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 안 가리고 밀어 붙이더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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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지보상제 급 철회한 서울시교육청


‘촌지포상제’가 8일 만에 철회됐다. 서울시교육청이 촌지교사에 대한 대응책으로 지난 3일 입법예고까지 한 조례안을 ‘청렴한 교육공무원의 사기 저하와 교원 이미지의 실추를 우려’로 조용히 철회한 것. 하지만 입법예고 전부터 찬반논란에 휩싸이며 사회적 논란이 됐던 촌지포상제는 이러한 정책에 반대했던 사람들마저 그들의 말 바꾸기에 반색을 드러내고 있다. 때문에 우려가 있는 정책을 시행하려 했던 시교육청의 미숙한 행정에 대한 비난이 줄을 잇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본지가 “교사의 촌지수수를 뿌리 뽑겠다”는 처음의 강경했던 행정부처 목소리가 자취를 감춘 배경에 대해 알아봤다.

▲ 영화 '선생 김봉두'에서 촌지가 오가는 장면.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을 뜻하는 촌지. 언제부턴가 이러한 촌지의 의미가 퇴색되기 시작했다. 학생들을 상대로 교사와 학부모의 은밀한 거래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권익위원가 지난 3월 조사한 자료를 보면 학부모의 18.6%가 지난 1년 사이 교사에게 촌지를 준 것으로 나타나 여전히 촌지는 고질병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와 학부모의 검은 돈을 막는 ‘촌지신고포상금제도’를 실시하기로 한 것이다.

가열된 촌지보상 찬반논란

하지만 조례안은 입법예고 시점부터 교원단체 등의 거센 반발에 부딪쳤다.

이에 대한 찬반논란 또한 치열했는데, 대체로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들 간의 대립이었다.

교원단체가 교원 이미지 실추와 사기저하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면 일부 학부모단체는 끊이지 않는 촌지 논란을 해결하기 위한 필요악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촌지 교사에 대한 대응책 ‘촌지보상제’…서울시교육청 8일 만에 철회해
그 배경엔…교원단체들 철회요청과 미숙한 정책, 역기능 해소 대책 없어


사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3일 입법예고한 촌지포상제는 “촌지수수, 급식 및 입찰 비리 등 소속 공무원과 교육청 파견 근무자의 부조리 행위를 신고하는 공무원이나 일반 시민에게 최고 300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금품향응 수수는 해당 액수의 10배 이내, 직무 관련 부당이득은 추징·환수액의 20% 이내, 청렴성을 훼손한 신고는 3000만원 이내의 보상금을 주도록 한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교직사회에서 촌지를 근절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모두 동의하지만 교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서는 안된다”며 “보상금을 노린 악의적인 신고가 남발되면서 양심적인 교사들까지 큰 상처를 입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더욱이 신고 주체를 내부 공무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에게까지 확대한 이 정책은 16개 시·도 교육청 중 인천시교육청에 이어 두 번째인데다 인천시교육청 역시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는 서울시교육청의 청렴도가 전국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까지 감안한다면, ‘촌지를 준 당사자에게 그 사실을 신고하라는 것’과 다름없는 ‘촌지보상제’가 효과적으로 실현될지에 대한 우려가 내제돼있었다.

▲ 서울 종로구에 있는 서울시교육청 건물.

고질병 촌지, 보상제는 글쎄

하지만 시교육청은 이러한 우려를 뒤로한 채 당초 예정했던 ‘촌지보상제’를 지난 3일 입법예고 했다.

더욱이 이 정책은 교육위원회와 시의회 심의를 거쳐 이르면 11월께 시행할 방침이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교사들 촌지문제뿐만 아니라 교육관련 공무원들의 납품비리 등 구조적 비리를 막기 위한 획기적 대책마련이 불가피하다”며 “이번 조치로 교육계의 투명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때문에 이러한 정책에 대해 찬성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는데 그들은 대체로 “대전 등 일부 지역에서 시행중인 ‘내부 공익신고 포상지급 조례’로는 교직사회의 ‘제식구 감싸기’에 머물고 있다”며 “교사들이 솔선해서 촌지 거부를 실천했다면 강력한 규제방안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이번 정책을 옹호했다.

하지만 일부 교육 전문가들은 “촌지 수수가 마치 교사들의 일반화된 관행처럼 확대 왜곡돼 교사가 의심의 눈초리로 신고해야 할 존재로 전락하게 된다면 교사들이 자긍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교단에 서기 힘들 것“이라며 “신고와 고발이 난무해 교사와 학생, 학부모 간의 기본적인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진 학교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기대하기란 어렵다”고 지적했다.

말 바꾸기의 달인, 시교육청

그러던 중 시교육청이 지난 10일 불현듯 최근 입법예고한 ‘부조리 행위 신고보상금 지급에 관한 조례안’을 철회키로 했다고 밝히면서 또 다른 논란이 가열됐다.

이는 부작용에 대한 사전검토 없이 입법예고를 한 것과 다름없어 창의적인 정책을 해야 될 행정부처가 구태의연한 징벌식 정책을 무책임하게 반복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6년에는 국회가 촌지 근절을 위해 학부모의 학교 출입까지 통제하는 법을 제정하려가 그만두기도 했는데, 이 역시 이러한 교육행정의 안일한 정책이 철회의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건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입법 취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청렴한 교육공무원과 교육청 소속 공무원의 사기 저하와 교원 이미지 실추, 무차별적 신고로 인한 인권·교린의 침해 우려가 있었다”고 거듭 철회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은 한국교총 등 교원단체들로부터 입법예고 전부터 거론된 말들인데다, 오히려 그들의 철회 요청이 이번 철회의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었다.

때문에 교원단체들은 이번 철회에 대해 “무차별 신고 등 예상되는 역기능을 어떻게 해소할 지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었다”며 “서울시교육청의 미숙한 행정 정책이 전체 교육행정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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