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로 여성들의 노출이 이어지는 가운데 여성의 속옷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투시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경기침체로 사회가 불안정함에 따라 성적인 호기심을 이용한 판매상술이 기승을 부리는 것. 실제로 사람들은 전쟁 중이나 극한의 어려움에 처하면 성적인 욕구를 통해 불안을 해소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 시 여성들을 성노예로 전락시킨 과거사가 대표적 케이스로 경기침체가 장기화 될수록 여성관련 성범죄가 증가한다는 조사결과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더욱이 이들은 “여성속옷을 볼 수 있다”는 광고로 네티즌들을 현혹시키며 진위여부조차 확인되지 않은 물건을 팔아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본지가 일본산 ‘투시필터’를 중심으로 관음증 유혹하는 투시제품이 경기불황속에 기승을 부리게 된 원인을 알아봤다.

투시안경의 자매품격인 투시필터가 등장했다. 지난 23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 따르면 일본에서 직수입했다는 카메라용 투시필터를 판매하는 사이트가 나타난 것. 19만원에 팔리고 있는 투시필터는 휴대전화 카메라나 디지털 카메라 렌즈부분에 투시필터를 붙이기만 하면 가시광선을 차단하고 적외선만 볼 수 있어 옷 속이 투시 된다는 원리. 이에 서울 광진경찰서는 “사기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같은 날인 지난 23일 수사에 착수했다.
일본산 ‘투시필터’의 실체
s로 시작하는 투시필터 사이트는 본지가 지난 26일 들어가 본 결과 폐쇄됐다.
경찰이 수사를 진행한 지난 23일 이후 자취를 감춰버린 것.
중국산 ‘투시안경에’ 이어 일본산 ‘투시필터’ 등장, 사기극일 가능성 높아
‘투시’ 열망의 원인엔…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심리불안, 성적 욕구로 해소
하지만 인터넷 사이트에는 투시필터를 사고 싶다는 네티즌의 글이 심심찮게 눈에 띠었다.
그들은 대체로 “은밀한 곳을 보고 싶다”는 말로 시작해 “혹시 파는 곳을 알면 알려 달라”는 문의로 끝났다.
한 네티즌이 네이버 블로그에 올려놓은 글을 잠깐 보면 A씨는 “나름대로 여름을 즐겁게 보내고 싶다”며 “혹시 만약 구매하게 된다면 시험해보고 후기를 남기겠다”고 말한 것.
댓글은 대체로 믿지 않는 분위기였지만 투시안경과 달리 투시필터는 카메라 필터의 한 종류로 보이는 효과를 준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이처럼 투시필터 사이트의 답변 코너엔 백여 개의 질문과 실제로 제품을 구입해서 잘 쓰고 있다는 글을 올려놓는 네티즌들이 있었다.
심지어 투시 안경은 사기였지만 이 제품은 일본에서 10년 전 개발돼 판매해온 검증된 제품이라는 공지글까지 띠워 놓았다.
경찰에 따르면 “사이트에는 일본어로 된 일본 현지주소 외에 전화번호 등 판매자와 접촉할 수 있는 경로가 전혀 안내 돼 있지 않아 계좌추적에 들어가 있는 상태”라며 “수사를 더 진행 해봐야 알겠지만 투시안경과 마찬가지로 사기극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결국엔 또 사기극?
사실 이 투시필터는 예전 소니에서 캠코더에 적용했다가 법적대응으로 금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비밀리에 일본 포털사이트인 이베이나 야후저팬에서 팔렸던 것.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포털사이트까지 상륙해 네티즌들을 유혹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거기다 진위여부를 두고 한참 말이 많았던 중국산 투시안경과는 달리 투시필터는 조금 다른 양상을 띤다.
투시필터의 용도는 카메라에 들어가는 IR 필터로 사람이 아니라 풍경용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예컨대 녹색을 찍으면 흰색으로 보이는 원리다.
그래서 녹색 옷 사이에 카드 같은 것을 껴 넣으면 흰색 옷으로 바뀌면서 카드의 숫자가 그대로 비춘다는 게 물건을 구입한 구매자들의 말이다.
거기다 현재 투시관련 기술이 발전한 건 사실.
지난해 미국 공항들에 도입되기 시작한 전신 검색기의 경우 항공기 탑승객의 신체 윤곽을 고스란히 드러내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높다는 비판이 제기됐을 정도다.
하지만 투시필터를 만드는 건 현재 기술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한양대 물리학과의 한 교수는 “필터가 가시광선을 가려버리면 적외선만 쏙 들어와 적외선을 가지고 투시를 할 수 있다는 원리인 것 같은데, 그런 원리대로라면 그나마 볼 수 있는 가시광선까지 가리게 돼 사실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투시안경이나 필터 등으로는 사물을 투시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고 적외선 투시카메라를 비롯한 고가의 특수 장비를 부착해야만 제한적으로 투시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지적이 이미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졌음에도 뻔한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 사람들이 꽤 있다는데 있다.
대체 그들은 왜 그렇게 투시에 열망하는 걸까.
끝없는 열망의 원인엔
실제로 “사람의 나체를 볼 수 있다”는 중국산 투시안경의 경우 그 범인이 붙잡혀 사기극임이 밝혀졌다.
전과 14범인 정모(39)씨가 인터넷 구매사이트를 통해 판 이 안경은 관음증을 유혹한 판매상술 이었던 것.
특히 그는 경찰에서 “중국에 이어 국내에서도 투시안경이 이목을 끌자, 이에 편승해 사이트를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그리고 불과 한 달 뒤 일본산 투시필터가 등장했다.
불특정 다수에게 이메일을 보내 광고를 했으며 그러한 사이트를 타고 들어온 구매자들은 투시필터에 호기심을 보였다.
특히 여성보다는 남성이 구매를 원하는 사람이 많았다.
여성들이 “사실이면 어쩌지”라고 걱정한 반면 남성들은 “나도 보고 싶다”고 했기 때문.
사실 투시와 관련된 말들은 90년대부터 다양한 형태로 언급됐다.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싶은 욕구는 과학의 발전과 함께 실현될 수 있다는 믿음을 준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유행은 거짓말처럼 경기침체와 함께 성행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등 다른 나라 역시 경제 불황 속에서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물건이 등장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케임브리지대학 연구팀이 밝힌 연구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경제위기가 여성들보다 남성들의 건강에 더 큰 해로움을 주고 있다”며 “해고될 것을 걱정하는 남성들이 더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우울증 증상이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기불황이 계속되면 여성들의 치마가 짧아지는 것처럼 남자들은 성적인 곳에 눈을 돌리게 된다”며 “남성들이 우울증이나 스트레스를 성적욕구로 풀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들은 “일부 사람들이 투시 필터를 진짜라고 여기도록 만든 큰 이유가 일견 과학적으로 보이는 ‘적외선을 이용한’이란 광고 문구”라며 “적외선을 이용하면 투시가 가능하다는 통념’과 ‘은밀한 곳을 보고 싶은 욕구’가 결합해 이러한 성적인 호기심을 유혹하는 판매상술이 기승을 부리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