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부동산 대박설에 휩싸였음에도 자못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아니 이상하리만치 민감한 반응마저 보이고 있다. 최근 대한항공의 100% 출자회사인 (주)제동레저는 회사가 보유한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일대 140여만평 토지가 매입당시 지가와 비교해 두 배 이상 상승, 부동산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는 설이 파다하다. 하지만 정작 대한항공이나 제동레저 측은 “전혀 그런 일이 없다”며 펄쩍 뛰고 있다. 왜 이같은 반응을 보일까. 본지가 그 이유를 알아봤다.

대한항공 100%출자회사‘제동레저’소유의양평군 일대 140여만평 토지 매각설 ‘모락모락’
업계 온갖 추측 난무 … 올 초 이사로 선임된 조원태 상무의 지배구조 강화 실탄 마련용?
국내 항공업계를 주름잡고 있는 대한항공은 꼭 하늘길 장사만 하는 건 아니다. 육지에서는 여느 기업과 마찬 가지로 땅장사도 겸하고 있다. 사실 이게 놀라울 것도, 비난받을 일도 아니지만서도 대한항공의 주력 사업이 아니다보니 관심이 집중되는 듯하다.
부동산 대박설 나온 이유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아무도 없다. 본지는 양평군 일대 몇몇 부동산중개업소에 문의해 본 결과 한 중개업자로부터 소문이 어느 정도 신빙성 있음을 짐작케 하는 얘기를 접할 수 있었다.
이 업자는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제동레저가 소유한 이곳 산21번지 일대 토지는 현재 거래가로 250억여원 정도”라며 “하지만 성사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유는 (내가 알기로는)한때 부동산 브로커를 끼고 (제동레저 혹은 대한항공)회사관계자들과 협상을 벌였다가 가격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무산됐기 때문에, 회사 관계자들이 화가 많이 나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단 매입의향서를 보내면(내가 알고 있는 사람을 통해)회사 관계자와 다리를 놓아 줄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여하튼 이 업자의 얘기가 진실유무를 떠나 시장에서 이같은 매각설이 나돌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인 듯하다.
그렇다면 대한항공과 제동레저 측은 굳이 이를 부인하고 있을까.
일단 첫번째 의문점은 ‘왜 이같은 설이 나왔느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기획부동산업체를 비롯한 투기꾼들에 의한 지가 띄우기를 위한 수작이라고 추측한다. 이 일대 토지가 대기업에서 보유한 토지이므로 안정성이나 수익성측면에서 뛰어나 투자에 적합하다고 선전하면 이 일대 지가를 단번에 띄우는 효과를 누리게 되기 때문. 실제로 이 같은 소문이 나온 후 이 일대 지가는 소폭 상승한 것으로 전해진다.
두 번째 의문점은 만약이라는 가정 하에 실제로 거래가 진행되고 있다면, ‘왜 대한항공과 제동레저는 감추려고만 하는 가’이다. 일각에서는 ‘협상이 물밑에서 진행되다보니 행여 협상에서 불리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해서라고 추측한다.
실제로 제동레저가 이 일대 토지를 매입한 시점은 지난 2005년 10월. 당시 법정관리에 있던 대림수산(현 사조대림)이 기업 회생을 위해 이를 매각했고, 제동레저가 120억원에 사들였다. 이후 제동레저는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조달을 해 2007년에 잔금을 모두 치렀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른 지금 이 토지는 부동산 시장에 무려 두 배 이상이 부풀려져 매물로 나오게 됐다. 이 때문에 매수 의향이 있는 자에겐 고민을 하게 만들고, 혹여 매수가격을 낮추려고 하다보면 협상 자체가 결렬 될 수 있기 때문에 대한항공와 제동레저로선 감출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제동레저는 뭐하는 회사?
하지만, 이보다 더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은 ‘제동레저’란 주식회사 자체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제동레저는 지난 2003년 2월24일 대한항공이 100% 지분 투자해 설립된 회사로써 주 사업으로는 골프장 운영업 및 음식숙박업 등이다. 최근 매각설이 난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용천리 산21번지 외 16필지 등 이 일대 140여만평을 대림수산으로부터 사들인 이후 특별한 사업은 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제주도 제주시 이도동에 있는 대한항공 빌딩 7층에 본점을 둔 제동레저는 조항진 대표이사 외 이사 2명, 감사 1명이 임원진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 모두 현재 대한항공 임원들이다. 나아가 매각설이 시장에 나오기 전인 올 3월,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외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상무가 제동레저 이사로 선임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별달리 하는 일도 없는 회사에 그룹의 황태자가 이사로 선임됐고, 이후 회사가 보유한 토지 매각설이 나온 것과 특별한 연결고리가 있을 것이란 의혹(?)어린 눈길을 보내고 있다.
따라서 대한항공이나 제동레저로써는 일각의 이같은 시각이 부담스러워 토지 매각설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조 상무와는 무관”

일각에서는 조 상무가 뜬금없이 제동레저의 이사로 선임된 것과도 연결짓는 시각도 있다. 최근 한진그룹이 조 상무 중심의 지배구조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제동레저는 조 상무의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활용목적 회사이며, 제동레저를 통해 마련한 돈 역시 조 상무의 지배구조 강화에 사용할 것이란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조 상무와 연결 짓는 것을 상당히 꺼려하는 눈치이다. 대한항공 홍보실 관계자는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매각계획 자체도 없을뿐더러 매각설과 조 상무의 이사 선임건과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이번 부동산 매각설 논란에 대해 짧게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