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보다 사기가 더 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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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탤런트 출신, 희대사기꾼으로 변모한 사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고수익 보장을 미끼로 자금을 불법적으로 모집하는 유사수신행위가 성행하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엔 아역탤런트 출신으로 방송계 인맥을 과시하며 유사수신을 벌인 A늘드림컴퍼니(이하 늘드림컴퍼니)의 김모(59)대표가 경찰에 검거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정부는 대부, 방판, 유사수신행위를 서민경제를 해치는 악덕범죄로 보고 세무서에 특별단속반을 설치하는 등 유관기관과 연계해 범죄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경찰의 단속망을 요리조리 피해 그 피해는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가고 있다. 이에 본지가 최근 유사수신으로 경찰에 붙잡힌 아역탤런트 출신 김씨가 천억원을 꿀꺽한 희대의 사기꾼으로 변모한 사연을 집중 취재해봤다.

▲ 영화 '인사동 스캔들'의 한 장면.


아역탤런트 출신인 김씨가 유사수신행위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지난 13일 인천삼산경찰서에 전격 불구속됐다.

경찰은 또한 김씨가 운영하는 늘드림컴퍼니의 바지사장 격으로 알려진 A씨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간부 B씨등 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고수익 보장 미끼, 불법적으로 자금 모집하는 유사수신행위 성행
아역탤런트 출신인맥 이용해 투자자 유치, 1200억원대 수익 올려

지난 20일 본지가 만난 수사 지능 2팀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지난 2008년2월부터 8월까지 서울 서초구의 한 사무실에서 투자설명회를 열었다”며 “방송제작과 뉴질랜드 목장사업 등에 투자하면 높은 배당액을 주겠다고 꼬득여 투자자들에게 60여억원을 받아 가로챈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김씨는 이 과정에서 아역탤런트 출신이라는 인맥을 이용해 자금을 끌어 모았으며 그 피해자수도 3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방송계인맥이용 쉬워

유사수신업체를 운영했던 김씨.

사실 김씨는 지난 13일 유사수신행위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될 당시 병원에 있었다.

20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된 그는 현재 욕창으로 서울 도봉산에 있는 국립재활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김씨는 이미 유사수신행위로 구속됐다가 구속집행정지(피고인에게 질병, 임신이나 기타 중요한 사유가 있을 때 석방시키는 제도)된 상태였다.

결국 김씨는 이번 사건의 혐의까지 더해져 5년형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김씨는 늘드림컴퍼니를 세우기 전 B엔터테인먼트로 유사수신행위를 해 960억까지 벌여 들인 희대의 사기꾼”이라며 “방송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아주 유명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김씨가 방송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유명한데에는 자신이 아역출신이라는 인맥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사극드라마 ‘인영왕후’와 ‘한명회’에 출연했던 것을 빌미삼아 유사수신 회원들을 유치했을 뿐 아니라 방송계인맥에게 투자설명회까지 시켰다.

경찰에 따르면 “제작발표회를 방송국 허락 없이 맘대로 열어놓고 돈을 지급하지 않아 한 방송국 부장은 그를 방송국에 얼씬도 못하게 했다는 일화를 전했다”며 “투자설명회를 한 유명개그맨의 경우 계약한 돈을 받지 못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고 전했다.

증거확보 어려워

사실 그가 960여억원의 자금을 끌어 모았던 B엔터테인먼트의 경우 그 회원수가 3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윗돌 빼 아랫돌 막는 회사 운영, 경기침체 속 중·장년 서민 타겟
명의 도용으로 단속망 요리조리, 걸리면 다른 이름으로 회사 설립


특히 이번사건의 피해자역시 전 사건의 연장선상에 있어 결국 김씨가 유사수신을 통해 끌어 모은 돈은 1200여억원에 달하며 그 피해자수도 3300여명에 달한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처럼 문제가 됐던 유사수신업체의 대표인 김씨가 이름을 바꿔가며 다른 회사를 설립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처음부터 그를 명의선상에 두고 수사를 진행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고 해당당국의 수사행태를 비난하고 나섰다.

실제로 경찰은 “우리가 늘드림컴퍼니에 갔을 때 이미 모든 컴퓨터가 폐쇄조치 됐다. 김씨의 명의로 된 자료가 하나도 없어 정황만을 가지고 피의자를 찾아 나섰다”며 “법인계좌의 입출금 기록을 통해 자금집행은 알 수 있었지만 주도자가 김씨라는 것을 피력할만한 증거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는 김씨가 A엔터테인먼트 인수전 C사와 D사라는 음향관련 법인회사를 넘겨받으면서 명의를 도용하는 법을 터득해 늘드림컴퍼니를 운영할 당시에는 아예 명의를 차용한데다, 계좌도 법인계좌를 사용해 그의 이름으로 된 통장에 돈이 입금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그의 명의로 된 자료가 없어서 경찰의 수사가 난황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경찰은 피해자들이 피해사실을 말하지 않아 곤혹을 치루기도 했다.

이는 김씨가 엘리스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할 당시 1000억원대 지분을 인수해 사들인 건물이 일종의 방파제역할을 한 것이다. 이를테면 투자자들에게 투자유치를 종용하며 “배당액을 잃게 되면 내가 인수한 건물이라도 팔아 변제해주겠다”는 식이었다.

그래서 일부 투자자들은 “경찰에 피해사실을 털어놓기 보다는 김씨에게 배당액을 돌려받기를 기다리는 것이 낫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찰은 “A씨의 경우 5억원의 돈을 투자유치 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피해사실을 숨겼다”며 “결국 입출금통장을 가지고 자백을 받아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 아역탤런트 출신인 김씨가 유사수신행위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지난 13일 인천삼산경찰서에 전격 불구속됐다.

다단계 방불 유사수신

이렇듯 그가 피해자들을 좌지우지 한 데에는 남다른 사기기질과 아역 탤런트라는 인맥이 한몫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투자자 유치는 주로 투자 설명회나 입소문을 통해 이루어졌다”며 “투자설명회는 김씨와 친분이 있는 유명 개그맨에 의해 진행되기도 했다. TV를 통해 얼굴이 알려진 것을 이용해 투자자들에게 신뢰감을 형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투자내용은 주로 방송제작사업과 뉴질랜드 목장사업에 치중해있었다.

투자형태는 보상플랜으로 배당액이 100만원 이상이면 20주에 투자원금의 140%를, 100만원 미만이면 20주에 투자원금의 120%를 지급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때문에 투자자들은 10%라는 차익으로 빠른 시일 내에 돈을 많이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되는 140%의 투자플랜을 많이 이용했다.

이렇게 김씨 등은 300여명에게 1000만원에서부터 3억원까지 투자유치를 하게해 총 60여억원을 유사수신 한 것이다.

특히 이들은 다단계의 형태를 띠고 있어 투자자들이 또 다른 투자자들을 양산하게끔 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다단계가 상품 판매나 영업사원 모집으로 할당액을 받듯 투자자들은 수익이 오른 통장으로 투자유치를 유도해 그에 대한 후원수당을 지급받는 식이었다.

후원수당은 배당액의 5%에서 10%정도로 투자자들을 많이 끌어오면 “추천인의 이름에 더 많이 올려주겠다”며 투자자유치에 힘을 기울이게 했다.

때문에 지난 2008년 2월부터 8월까지 단기간 내에 60여억원이라는 돈을 끌어 모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피라미드식 투자유치가 한몫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찰은 “그들은 처음에 돈을 많이 뿌려 투자자들을 모은 다음, 나중에 온 투자자들의 배당액을 빼서 원래 있던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지급했다”며 “한마디로 윗돌 빼서 아랫돌을 막는 식으로 회사가 운영됐으며 회사가 실질적으로 투자를 하는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회사에선 기하급수적으로 회원을 확보해야 회사가 운영될 수 있었다.

거기다 일부 손해를 본 사람들은 다시 투자 유치자들을 모으는 등 다시 다단계 행태로 돌입하게 되는 형태를 띠고 있어 “이를 만회 하겠다”며 악순환의 구렁텅이에 빠져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의 대부분이 50대 이상의 가정주부나 은퇴한 노인들로 이루어져 경제 사정이 넉넉하지 않는 서민들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때문에 경찰은 “투자유치 대상이 중·장년 서민층이 많았다”며 “서민들의 좋지 않은 주머니 사정을 노리고 그들의 허황된 욕심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 이번범죄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엎질러진 다음에야

하지만 그러한 지적을 한 경찰 역시 주도자인 김씨가 불구속된 상태(2007년 8월 이후)에서 지난 2008년2월과 8월 사이에 일을 벌여, 경찰이 범죄자에 대한 차후관리부분이 소홀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이는 이번사건의 초기발견역시 행정부처의 선행단속이 아닌 피해자의 신고를 통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찰은 이에 대해 현실적인 어려움을 털어놨다.

경찰은 “정부가 행정부처에게 경제안정의 일환으로 민생경제사범의 집중단속을 요구하면 경찰은 민원신고 된 내용 중에 문제가 될 만한 것을 선별해 조사를 나서는 식으로 수사가 진행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사업설명회나 투자설명회에 직접 가서 들어보기도 하지만 이게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회사인지 아닌지를 사실상 구별해내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은 “피라미드 사기꾼들은 마약 중독자처럼 실형을 살고 나와도 또 범죄를 저지른다”며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실 검찰은 불법 피라미드 업체 관련자 및 현황 자료를 올해 초부터 테이터베이스(DB)화해 일괄 입력 관리해 동종 사범의 재발을 철저히 막겠다는 복안을 냈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언급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대책마련이 시급했다.

특히 업체들의 유사수신행위는 금융관련업, 부동산 개발업, 해외투자 등이 단골메뉴로 나타났으며 최근에는 공동투자 형태의 창업 붐으로 일정비율의 원금과 수익배분을 약속하는 유사수신행위도 늘고 있다.

따라서 금융 전문가들은 “실적에 따른 수익배분은 유사수신행위에 해당치 않으나 실제 본사들이 설명회를 통해 일정비율을 보장해주는 구두설명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두자손실에 대한 책임을 본인 스스로가 지겠다는 생각 없이 ‘고수익 보장’이라는 미끼에만 현혹되는 투자자들에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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