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비리 의혹 휩싸인 금호건설 직원들의 ‘해태’
로비·비리 의혹 휩싸인 금호건설 직원들의 ‘해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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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뿌리’ 튼튼해야 태풍에도 쓰러지지 않는 법!

그룹 창립 이래 가장 혹독한 고난의 시기를 겪고 있는 금호아시아그룹의 악재는 끝이 없다.
무리한 대우건설 M&A에 따른 그룹의 유동성 위기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박삼구-찬구 회장이 동반퇴진을 선언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엔 금호건설 직원의 로비 의혹 사건까지 불거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금호건설의 또다른 직원은 서울 상도동 11구역 재개발 비리에도 깊게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자 재계 일각에서는 “뿌리가 깊고 튼튼한 나무는 태풍에도 끄떡없지만 뿌리가 썩어 건강하지 못한 나무는 작은 바람에도 쉽게 넘어가기 마련”이라며 “무엇보다 내부쇄신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에 본지가 그룹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는 금호건설 직원들의 해태와 이를 바라보는 재계 관계자들의 시각을 쫓아봤다.

▲ 금호건설이 입주하고 있는 신문로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


파주 교하신도시 입찰로비 의혹, 상도동 11구역 재개발 비리 연루된‘금호건설’
업계 관계자, 직원의 해태는 그룹 뿌리 썩은 것과 마찬가지?“내부쇄신필요해”

최근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금호가 대우건설을 도로 토해(?)내기로 결정해 그룹 전체에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금호건설이 또다시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려 곤욕을 치루고 있다.

금호건설의 수주관련 영업부서 직원으로 알려진 한 과장이 입찰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공사 수주마저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기 때문이다.


로비스트로 변신한 금호 직원?

지난 8월11일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은 금호건설 J 과장을 불러 6시간의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파주 교하신도시의 ‘복합커뮤니티센터’ 입찰 로비 의혹이 지난 5일 서울 소재의 Y대 이모 교수의 폭로로 불거지면서 공사 시공사로 선정된 금호건설 관계자가 소환된 것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J 과장은 파주 교하신도시 입찰의 심사위원으로 선정된 자신에게 청탁 문자를 보내는가 하면, 심사가 끝난 뒤에는 10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건냈다.

이날 경찰은 금호건설 J 과장으로부터 자신이 이 교수에게 건낸 10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법인카드로 구매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경찰은 입찰 평가위원인 이 교수에게 백화점 상품권을 건넨 J 과장을 상대로 평가위원 명단 입수 경위 등도 조사했다.

그러나 경찰조사에서 J 과장은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했다고 인정하면서도 “회사가 공사를 따 낼 수 있도록 좋은 점수를 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상품권을 줬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이 교수에게 전달된 10만원권 백화점 상품권 100장의 일련번호가 연속성이 없는 점 등을 토대로 금호건설 측이 다른 평가위원들에 대한 로비를 벌였는지 등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회사 차원의 로비 개입 여부를 밝힐 만한 대답을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조만간 J 과장을 재소환해 조사한 뒤 심의에 참여한 다른 평가위원과 평가위원 후보자 선정 등에 관여한 파주시청 관계자들도 불러 업체의 로비 시도가 있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또한 경찰은 지난 12일 금호건설 수주관련 영업부서 간부급 직원 1명을 불러 조사하는 한편, 금호건설 본사와 파주시청에서 압수한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삭제된 파일을 일부 되살려 입찰 로비와 관련된 내용이 있는지 검토중이다.

한편, 파주시는 로비 의혹이 불거지자 시공사로 선정된 금호건설 측에 시의 명예가 훼손되고 이미지가 손상됐으니 스스로 계약을 포기해 줄 것을 공식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금호건설 측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위기 탈출의 길은 ‘내부쇄신’

금호건설의 악재는 비단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7월초 서울 상도동 11구역 재개발 비리와 관련해 금호건설의 한 직원이 깊게 연루돼 있는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건을 조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김기동)는 지난 7월1일 상도동 11구역 재개발 사업과 관련, 60억원대 자금을 토지매각 결정권자 및 구청 공무원 등에게 제공한 혐의로 시행사 ‘세아주택’ 대표 기모씨(61)를 구속 기소했다. 기씨는 PF자금 중 27억여원을 횡령하고, 이해 관계자들에게 로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등에 따르면 세아주택의 PF대출 지급보증을 금호건설이 서는 과정에서 금호건설 K 차장은 시행사와 결탁한 정비업체 ‘리보아이앤지’ 대표 이모씨로부터 지급보증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6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사실 그동안 항간에는 상도동 11구역 재개발 비리의 배후에 금호건설이 있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로 이미 이 지역은 오래전부터 금호건설 비리의 핵심으로 종종 거론돼 왔던 곳이다.

검찰의 수사 결과가 알려지자 이 곳 주민들은 “금호건설이 상도동11구역 재개발 사업에 민간시공사로 참여하기 위해 시행사 등에 로비자금을 대 준 꼴”이라며 맹비난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금호건설 홍보실 관계자는 “현재 검찰이 수사 진행 중이라 딱히 할 말은 없지만, 만일 K 차장이 돈을 받았다면 그에 합당한 문책을 단행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이렇듯 풍전등화 같은 그룹의 유동성 위기에도 불구하고 연일 직원들의 비리·로비 의혹이 불거지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안팎에서도 많은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집안 단속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재계 관계자들은 “금호건설 직원들의 해태는 결국 그룹보다는 자신들의 이득 챙기기에 급급하다 보니 일어난 문제가 아니겠냐”며 “이럴 때일수록 ‘내부쇄신’을 통해 그룹의 뿌리부터 단단히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 이런 문제를 암암리 덮으려고만 했기 때문에 오늘날과 같은 위기가 자초 된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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