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64% "사실상 날치기", 60% "박근혜에 실망"
보수 지지층 마저 시큰둥 당혹스런 한나라당
한나라당이 미디어법 강행처리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비상이 걸린 것이다.
‘승자의 저주’라는 소리도 들린다.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란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리는 현상을 뜻하는 말이다. 미디어법 강행처리 이후 여권의 처지가 이와 비슷하다는 의미다.
미디어법 통과에 이해관계를 함께 했던 일부 거대신문과 미디어진출을 노리는 대기업 마저도 결과를 놓고 시큰둥한 표정이다. 미디어법 처리를 통해 보수 지지층의 세력결집을 꾀하고 향후 국정장악력을 높이려던 여권은 생각지도 못한 ‘저항전선’에 직면한 셈이다.
서울 경기 MB 지지율 폭락 양상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는 전국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MB의 국정수행 평가는 긍정평가가 7월중순때보다 4.4%포인트 하락한 24.7%로 조사됐다. 부정평가는 4.8%포인트 오른 67.3%로 나타났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서울과 인천-경기 등 수도권에서의 MB 지지율은 폭락양상을 보였다. 서울에서만 9.8%포인트, 인천-경기에서도 8.6%포인트 하락했다.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도 긍정평가가 10.6%포인트나 급감했다.
한나라당 지지율은 28.0%로 1.6%포인트 하락한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3.2%포인트 오른 25.6%로 나타났다.
그러나 서울의 경우만 놓고 보면 한나라당 지지율이 7.6%포인트 급락한 반면, 민주당은 9.2%포인트가 올라 한나라당에 대한 수도권 비판여론이 비등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민주당 지지율은 대전-충청 지역에서도 10.2%포인트나 크게 올랐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36.5%로 1위를 차지했으나 지난번 조사때보다 3.5%포인트 떨어져 미디어법 역풍을 맞고 있음을 보여줬다. 2위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15.2%를 기록했고, 이어 정동영 전 장관(10.5%), 정몽준 의원(7.1%),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6.2%), 손학규 전 지사(4.2%), 김문수 경기도지사 및 오세훈 서울시장 (3.1%) 순이었다.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 연구소가 미디어법 처리 직후에 실시한 여론조사 역시 MB의 지지율은 31.1%로 간신히 30%를 넘었다. 지난달 6일 조사 때 지지율 41.2%로 40%를 돌파하면서 한나라당이 상당히 고무됐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11.2%포인트가 낮아졌다.
한나라당의 지지율 26.3%. 역시 6일 조사와 비교하면 9%포인트나 추락한 것. 특히 수도권과 영남 지역의 지지율이 큰 폭 하락했다.
민주당 지지율은 별 변화가 없었다. 민주당은 26.1%로 6일조사 때의 25.7%보다 0.4% 포인트 정도 상승하는데 그쳤다. 한나라당 지지에서 이탈한 표들이 민주당을 지지하기 보다는 무당파로 돌아섰다는 걸 의미한다.
1,000 명을 대상으로 리서치 플러스가 지난달말에 실시한 조사에서는 한나라당 지지율이 23.9%에 그쳤다. 반면 민주당은 28.1%로 한나라당보다 4.2% 포인트 앞섰다. 위의 조사대로라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정국 당시의 지지율 역전현상이 다시 나타난 셈이다.
국민 3명중 2명 미디어법 무효라 생각
더욱 중요한 것은 국민 3명중 2명은 한나라당이 강행처리한 미디어법이 무효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말에 실시한 정기여론조사 결과, ‘미디어법 통과 과정에서 재투표와 대리투표 등 문제가 있어 무효’라는 주장에 대해 64.2%가 ‘공감이 간다’고 응답했다. ‘공감이 가지 않는다’는 의견은 24.1%로 조사됐다.
무효라는 주장은 지역과 성, 연령을 막론하고 우세한 가운데 호남지역과 20~30대 젊은층에서 특히 높았다. 또한 민주당 지지층은 물론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도 무효라는 주장이 더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형오 의장의 직권상정에 대해서도 "부적절한 결정이다"는 의견이 65.2%로 나타났고, 강행처리에 대해서도 "사실상의 날치기로 잘못된 일이다"는 의견이 64.2%로 조사됐다.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서는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 박 전 대표가 보여준 행보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이다.
1,000 명을 상대로 정치전문 컨설팅업체인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지난달말 실시한 조사에서 박 전대표에 대해 57.1%가 ‘미디어법 처신에 일관성과 명분이 없었다’고 답했다. 반면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응답은 32.8%에 불과했다.
부정 응답은 연령별로는 20대(72.7%), 30대(64.7%), 40대(58.3%)에서, 지역별로는 인천-경기(59.8%), 충청(57.3%), 호남(77.9%), 강원-제주(62.9%)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직업별로도 학생층(71.1%)에서 부정응답이 가장 높았고, 성향별로는 진보(74.4%), 중도층(59.0%)에서 비판 여론이 높았다.
박전대표의 처신에 대해서도 ‘부정적’
반면 ‘나름대로 합리적인 판단과 선택이었다’는 응답은 50대(42.3%) 및 60세이상(43.0%), 박 전 대표의 고정 지지층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그러나 한나라당 지지층의 33.4%와 대구경북(TK)의 37.1%가 박 전 대표에게 부정적 평가를 내렸고, 무당파 층에서도 57.2%가 박 전 대표에게 부정적이었다.
비판여론은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추락으로 그대로 이어져, 박 전 대표는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28.2%를 기록하며 20%대로 내려앉은 것으로 조사됐다. 2위 유시민 전 장관(8.7%)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나, 20%대 선호도는 박 전 대표에게 충격적 숫자가 아닐 수 없다.
박 전 대표는 미디어법 직권상정을 앞두고 한나라당안의 수정과 단독처리 반대 입장을 밝혔다가 표결 당일에는 “국민이 충분히 공감할 만한 수준”이라며 찬성입장을 밝혔다.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 박 전 대표의 트레이드마크인 원칙주의가 상당한 훼손을 입은 셈인데, 그 영향으로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도 많이 떨어진 것이다.
이근형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는 “박 전 대표의 정치적 기반인 TK와 한나라당 지지층에서조차 상당수가 박 전 대표의 처신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은 이번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 박 전 대표가 장점으로 내세우는 원칙주의에 손상을 입었다고 보는 것이다. 이같은 이미지 손상은 향후 박 전 대표의 행보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나라당은 이처럼 지지율이 폭락할 걸로는 예상못했다.
다만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라고 ‘자위’하고 있다. 천성관 전 검찰총장 내정자가 도덕성 문제로 낙마한 데 이어 국민의 반대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미디어법을 강행처리한데 따른 민심이반으로 보는 것이다.
강경책도 병행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 4명을 투표 방해 혐의로 고발하는 등 본격적인 고소고발전을 벌였다.
이에대해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가 이에 대해 “미디어법 강행통과 후폭풍에 대한 맞불작전이다. 민주당의 언론악법 무효화 투쟁이 국민적 공감을 얻어가자 한나라당이 당황하고 부랴부랴 맞불작전을 펴고 있다. 한나라당이 이미경, 천정배, 김성곤, 추미애 의원을 고발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미디어법을 날치기한 사실에 도취돼 축제분위기에 있었는데 국민들로부터 시작된 상당한 역풍을 이제야 깨달은 것같다. 국민들은 언론악법이 무엇이기에 한나라당이 날치기까지 하는지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이원내대표는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미디어악법 원천무효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높아지고 있고, 날치기 처리에 대한 비판도 커져가고 있다. 한나라당 지지율 역시 날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어 여당이 부랴부랴 심각성을 깨닫고 대응을 하는 것 같은데 너무 어설프다"고 힐난했다.
분명 한나라당 주류측은 미디어법을 통과를 위해 얻은 것 보다 잃은 것이 더 많아 보인다. ‘미래권력’인 박 전 대표에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이면서 권력누수적 요소를 노출하는 ‘실’까지 범했다. 미디어법 강행의 여파는 10월에 실시되는 재보선에서 민주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MB의 중도실용강화와 서민행보에 기대감을 가졌던 국민들은 이번 미디어법의 국회 강행처리를 보면서 다시 부정적 평가로 돌아서고 있다.
또한 현재의 ‘미디어법 후폭풍’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미디어법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100일간의 장외투쟁에 돌입했다. 국회의 장기파행은 결국 여당 부담으로 돌아온다. 게다가 청와대와 여당이 내건 ‘민생 챙기기’도 단기간에 효과를 내 민심을 파고들기는 쉽지 않다.
문제는 10월 재보선이다. 미디어법 단독처리 이후 격렬하게 대치하고 있는 여야간 충돌은 결국 10월 재보선 민심에 의해 판가름 나게 된다.
민생을 추켜든 청와대와 미디어법 무효화 장외투쟁에 들어간 민주당 중에서 누가 더 여론과 민심의 호응을 받느냐에 따라 재보선의 향방이 갈라지게 된다.
요즘의 추세대로라면 분명 한나라당 보다 민주당이 유리한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