 나가서 현장을 포착하면 오히려 손님들은 ‘내 돈으로 내가 즐기는 데 왜 방해하느냐’며 오히려 단속 경찰에게 되려 큰소리를 친다는 것. 이들이 이렇게 떳떳할 수 있는 이유는 현행법 상 불법 게임장 업주나 종업원들을 단속한 법령은 존재하지만 손님을 처벌할 수 있는 법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은 “업주들에 대해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처벌하지만 이 법률에 손님을 처벌하는 규정은 정해져 있지 않아 처벌 할 수 없다”며 단속의 한계에 대해 토로했다. 이어 그는 “도박죄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이루어지는 행위’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과 기계가 하는 놀음인 불법 게임장은 도박죄를 적용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법률 규정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 산업과의 관계자는 “불법 무허가 게임장’은 정상적인 게임장이 아니므로 이는 도박으로 풀어야할 문제”라며 “이를 위해 손님을 처벌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것은 좋은 방향은 아니다”고 답변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에서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게임장도 많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게임장 이용자들에 대한 법령이나 규정을 만든 다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것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 관계자는 “불법 게임장 이용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두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전하며 “경찰 당국이 불법 게임장 근절을 위해 철저하게 단속하고 지속적으로 적발해 내는 것이 더 적절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