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병동 24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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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中 DJ ‘괴력 과시’, 여의도 정가 바짝 긴장


지난 9일 새벽 DJ 상태 악화 의료진, 가족, 측근들 긴장 최고조, 현재 어느 정도 호전
YS “DJ와 화해한 것으로 봐도 좋다“... 앙숙관계 철산 시사-정치권 통합 계기 될 듯

폐렴으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상태가 지난 9일 새벽부터 정상범위를 벗어나 호흡곤란으로 또 다시 병세가 악화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본 기자를 비롯한 많은 취재진들이 김 전 대통령의 몸 상태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날 비상 체제로 들어간 병원 의료진들의 움직임은 분주했고 이희호 여사를 비롯한 가족들과 측근들 역시 김 전 대통령의 병세에 노심초사하면서 밤을 지새웠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의 병세가 악화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김영삼 전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 및 현재 대립각을 보이고 있는 여야의원 할 것 없이 DJ의 쾌차를 바라며 세브란스 병실을 찾았다. 이러한 병실 풍경은 DJ의 영향력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노장의 파워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리였다.

DJ병세악화, 급박한 병원풍경

병원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지난달 13일 입원한 김 전 대통령은 폐렴 증세가 호전돼 일반 병실로 옮겨졌으나 최근 폐색전증이 나타나 다시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채 치료를 받고 있었다. 패색전증이란 정맥에서 유래한 혈전이 폐동맥 혈관을 막아 폐가 기능을 잃는 상태를 말한다. 지난 9일 김 전 대통령의 상태가 위중하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병원 의료진들은 물론 취재 기자, 각계 인사들의 움직임은 분주했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의 상태를 유심히 지켜보기 위해 박창일 연세의료원장을 비롯해 주치인인 장준, 정남식, 최규헌 교수 등 의료진이 비상체제에 들어갔고, 이희호 여사도 중환자실에서 김 전 대통령 곁을 지키며 긴급 상황을 지켜봤다.

본 기자는 이날 병원 관계자를 만나 김 전 대통령의 당시 상황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그는 “9일 새벽부터 김 전 대통령의 혈압이 떨어지는 등 건강수치가 정상범위를 벗어나 호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강심제를 투여 혈압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이로 인해 혈압이 높아지고 호흡수도 빨리지는 증상이 반복되고 있어 아마도 현재가 최대 고비일 것 같다”고 말했다. 병원 측으로 부터 김 전 대통령의 상태를 전해들은 최경환 전 공보비서관도 기자들과 만나자리에서 “새벽부터 혈압과 호흡 등 건강 수치가 좋지 않아 의료진이 최선을 다해 진료 중”이라며 “경과를 지켜봐야 겠다”고 말했다.

다음날 의료진과 가족, 지인들의 지극 정성 때문인지 김 전 대통령의 병세가 다시 정상범위로 돌아왔다는 소식이 들려 왔다. 10일 병원 측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브리핑을 갖고 “밤새 김 전 대통령의 호흡 등 건강 수치는 확실하게 안정된 상태는 아니지만 일정 수준을 유지했다”며 “혈압상승제는 어제보다 조금 줄인 상태이며 대신 산소공급량을 많이 늘렸다. 하지만 완벽하게 호전됐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고 전했다.

김 전 대통령 측 관계자도 “어제 위급한 상황에 비해 안정을 되찾은 상태며 혈압과 호흡, 맥박, 산소포화도, 체온 등 바이탈 수치가 정상”이라고 안도의 뜻을 전했다. 이어 “의식은 있는데 치료성 호흡기를 끼고 안정제를 투여하고 있어 잠을 자는 상태”라며 “오전 6시30분쯤 이희호 여사가 20분간 면회를 했으며, 새벽에 봤을 때 표정이나 숨결이 아주 편해 보였다. 강단이 강한 분이시니 빠른 시일 내 회복 하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이희호 여사와 장남 김홍일 전 의원, 차남 김홍업 전 의원, 심복인 박지원 민주당 의원 및 동교동계 인사(권노갑, 한화갑, 한광옥, 김옥두 등)들이 본관 9층 중환자실과 VIP 병동 대기실을 오가며 김 전 대통령의 옆을 지켰다.

정계 총집합, ‘화합의 장’ 눈길

지난 9일 김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가 또 다시 악화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여의도 정가는 여러모로 술렁이는 분위기였다. 10일 김 전 대통령의 병세 악화 소식을 듣고 동교동계들을 비롯해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김형오 의장,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 등 정치권 각계 인사들이 총출동해 병문안을 했다.

특히 그동안 김 전 대통령과 앙숙 관계 였 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병원을 찾아 화해의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민주화를 위해 함께 싸웠던 옛 동지의 쾌차를 기원을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병실을 방문해 이희호 여사 등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족과 만나 위로의 말을 전하며 “나와 김대중 대통령은 젊을 때부터 동지 관계였고 협력과 경쟁도 오랜 기간 했다”며 “둘이 합쳐서 오늘의 한국 민주주의를 이룩하는데 큰 힘을 보탰다”고 말했다. 병실에서 15분간 머문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대면하지 못한 채 병원을 떠나면서 “두 분이 화해한 것으로 봐도 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제 그럴 때가 됐지 않았느냐. 그렇게 봐도 좋다”고 말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일각에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병문안은 정치권의 갈등의 불씨를 화합의 계기로 이어지는 전환점이 되지 않겠냐는 기대감을 표출했다. 실제로 다음날 양 김 대통령들의 화해모드로 두 사람을 따랐던 동교동계와 상도동계 인사들도 “갈등의 골로 깊이 파인 정치권이 통합의 길이 되는 계가 됐으면 한다”고 힘을 보탰다. 김덕룡 전 의원, 김무성 의원 등 옛 상도동계 의원들은 병실을 찾아 “지역주의 해소를 제2의 민주화운동으로 생각 하겠다”고 다짐했다. 동교동계 박양수 전 의원도 “앞으로는 서로를 적대시하는 모습 대신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상황을 만들겠다”며 두 계파와 지역 간의 화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노무현 서거 후 DJ로부터 ‘독재자’라는 지탄을 받았던 이명박 대통령도 11일 병실을 찾아 김 전 대통령의 쾌차를 기원하면서 정치권 일각에선 YS의 화해와 더불어 현 정치권의 갈등의 반목을 해소하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김영삼 전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 여의도 정가 및 해외 관료 등 많은 인사들이 DJ를 찾은 가운데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김 전 대통령이 병상에 누워있어도 대한민국 민주 정치의 산증인으로서 그 영향력은 과히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DJ의 영향력은 설문조사에도 잘 나타나 있다. 지난달 25일 동아시아연구원(EAI), 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실시한 ‘제2차 파워 정치인 신뢰도 영향력 조사’에서 DJ는 신뢰도 2위, 영향력 3위를 기록했다. 여기서 눈여겨 볼 대목은 병상에 누워 있으면서도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등과 같은 현역 정치인이 아님에도 불구, 영향력 순위에서는 3위를 차지했다는 건 아직까지 DJ의 정치력은 막강하며 신뢰도 또한 높아졌다는 얘기다.

실제로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 치료 중인 주부 김 모씨는 “김 전 대통령이 같은 병원에서 병마와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대한민국 민주화의 큰 어른이신 그가 빨리 쾌차하셔서 한국 민주주의의 기둥 역할을 건강하게 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하다”고 말해 김 전 대통령의 위상을 재확인 할 수 있었다. 대외적으로도 최근 DJ의 햇볕 정책에 있어 성향이 같았던 미국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방북, 억류된 미국 여기자들이 풀려나면서 북한이 유화적인 제스처 보내고 있는 가운데 DJ의 국제적 위상 또한 동반 상승하고 있다.

이처럼 DJ의 병상 파워는 현(現) 국내 정치와도 무관하지 않다. 현재 보수정권으로 교체된 이명박 정부와 집권여당으로선 盧 전 대통령 서거로 거대한 후폭풍을 맞은 터라 DJ의 돌발변수로 또 다시 위기 국면에 놓일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에 따르면 “DJ의 건강문제로 돌발 사태가 발생하면 민심이 또 다시 동요할 수 있기 때문에 언행에 있어 각별히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역시 지난 주말부터 위급한 상황을 대비해 핵심 관계자들이 비상근무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여수에 열린 예정에 있던 ‘2012년 여수세계박회 개막 1000일 전 기념행사’ 참석을 전격 취소했으며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도 행사를 무기한 연기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지난 달 폐렴으로 김 전 대통령이 병원에 입원 한 것과 관련해 심복인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DJ가 진보세력의 동료였던 노무현 대통령 서거로 깊은 슬픔에 잠겨 몸이 많이 쇠약해져 병세가 악화된 거 같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김 전 대통령은 서거정국 기간 중 MB정부를 향해 ‘민주주의 위기다’라는 발언으로 거침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면서 그대로 지역성을 뛴 보수와 진보의 대립으로 이어져 정국은 혼란스러운 국면에 처했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현재 이명박 대통령이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중도-실용주의가 DJ의 건강 변수에 따라 극한 대립이라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권의 이목은 DJ를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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