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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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규 검찰총장 내정자


청와대 “김 후보자 유연하고 합리적인 리더십의 소유”...검찰 개혁의 적임자로 평가
인사청문회, 김 후보자도 23억원 고액 재산과 귀족스포츠 취미 등이 핵심 검증 대상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의 낙마에 이어 7월 28일 새로운 검찰 수장에 김준규 검찰총장이 내정됐다. 소통을 중시하는 유연하고 합리적인 리더십의 소유자로서 검찰 조직을 안정시키는 데 적임일뿐더러 검찰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개혁할 수 있는 인물로 판단했다고 청와대는 인선 배경을 밝혔다. 청와대의 ‘전방위 검증’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김준규 검찰총장 내정자. 하지만 지난 3월 관보에 신고된 김 내정자의 재산은 모두 23억여원, 서울 용산의 12억원짜리 아파트를 비롯해 배우자 명의의 2억원짜리 상가와 경기도 평택의 1600만원짜리 밭 등이다. 천성관 전 내정자가 인사청문회의 벽에 막혀 중도 낙마하는 불의의 사태를 겪은 만큼, 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준규 전 대전고검장이 새 검찰총장 후보자로 내정됐다. 막판 신상규 전 광주고검장과 경합을 벌였으나 김 후보자가 검찰 개혁과 국정 운영의 안정적 뒷받침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7월 28일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김 후보자는 소통을 중시하는 유연하고 합리적인 리더십의 소유자로서 검찰 조직을 안정시키는 데 적임일뿐더러 검찰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개혁할 수 있는 인물로도 판단된다”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고강도 개혁 예고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는 7월 29일 서울고검에 마련된 총장 내정자 사무실로 첫 출근을 하면서 “검찰이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며 강도 높은 개혁을 예고했다.
검찰 개혁의 폭과 속도가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 발언이다. 특히 김 후보자가 의사소통을 중심으로 시스템 개선에 심혈을 기울였던 것을 감안할 때 제도개혁에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그는 “검찰에 권력과 권한을 준 것은 누리라는 게 아니라 범죄와 싸우고 국민을 보호하라는 것”이라며 “그런데 검찰이 권력과 권한만 갖고 싸우다 실패했다. 국민의 사랑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검찰을 꾸려갈 구상은 나름대로 준비했다”면서도 “내 구상대로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 후배 등 주변 얘기를 들어보고 구체화해서 청문회 이후 새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 발언과 평소 소신에 비춰 수사관행 변화에 초점을 둔 고강도 개혁이 추진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는 수사 본류에서 벗어나 다른 사안으로 수사하는 ‘별건 수사’나 특정인을 처벌하기 위해 주변을 샅샅이 뒤지는 ‘가지치기식 수사’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김 후보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불러온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존폐와 잘못된 수사관행에 대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예전부터 거론돼온 부패사건에 대한 수사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검찰 안팎의 지적이다.
법조계는 중수부 폐지에 한목소리다. 법무부를 탈검찰화하자는 입장도 같다. 다만, 보수 진보 단체에 따라 대안이 조금 다를 뿐이다.

시민과 함께 하는 변호사들 소속 성빈 변호사는 “중수부는 폐지하거나 기능을 대폭 축소하고 일선 지검의 특수부를 강화해 부패사범 수사를 전담하도록 하는 것이 수사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김선수 변호사도 “정치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대검 중수부를 폐지하고 상설기관으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신설하는 것이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검찰 개혁을 위한 6대 과제와 장기 과제를 제시했다. 시급히 해결돼야 할 과제로는 중수부 폐지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법무부 문민화, 기소권 견제를 위한 재정신청 확대, 공안부 기능 형사부로 이전, 검찰총장추천위원회 구성, 피의사실 공표죄 처벌 강화를 꼽았다.

격식과 권위 따지지 않는 성격

하지만 중수부 폐지에 대해 검찰은 신중한 반응이다 중수부 폐지는 현실적 여건과 수사의 효율성 때문에 어렵다는 생각이다. 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는 수사기관의 기능 중복, 수사권 이원화에 따른 기존 형사사법체계와의 충돌 우려로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다는 평가다.

중수부 폐지 대안으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설치 정도가 거론되는 분위기다. 검토한다면 검찰권의 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기소대배심제 도입은 고려해볼 수 있다는 정도다.

현직 검찰 간부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승진이 남아 있는 지검장과 담당 부장검사는 외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며 “수사심의위원회를 설치, 활용하면 중수부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두고 검찰의 한 관계자는 “소신과 강단을 갖고 일을 추진한다는 평을 듣는 분”이라며 “주변 얘기를 경청하겠지만 압수수색 최소화 등 깔끔한 수사를 지향해 온 것에 비춰 보면 수사지침이나 관행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2007년 3월 대전지검장 취임 때 취임식 대신 취임 파티를 열 정도로 격식과 권위를 따지지 않는 성격”이라며 “검찰도 더 이상 기존 수사 방식을 고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국제법무과장, 주미대사관 법무협력관 등을 지낸 그는 검찰이 추진 중인 선진국의 형사사법제도 도입에도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 법무부 국제법무과장과 주미 한국대사관 법무협력관을 지낸 김 후보자는 외국 검찰의 운영과 수사기법을 깊이 연구해 한국 검찰에 접목했다. 법무실장 시절 해외법령을 일목요연하게 데이터베이스(DB)화한 ‘L시스템’을 개발하는가 하면, ‘미국 조직 범죄의 현황과 연방정부의 대책’을 저술했다.
이같은 점이 김 후보자가 이명박 대통령의 검찰 개혁 요구에 적극적으로 화답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 이번엔 무사히?

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 대해 부담은 없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후보자는 “(천성관 전 서울중앙지검장이)검증을 워낙 철저히 받았기 때문에 오히려 부담이 없다”면서 “어떤 것을 물어봐도 숨김 없이 모두 밝히겠지만 검사로서 부끄러움 없이 살아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피력하고 있지만 향후 어떠한 의혹들이 청문회의 쟁점으로 부상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청문회는 천성관 내정자가 낙마한 직후에 열리는데다 정치권이 도덕성과 능력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특히 23억원이 넘는 고액 재산의 형성과정과 요트, 승마 등 귀족스포츠 취미 등이 핵심 검증 대상이 될 전망이어서 강도 높은 청문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불거진 검찰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 요구사항을 ‘국제통’인 김 후보자가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지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7월 29일 한명관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단장으로 한 청문회 준비단을 조직하고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김 후보자는 12억3200만원 상당의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아파트 한 채(166㎡·약 50평)와 형제들과 함께 경기 평택의 밭(588㎡·1670만원)을 공동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후보자는 이 땅의 3분의 1가량만 지분을 보유했지만, 형제가 주변에 넓은 땅을 숨겨놓았다는 등의 음해를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평택 땅은 큰집에서 관리하던 아버지의 미등기 땅을 뒤늦게 넘겨받은 뒤 미등기 토지에 대한 특별법이 발효돼 등기를 한 것”이라며 “하지만 미등기 상태에서도 재산 신고를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평택은 선산이 있는 연고지로, 근처에 차명으로 땅을 가지고 있다는 음해가 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부인은 서울 종로구 경운동에 2억 2000여만원 상당의 상가 점포를 갖고 있다.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된 예금만 8억7000여만원에 이른다.

김 후보자의 재산 형성 과정과 관련해 아직까지 특별한 문제점이 밝혀진 것은 없다. 하지만 현 검찰의 최우선 과제가 ‘국민 신뢰 회복’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검찰총장 후보자의 거액 재산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청와대가 내정 직전까지도 재산 형성과정 문제로 김 후보자를 후보군에서 배제했다는 말들이 나돈 적이 있어 청문회에서도 재산 문제가 우선적으로 논란이 될 전망이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23억원이 넘는 거액은 검사 월급으로는 평생 모을 수 없는 돈”이라며 “청문회를 통해 재산 형성과정과 도덕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일반인들이 즐기기에는 고가의 귀족스포츠인 요트와 승마, 열기구 타기를 즐기는 것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출신인 김 후보자는 조용하고 성실한 성품이지만 필요할 때는 직언을 할 줄 아는 '외유내강형'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법무부에서 근무한 경험이 풍부한 '기획통'으로 묵묵한 추진력을 갖췄다는 평이다. 수사경력은 검찰내 양대 산맥인 공안부나 특수부와는 거리가 먼 형사부와 기획부서에 주로 근무했다.

특히 주미대사관 법무협력관과 법무부 국제법무과자장 등을 역임하고 국제검사협회(IAP) 부회장으로 선출되는 등 국제경험이 풍부해 '국제통 검사'로 손꼽히고 있다.
1997년 수원 특수부장 재직시절 ‘병원시설자금 비리사건’ 수사와 2003년 수원지검 1차장 때는 '영생교 신도살해 암매장사건' 등을 진두지휘하기도 했으며 세련된 매너로 조직 내에서도 신망이 두텁다.

그의 성격은 격식과 틀보다 자유로운 편이다. 2007년 3월 대전지검장 취임식 때 취임식 관행을 깨고 떡과 과일을 차려놓고 직원과 자축파티를 할 정도다. 당시 그는 “검찰하면 딱딱하고 권위주의적이라는 국민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기호 관행인 취임식과 직원신고를 없애고 간단하고 자연스런 취임 축하모임을 가졌다”며 “취임식 관행은 일제잔재 내지 군사문화”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검찰이 앞으로 상당한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고 반기는 분위기다. 더불어 ‘부드러운 검찰’은 환영할 일이지만 ‘우유부단한 검찰’이어서는 안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약력-
▲서울(사법시험 21회·사법연수원 11기) ▲경기고·서울대 법대 ▲서울지검 남부지청 검사 ▲제천지청장 ▲대검 검찰연구관 ▲주미대사관 법무협력관 ▲수원지검 특수부장 ▲법무부 국제법무과장 ▲법무부 법무심의관 ▲서울지검 형사6부장 ▲창원지검 차장검사 ▲인천지검 제2차장검사 ▲수원지검 1차장검사 ▲광주고검 차장검사 ▲법무부 법무실장 ▲대전지검장 ▲부산고검장 ▲대전고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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