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나는 정신줄 잡기 안간힘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최근 대우건설을 매각키로 함에 따라 그룹 전체에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금호건설 역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금호건설은 모기업이 대우건설을 도로 토해냄에 따라 그동안 야심차게 진행해왔던 ‘재개발 사업에 큰 차질을 빚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한남동 재개발 사업은 금호건설이 수년간에 걸친 사투 끝에 대우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 성공적인 분양을 이뤄냈다. 그런데 최근 대우건설을 매각키로 함에 따라 대우건설과 계속해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지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다. 뿐만 아니라 금호건설은 최근 상도동11구역 재개발 비리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나 이곳 주민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때문에 이래저래 위기에 처한 금호건설은 달아나는 정신줄을 부여잡기 위해 안간힘이다.
금호건설 ‘한남 더 힐’ 개발, 대우건설 매각으로 좌초 위기
상도11구역 재개발 비리에 금호건설 연루사실 일부 드러나
상도11구역 재개발 비리에 금호건설 연루사실 일부 드러나

이로 인해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불과 얼마 전까지 만해도 형제건설사인 대우건설과 6000억원대 규모의 본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약정을 맺고 컨소시엄을 구성, 한남동 재개발 사업에 막판 피치(Pitch)를 올렸던 금호건설이었다.
‘한남 더 힐’ 개발, 난관 봉착
당시 금호건설이 대우건설을 끌어 들인 이유가 대규모 지급보증을 서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는데, 만일 대우건설이 매각 후 사업에서 발을 빼게 된다면 금호건설로서는 감당키 어려운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물론 금호건설이 한남동 일대에 짓기로 한 최고급 민간 임대주택인 ‘한남 더 힐’이 사상 최고의 분양가를 기록하며 분양을 거의 마무리 지은 상황에서 대우건설이 단순히 ‘형제기업’이 아니더라도 ‘사업성’이 있는 사업장이라고 보여지는 만큼 계속해서 함께 사업을 진척시켜 나갈 것이란 게 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하지만 모를 일이다. 대우건설 인수자가 어떤 판단을 내릴 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넘기는 조건으로 인수자에게 금호건설과의 한남동 재개발 사업 공동 진행을 옵션으로 내걸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금호건설 홍보실 관계자는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단정 지을 수 없겠지만, 현재로선 대우건설이 매각되더라도 계속해서 한남동 재개발 사업을 함께 진행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그동안 한남 더 힐 개발 사업을 진행하면서 편법 분양 의혹에서부터 떳다방을 통한 불법거래 등 온갖 악재를 물리친 금호건설이 이번 위기를 어떻게 모면할 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시행사 로비자금 대준 ‘금호’

사실 상도동 11구역은 오래전부터 금호건설이 비리의 핵심으로 종종 거론돼 왔던 곳이었다. 비리의 배후에 금호건설이 있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돌았는데, 금호건설은 이때마다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금호건설 홍보실 관계자는 당시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검찰 수사에서도 무혐의를 받았다”며 “항간에 떠도는 소문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발뺌했었다.
하지만 최근 검찰의 오랜 수사결과 소문의 실체가 어느 정도 드러남으로써 더 이상 발뺌할 수 없는 궁지에 몰렸다.
지난 1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김기동)는 상도동11구역 재개발 사업과 관련, 60억원대 자금을 토지매각 결정권자 및 구청 공무원 등에게 제공한 혐의로 시행사 ‘세아주택’ 대표 기모씨(61)를 구속 기소했다. 기씨는 PF자금 중 27억여원을 횡령하고, 이해 관계자들에게 로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등에 따르면 세아주택의 PF대출 지급보증을 금호건설이 서는 과정에서 금호건설 K차장은 시행사와 결탁한 정비업체 ‘리보아이앤지’ 대표 이모씨로부터 지급보증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6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따라서 항간에 떠돌던 비리의 배후에 금호건설이 있다는 소문은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이 곳 주민들은 “금호건설이 상도동11구역 재개발 사업에 민간시공사로 참여하기 위해 시행사 등에 로비자금을 대 준 꼴”이라며 맹비난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금호건설 홍보실 관계자는 “현재 검찰이 수사 진행 중이라 딱히 할 말은 없지만, 만일 K차장이 돈을 받았다면 그에 합당한 문책을 단행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여하튼 금호건설이 지금 같은 상황에서 한순간이라도 정신줄을 놓게 된다면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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