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北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재개 등 5개 항목 합의, 남북 개선 단초 제공
현정은 회장 ‘금의환향’...재개, 정치권, 정부 등 긍정적인 평가 현대家에 시선집중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지난 10일 평양을 방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을 통해 교착상태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방북, 5차례 일정 변경 끝에 김정일 위원장과 면담으로 5개 항목에 합의를 했다. 현 회장 방북을 계기로 남북관계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전망이다. 현 회장은 김 위원장과 만나기 위해서 복귀 일정을 하루하루 연기하면서 극적으로 만난 가운데 그의 오기와 뚝심은 국민은 물론 정치권까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김 위원장과 현 회장과의 면담이 성사 된 것과 관련해 일각에선 현 회장이 시어머니 제사도 참석 안할 정도로 만남을 성사시키기 위해 과감히 배수진을 것이 김 위원장을 마음을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5전6기의 승부수 기질 발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 10일 북한에 건너가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무려 다섯 번이나 북한 체류를 연장하면서 김 위원장과 대화를 이끌어 냈다. 기다림의 과정 속에 억류된 아산 직원 유씨가 풀려나면서 남북경색 완화라는 조기성과를 일궈냈다. 하지만 현 회장의 마음속 엔 유씨 석방도 중요하지만 계속 중단된 대북사업 재개라는 확답을 듣기 위해 김 위원장을 만나 단판을 지려고 했는지 도 모른다.
현대 측 관계자들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꽉 막힌 대북사업을 이번 방북 기간 중에 풀지 않으면 점점 미궁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또한 경제적 측면에서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현 회장이 절박한 심정으로 북한에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북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현대아산은 지난해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으로 대북사업이 중단 되면서 총 1500억원이 넘는 매출 손실을 봤다. 협력업체 손실까지 합치면 약 2100억원에 달한다. 이러한 악재 속에 현 회장은 5전6기의 끈질긴 근성으로 김 위원장을 만나 정치적 문제는 물론 경제적 측면에서도 희망적인 메시지를 가지고와 일각에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을 끈질기게 이끌어낸 모습은 고 정주영 회장이 ‘소떼 방북’을 통해 금강산 관광을 시작하던 모습을 연상시키는 장면을 연출했다고 평했다.
현 회장은 북한에 머물면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만나 금강산 관광 등 대북사업 에 대해 긍정적인 논의를 했지만 그 것만으로 부족, 김 위원장을 만나 단도직입적으로 해답을 얻고자 계속 체류 했다는 해석이다. 이러한 해석은 김정일 위원장 면담을 가진 날(16일)이 그의 시어머니 변중석 여사 2주기 제삿날과 겹치면서 현대가(家) 며느리로서 엄격하기로 소문난 현대가의 시어머니 제사 참석을 포기하면서까지 김 위원장을 만났다는 것은 대북사업 재개라는 절박함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는 뜻이다.
현대家 핵심 파워로 급부상
다른 시각에선 현 회장이 고 정주영 회장을 비롯한 남편 고 정몽헌 회장 등 현대가의 정통 대북관을 이어 받아 그대로 김 위원장에게 다가갔다는 점이 좋은 결과를 낳았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현 회장은 지난해 취임 5주년을 맞은 기념사에서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를 피력 한 뒤 “대북사업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뜻을 잇는 숭고한 사업”이라며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대북사업은 끝까지 해내겠다”는 기다림의 의지가 성공으로 이끌어 냈다.
예전부터 현 회장의 강단은 예사스럽지 않았다. 대북사업 중 현대그룹이 야심차게 계획하고 있던 ‘백두산 관광 사업’을 김 위원장으로부터 따내면서 그의 특유의 승부기질을 확인 할 수 있다. 이번 방북도 1년여 동안 중단돼 있던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은 물론 정치적으로 많은 결과물을 이끌어내면서 현대가의 중심세력으로 우뚝 설 계기다 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일각에선 “현 회장의 이번 방북 성과는 계열사들의 어려움으로 어깨가 처진 현대그룹이 활기를 되찾는 계기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현대가에서 현 회장의 입지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젠 공은 정부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으로 대북사업 재개와 136일 북에 억류된 유씨의 석방이 이뤄지면서 북한 전문가들은 꼬일 대로 꼬인 남북관계의 실타래를 풀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김 위원장과의 면담을 통해 가져온 선물은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재개, 개성공단 통행제한 철회 등의 내용들이다. 비록 민간 차원 이지만 어찌됐든 남북 대화의 단초를 제공한 이상, 이젠 공은 정부에 넘어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여러 모로 깊은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즉 국제적으로 UN재제 기조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쉽사리 강경에서 온화 기조를 전환했다간 서방국가들의 뭇매를 맞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국내적으로 현 회장이 가져온 선물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선 여전히 풀 숙제가 남아있다. 특히 현 회장이 금강산 관광 재개에 합의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여전히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고 백두산 관광 재개 또한 많은 신규 투자가 필요할 뿐 아니라 과거의 부실 공사로 인해 정부 내에 부정적 기류가 강하는 점이다.
그러나 현 회장에 앞서 미국 전 클리턴 대통령의 방북으로 미 여기자 석방 의미를 되새겨 볼 때, 북한이 강경이 아닌 직접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분위기가 감지된 이상, 한국정부도 역시 북한과 대화로 풀게 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동국대 김용현 북한학 교수는 “일단 정부는 단기적으로 이산가족 상봉문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 문제를 잘 풀면 남북관계가 순차적으로 풀릴 수 있다, 이게 중요한 고리다. 그렇게 보면 정부 역할은 여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정부는 북미관계의 진전속도에 남북관계가 맞춰가는 이런 것들을 우리가 끌고 갈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북한과의 어떤 공식, 비공식 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북 후 현정은 회장 일문일답
▲북한 체류 일정이 수차례 연장됐는데 이유는.
- 원래 김 위원장 스케줄 계속 차있어서 주말에 오라고 했는데, 조금 일찍 갔다. 그래서 기다리다 보니 일정이 늦어졌다.
▲김정일 위원장이 별도로 제안하거나 요청한 사항이 있나.
- 발표한 것 외에 다른 것은 없었다.
▲면담에서 오간 구체적인 대화는.
- 지금 밝힐 사안이 아니다.
▲정부 승인이 필요한 금강산 관광과 이산가족 상봉을 합의했는데 사전 조율이나 교감 있었나.
- 사전조율은 없었고 앞으로 잘하기로 했다. 원하는 거 얘기하라고 해서 다 얘기 했다. 이야기를 하니까 다 받아줬다.
▲연안호 귀환 문제에 대해서는.
- 통일부 당국자와 얘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잘 될 것이라고 본다.
▲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이면 합의는 없었나.
- 전혀 없었다.
▲금강산과 백두산, 개성관광 재개 시점에 대한 합의 있었나. 예상 시점은.
- 재개 시점은 잘 모르겠다. 당국과 협의해서 풀어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