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북권의 랜드마크로 부상하고 있는 종암재개발 구역, 이곳에 한 조합이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개발잉여금을 빼돌려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종암4구역 내 삼성래미안2차(이하 종암래미안 2차) 조합은 조합원 650여세대에 제공할 옵션품목으로 TV와 붙박이장을 일괄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 시세에 비해 40만원~60만원 가량 더 비싸게 납품업체와 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나 조합원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조합원들은 “조합이 부당이득을 취하려는 속셈이 아니냐”며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조합측은 “전혀 그런 사실이 없으며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라며 오히려 억울해 하고 있다. 이에 본지가 이들간 설전(說戰)을 들어봤다.
조합원들, “조합이 TV와 붙박이장 현 시세와 비교해 비싸게 체결했다” 주장
종암래미안 2차는 좋은 입지조건으로 지난해 최고의 분양가를 기록했다.
편리한 교통과 함께 주변 생활편의시설도 풍부해 웃돈까지 붙어 거래되기도 했다. 종암래미안 2차가 들어선 곳은 종암동 78번지 일대로서 종암재개발 4구역에 속해 있다. 규모는 지하2층~지상24층 16개동 1161세대. 분양은 조합원세대(650세대)를 제외한 일반분양과 임대분양으로 이뤄졌다. 현재 입주를 몇 개월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에 있다.
조합, 옵션품목 비싸게 체결?
실제 김씨의 주장대로 조합측은 조합원 650세대에 들어갈 옵션 품목으로 TV와 붙박이장 에 소요될 구매비용으로 각각 10억여원, 24억여원(식탁 추가포함)을 책정돼 있는 것을 지난 6월에 있었던 총회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서 문제는 조합이 납품업체들과 맺은 제품금액이 현 시세와 비교해 현저히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먼저 TV의 경우 조합측은 경기도 의정부 내 LG전자 직매장에서 지난 1월 LG전자 특판팀과 계약 체결했다고 한다. 조합원 650세대 중 567세대(25평, 33평)에 대해서는 42인치 LCD TV(모델명 : LH30FD)를, 83세대(43평)에는 동일한 모델 47인치를 공급키로 했다. 여기서 조합측은 42인치 기준 140여만원에, 47인치 기준 190여만원에 체결했다.
조합원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현재(7월) 시세와 비교해 비싸다고 여긴 것이다. 실제로 조합측이 체결한 것과는 상이하게 똑같은 모델기준으로 42인치의 경우 110여만원, 47인치 경우 160여만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조합원들 중 몇몇은 발품까지 팔아가며 시장 조사한 결과, 650세대 공동구매를 할 경우에 최소 법인가격인 110여만선에 계약 체결됐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에 일부 조합원들은 종암래미안 2차 인근에 위치한 조합 사무실까지 직접 찾아가 따져 물었다. 하지만 조합측은 납품공급계약서를 보여 줄 수는 없다며 돌려보냈다고 한다.
만일 조합원들의 주장대로라면 조합측은 책정된 10억중 3~4억여원의 차익을 남기게 되는 셈이다.
입주예정자 A씨(일반분양계약)는 “조합 총회자료에 따르면 식탁을 포함한 붙박이장 총구매금액은 24억7천여만원 중 순수 붙박이장 구매금액은 17억원”이라며 “이를 조합원 650세대로 나누면 세대 당 260여만원 정도인데, 한샘 대리점 방문 결과 5인정도 공동 구매시 15%까지 할인 해 준다는 것으로 봐선 시중엔 220만원선에서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합이 이렇게해서 대략 2억6천여만원(40만원*650세대)가량 차익을 남기게 되는 결과가 발생한다”며 “조합은 여기에 대해서도 명확한 해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조합원들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조합이 TV와 붙박이장을 현 시세와 비교해 비싼 가격을 체결함으로써 대략 5억~6억여원 가량을 빼돌리려는 속셈이란 것이다.
"오해에서 비롯된 것"
하지만 조합측은 이같은 주장에 대해 “얼토당토 않는 얘기”라며 펄쩍 뛰었다. 지난달 29일 조합사무실에 만난 김영기 조합장은 대뜸 “내가 이 나이에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런 짓을 하겠느냐”며 “일부 조합원들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상당히 억울해 했다.
성북구의원까지 지냈다고 하는 김 조합장은 조합원들의 주장에 대해 요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TV구매 건에 대해선 “TV등을 구매하려면 여러 가지 절차를 밟아야 하는 데, 만일 지금부터 시장조사를 하고 계약체결까지, 여기에 승인절차까지 밟게 된다면 입주 때까지도 TV등을 공급키 어려웠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 때문에 조합은 지난해 말부터 인터넷쇼핑몰, 직매장, 마트 등을 돌며 시장 조사를 했고 그 당시의 시세로 구매 계약 체결했지만, 조합원들이 주장하는 현 시세와 비교하면 당연히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노릇”이라고 반박했다.
김 조합장은 “만일 해당 TV모델이 입주 때까지 생산·판매된다면 그 모델로 공급할 것이며 만일 그 모델이 판매되지 않는다면 다른 최신식 모델로 바꿔 공급할 계획”이라며 “또한 차액이 발생한다면 당연히 청산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돌아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조합장은 붙박이장구매건 역시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샘 붙박이장을 최종 선택한 이유는 샘플하우스 오픈 때 찾아온 조합원들이 가장 많이 선택을 한 것”이라며 “그리고 색깔 역시 벽면색깔과 가장 조화로운 색깔을 선택하도록 했는데, 리갈크림을 가장 많이 선택해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샘플하우스 때 내부 자재와 구조가 다른 것은 미닫이와 여닫이의 차이일 뿐”이라며 “이것도 조합원들의 편의를 위해서 바꾼 것이지 금액을 낮추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조합장은 TV와 붙박이장 구매 계약서를 보여달라는 본지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 “3자에게 계약서를 보여줄 수는 없다”며 끝끝내 거절했다. 또한 정확히 어느 업체와 계약을 맺었는지에 대해서도 대답하기를 꺼려했다.
“이제와 변경키는 어려워”
이에 대해서도 조합측은 “조합 역시 기부체납을 나중에 하려했으나 이미 관할구청에서 어느 부분은 기부체납 하도록 정해 두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성북구청은 “아파트주변 일부 도로가 꾸불하게 된 것은 인근 건물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그렇게 설계를 한 것 같다”며 “이제 와서 변경키는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