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의 자회사인 농협목우촌이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 목우촌이 경기도 안성의 한 지역농협과 육우 군납 계약을 체결했다가 불과 20여일 만에 일방적으로 계약 파기를 한 것을 두고 세간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는 것. 더욱이 목우촌은 세간의 질타에도 불구하고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내외부 입단속에 나선 것으로 보여 세간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목우촌은 계약 파기에 따른 농가의 원성이 높아지자 “농가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직접 육우를 사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일각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오히려 농가에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줄어들 것이란 거다. 이에 본지가 목우촌의 육우 군납 계약 파기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게 일고 있는 내막을 취재해 봤다.

농협중앙회 자회사 ‘목우촌’…삼죽농협과의 육우군납계약 파기해 뒷말 ‘무성’
목우촌, “군납 관련 법상 제3자 개입 안돼 계약 파기, 문제될 거 없다” 주장
삼죽농협,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은 어디로 가고 “농가에 피해만 없게…”
너도나도 입 꽉 닫아…일각, “농협중앙회, 삼죽농협에 압력 가했다” 의문제기
지난 1995년 육가공공장 개장을 시작으로 돈·계육가공사업은 물론, 냉동식품, 햄·소시지 가공식품, ‘또래오래’ 등의 프랜차이즈 사업까지 진행하며 종합식품회사로 거듭나온 농협목우촌(이하 목우촌)이 세간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한 지역농협과의 마찰 때문. 목우촌은 지난 7월11일 경기도 안성시 소재의 단위지역농협인 삼죽농협에 육우 군납 납품계약을 취소하는 공문을 보냈다. 계약과정에 제3자(유통업체)가 개입했기 때문에 계약을 취소한다는 것.
이에 목우촌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에 삼죽농협 측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마찰이 시작됐다.
애먼 3자 끌어들여 계약파기?
목우촌과 삼죽농협 등에 따르면 목우촌은 지난 6월18일 삼죽농협으로부터 1년간 4500여두(소나 말 따위의 짐승을 세는 단위)에 달하는 육우를 납품받을 것을 계약했다. 상호 불성실행위 또는 약정 위반사항이 없는 한 1년씩 계약을 자동연장 한다는 육우구매 공급 약정서를 체결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삼죽농협은 약정서 체결이후 19~24개월령 생체중량 550~760㎏, 지육중량 320~500㎏ 육우 8두(1차)를 지난 7월1일 목우촌에 납품했다. 또, 삼죽농협은 목우촌의 구매 물량 지시에 따라 다음달 1일부터는 1일 2차씩(16두)을 공급할 계획을 세웠다.
뿐만 아니라 삼죽농협은 원만한 납품을 위해 육우 군납시 도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 처리를 위해 업체를 선정, 이 업체로부터 1억원의 보증금을 예치 받아 육우 출하를 희망하는 축산 농가에 1차당 100만원씩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우 납품을 위해 만발의 준비를 갖춰 나갔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육우 납품 과정에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목우촌이 지난 6일 사료업체로 알려진 T사가 개입됐다는 이유로 삼죽농협 측에 일방적인 계약 파기 의사를 전한 것이다. 이와 함께 목우촌은 T사가 목우촌과 계약을 맺은 계약자인 것처럼 전단지를 배포해 군납 중단 등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본지와 지난 22일 만난 목우촌 마케팅전략부 원성훈 팀장 역시 “군납 관련 법상 제3자의 개입이 금지되어 있다. 삼죽농협은 T사에 이름만 빌려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계약파기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목우촌의 모회사인 농협중앙회의 관계자 역시 “지역내 여러 조합들과 얘기 끝에 삼죽농협이 계약 조건에 가장 근접해 당시 육우 군납 계약을 맺었지만, 중간에 제3자인 유통업체가 개입되는 바람에 계약이 파기된 것”이라고 말했다.
즉, 계약 파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 목우촌과 농협중앙회의 입장이다.
목우촌, 3자개입 알고 있었다?
그러자 삼죽농협 측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목우촌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을 뿐더러 계약 파기 사유 역시 납득할 만한 것이 아니란 거다.
이에 삼죽농협 측은 “물리적 충돌은 물론 법적 대응까지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계약 파기의 문제를 제공한 것으로 지목된 T사 역시 발끈하고 나섰다. 계약 당시 목우촌과 삼죽농협 관계자 모두가 다같이 있는 자리에서 계약서를 작성했기 때문에 이제 와서 제3자 개입을 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당시 목우촌 관계자가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동을 한 것 같다”며 말끝을 흐렸다.
목우촌의 원 팀장 역시 “애초에 계약을 담당한 A 팀장이 계약건을 위로 올렸을 때 이미 잘못된 부분임을 지적했었다”고 말했지만, 잘못된 계약이 승인된 이유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결국, 목우촌 측에 따르면 군에 납품될 육우의 계약체결을 담당하는 부서인 한육우사업단의 단장이 2개월여 동안 공석이었고, 단장을 대신해 업무를 보던 A 팀장이 상부의 잘못됐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를 인지하고 바로 삼죽농협 측에 계약 파기를 공지하게 됐다는 거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잘못을 저지른 직원에게는 이미 내부적으로 징계처벌을 내린 상태”라며 “해당직원은 대기발령이 내려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작 이번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해당 부서 한육우사업단의 임한종 단장은 본지가 여러번 취재를 요청했으나 완강히 거부했다.

이와 함께 다른 일각에서는 목우촌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 내막에는 또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이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삼죽농협과의 계약이 파기 되자마자 안성 내의 또다른 조합인 안성축협과 육우 군납 계약이 모색되고 있다는 말들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미 안성축협과도 오래전부터 육우 군납 계약이 논의됐었던 만큼, 농협중앙회의 조합도 아닌 삼죽농협과 목우촌의 군납 계약이 체결되자 조합들의 반발이 발생했고, 이에 목우촌도 삼죽농협과의 계약을 파기하게 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원 팀장은 “안성축협과는 어떤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지역내 조합 8개 모두와 논의가 이뤄지면 모를까, 안성축협과의 단독 계약은 없을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취재를 거부하겠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어차피 삼죽농협도 같은 농협인데 자꾸 기사가 보도되면 농협끼리의 싸움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의 취재는 거부하겠다”며 “우리는 농가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육우를 직접 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목우촌의 주장대로 농가의 육우를 일대일로 직접 매입하면 농가들의 피해는 줄어드는 것일까. 왜 목우촌은 다른 육우 납품 조합 선정이 아닌 일대일 계약 체결을 선택하게 된 것일까.
이에 대한 육우 관련 관계자들의 입장은 냉담하기만 했다. 개별 농가가 목우촌과 군납 육우 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오히려 불리한 내용이 더 많다는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개별 농가가 조합 등을 거치지 않고 바로 목우촌에 육우를 납품하게 될 경우 도축은 물론 그에 따른 부산물처리비용, 유통비용 등을 농가가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농가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다른 일각에서는 “목우촌이 조합을 거치지 않고 농가와 일대일로 계약을 체결하려 하는 것은 조합을 거칠 때보다 마진이 많이 남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더욱이 계약 파기를 당한 당사자인 삼죽농협 측 역시 물리적 충돌은 물론 법적 대응까지도 불사하겠다는 처음의 의지와는 달리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 또다른 의혹을 낳고 있는 실정이다.
부당한 일방적 계약 파기에 강경한 대응을 펼치겠다던 삼죽농협 측이 본지와의 인터뷰 거절은 물론 그동안의 입장을 바꿔 “농가에만 피해가 없도록 해 달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농협중앙회 담당 직원들이 수차례 삼죽농협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삼죽농협에 어떤 압박이나 회유 정책을 쓴 것이 아니냐”며 “수억원에 달할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 당하고도 삼죽농협 측이 몇 주만에 입장을 바꾼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압력행사는 없었다”고 딱잘라 말했다.
마치 ‘함구령’이라도 내려진 듯 이번 목우촌의 육우 군납 계약 파기에 대해 당사자들이 입을 굳게 다물자, 이를 바라보는 일각의 입은 더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풀리지 않는 의문들로 인해 오히려 뒷말이 무성하게 일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세간은 사건의 잘잘못을 따지기는커녕 무조건 덮어두기 바쁜 목우촌의 행태에 볼멘소리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