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여.야간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부산·경남(PK) 지역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영남권은 한나라당의 강세 지역이다. 한나라당은 텃밭인 영남권에서 절대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도 결코 이 지역을 만만히 내줄 의사가 전혀 없다. 노 전 대통령이 정치적 기반으로 했던, 그래서 추모 열기가 가장 뜨거웠던 PK 지역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면에서 봤을 때 친노 인사들의 약진을 예상할 수 있다. 친노 인사들 중에는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유력한 후보로 물망에 올라 있다. 문 전 비서실장 본인은 선거에 대해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조문 정국 이후 급등한 지지율에서 보듯이 선거에 뛰어들면 일거에 판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카드로 주목받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인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내년 부산시장 선거에 최대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영남권은 한나라당의 강세 지역이다. 한나라당은 텃밭인 영남권에서 절대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엔 친박계 수장인 박근혜 전 대표의 영향력이 강하다.
지난 4.29재보선 경주선거에서 이상득 전 부의장의 측근으로 통하는 정종복 전 의원이 친박 무소속인 정수성 후보에게 지고 말았다. 박 전 대표가 어떤 도움도 주지 않았지만 무소속 후보를 당선시키는 이변을 낳은 것이다.
문재인, 조문 정국 이후 주가 급상승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영남은 한나라당의 텃밭이면서 박 전 대표의 입김이 상당한 곳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친이계에서 친박계 인사들에게 공천을 주지 않을 경우 친박 무소속 후보들이 대거 당선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부산은 한나라당의 텃밭인 동시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기도 하다. 이런 면에서 봤을 때 친노 인사들의 약진을 예상할 수 있다.
현 시장인 허남식 시장은 3선을 노리고 있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계파와 상관없이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뚜렷한 지원군이 없다는 단점이기도 하다.
친노 인사들 중에는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유력한 후보로 물망에 올라 있다. 문 전 비서실장 본인은 선거에 대해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지역 정가에서도 문 전 비서실장에 대한 평이 좋아 지방선거 출마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이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부산시장에 출마했던 것을 잘 알고 있는 시민들의 지지가 조문정국 이후 친노 인사들의 지지율에 상당히 반영된 것은 사실이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는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문 전 비서실장이 출마하면 판세가 뒤바뀔 소지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심복’인 박지원 의원과 참여정부의 핵심실세인 이용섭 의원 등 민주진영 인사들의 출마 요청이 줄을 잇고 있는데다 내년 지방선거가 ‘노무현 서거 1주년(5월23일)’과 겹친다는 점, 그가 영남권 친노세력들의 부활의 구심점이 된다는 점 등 그의 출마를 재촉하는 요인들이 많다. 특히 지난 29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는 그의 출마 가능성에 더욱 힘이 실리게 한다.
시사주간지 <시사IN>이 지난 6월 22일~23일 양일간 부산시민 700명을 조사한 결과, 문 전 실장은 허남식 시장에게만 뒤질뿐 나머지 한나라당 ‘예비후보’들을 모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 시장·문 전 실장·김석준 진보신당 부산시당위원장 간 3자 대결에서 문 전 실장(33.3%)은 허 시장(39.3%) 보다 6% 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 위원장은 7.9%의 지지도를 기록했다.
하지만 문 전 실장은 김 위원장이 포함된 3자 대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허남식 시장 대신 다른 정치인들이 등장할 경우 다소 우세를 보였다. 부산지역 정당지지도는 한나라당 45.3%, 민주당 22.3%인 점을 감안하면 뜻밖의 결과로 여겨진다.
지역 정치계에서는 이같은 결과를 두고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정국을 거치면서 노측 인사에 대한 동정론이 가미된 부분이 없지 않다. 내년 지방선거 표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의미를 축소 해석했다.
‘친노 역할론’에 침묵
지난 6월 19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초청해 이뤄진 오찬 모임에서 김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친노 역할론’을 제기하며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내년 부산시장 출마설을 제시했으나 문 전 비서실장은 듣기만 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민주당 이용섭 의원역시 6월 23일 문재인 전 비서실장의 부산 시장 출마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개인적으로 지금과 같이 부산이 어려운 때 문 전 실장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지금과 같이 부산이 어려운 때 문 전 비서실장이 부산시장에 나왔으면 좋겠다"며 "이런 마음은 민주평화세력이라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이러한 생각이 마음속으로만 간직할 수도 있고, 문 전 실장에 직접 권유를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은 “지금과 같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신지 49재도 안 지난 상황에서 이런 문제를 가시화 한다는 것 자체가 안 좋다”면서도 “지금처럼 어려운 때 문 전 실장이 노 전 대통령께서 추구하고자 했던 ‘사람 사는 세상’ 만들기 같은 정신을 이어가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의원은 “문 전 실장에게 권유하거나 그런 적은 없다”고 조심스런 속내를 내비췄다.
김대중 전 대통령 복심인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친노 신당 창당에 반대한다면서 문재인 전 비서실장의 부산시장 출마를 촉구했다.
박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친노그룹이 영남에서 민주당 간판으로 모든 선거에 임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지만, 그렇다고 신당을 창당해서 임하는 것은 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으로서는 부산 지역에 문재인 비서실장 같은 훌륭한 정치 경력을 가진 분이 출마해주는 것은 굉장히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문 전 비서실장의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희망했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인지 정 대표도 서두르는 눈치다 정 대표는 지난 2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 당 외곽의 친노그룹에 대해 “너무 서두르다 보면 체하기도 하니까 순리대로 하겠다”며 “아무리 늦어도 지방선거 전에는 힘을 모아야 할 것이고 빠르면 빠를 수록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발언은 일각에서 신당 창당설 등 친노그룹의 독자세력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정 대표는 “평화민주개혁세력이 힘을 모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국민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책무”라며 “분열하고 힘을 분산시키기 보다는 힘을 모으는 노력들을 하기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49재가 끝나면 (친노와) 소통을 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의 추진과 관련, “이런 방식이다, 저런 방식이다라고 논의하는 것은 너무 이르지만 우리(민주당)가 제일 큰 세력 아니냐”며 “개방적인 자세로, 또 필요하면 기득권도 버릴 각오로 잘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도 지방선거에서 한명숙 전 총리, 유시민 전 복지장관,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친노인사들에 대한 공천을 적극 검토할 것이냐는 질문에 “특정인을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도 “민주정부 10년의 정신과 가치를 계승하는 정당으로서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의 검증된 인사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 전 실장은 “정치를 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원리원칙적인 강인한 성격
문 전 실장은 ‘노무현 청와대’에서 ‘왕(王)수석’ ‘군기반장’으로 통했다. 두 사람은 27년 전 부산에서 선후배 변호사로 만나 동업한 이후 각각 대통령과 비서실장으로 새로운 인연을 맺었고, 노 전 대통령이 유서에 남긴 의미심장한 말처럼 두 사람은 서로에게 ‘운명’이었다.

전 실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을 두 차례, 그리고 시민사회수석과 비서실장을 한 차례씩 맡았다.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필하는 직책들이다. 인사 배경은 누구보다 확실했다.
문 전 실장은 노 전 대통령과 20년 넘게 동지 관계를 맺어왔을 정도로 서로 가별한 사이였다. 노 전 대통령은 특히 문 전 실장의 원칙적이고 강직한 성격과 성실한 일처리 능력을 높이 샀다. 부산지역 정치권 인사들 사이에선 “서류 작성은 물론 법원에 가서 서류 제출하는 것까지 직접 챙기던 노 전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을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문 전 실장이 노 전 대통령을 넘어서는 내공을 쌓았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박연차 게이트’로 노 전 대통령의 수많은 측근이 자금수수 의혹에 휩쓸리거나 사법처리되는 와중에도 노 전 대통령과 그처럼 긴밀한 친분을 맺어온 문 전 실장의 이름이 한 차례도 언급된 적 없다는 점이다.
이 또한 모시는 분에게 눈곱만큼이라도 누가 될 만한 일은 하지 않는다는, 그의 ‘원칙적’이고 ‘강직한’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 전 실장은 노무현 청와대의 첫 민정수석 제의를 받아들이면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빚 청산’ 얘기를 꺼냈다. 1988년 노 전 대통령의 정치권 입문을 자신이 적극 권유한지라 힘겨운 정치무대에 발을 들이게 한 미안함을 갚고자 노 전 대통령을 보좌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줄기차게 그를 주요 보직 혹은 지방선거 무대에 기용하려 했다. 민정수석과 비서실장 자리를 그에게 내줬고, 법무부 장관에 앉히려고도 했다. 또한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가 있을 때마다 부산지역 출마를 권유했다.
그러나 문 전 실장은 “다음 자리를 고민하다 보면 여러 가지를 고려하게 되고, 결국 사심이 개입한다”는 이유로 노 전 대통령의 제안을 거절했다. “크게 정치력을 요구하지 않고 원리원칙대로만 하는 일, 개혁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하겠다”는 청와대 입성 때의 초심을 그대로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