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家에 부는 형제간 그룹 분리設 들춰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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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론 책임경영 … 속내는 갈라서자?

최근 글로벌 경제 침체 등의 악재와 고군분투하며 위기 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재계에 ‘그룹 분리설’이 심심치 않게 돌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위기 상황일수록 똘똘 뭉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재벌가 형제간의 싸움이 예측되면서 재계 곳곳에서 그룹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리고 있기 때문. 실제 종종 재벌가 형제간의 싸움은 그룹의 분리로 이어지기도 해 업계 일각에서는 몇몇 그룹의 분리를 점쳐보기도 하고 있다. 최근 그룹 분리설이 심심치 않게 나돌고 있는 그룹으로는 대웅제약, 보령제약, SK그룹, CJ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등이 대표적. 이에 본지가 재계에 떠도는 재벌 오너가(家) 형제간의 그룹 분리설을 정리해 봤다.


대웅家 차남 윤재훈 부회장 대 삼남 윤재승 부회장 간 경영권 다툼 예상
보령家 막내 김은정 부회장 그룹에서 떨어져 나가 ‘독립 회사’ 운영 관측
SK家 최태원-신원 사촌형제 간 그룹 분리설…분가는 이미 마무리 단계?
CJ家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 미디어사업 자리 잡히면 분리 예상
금호家 내몫찾기 나설 박찬구 전 회장 대 박삼구 명예회장 골육상잔 전망


‘재벌’의 사전적 의미는 거대 자본을 가진 동족(同族)으로 이루어진 혈연적 기업체군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기업 문화는 이런 혈연집단이 그룹을 운영하고 다음 세대로 그룹을 물려주는 방식으로 경영되고 있다. 공기업을 제외한 거의 모든 기업이 재벌 오너가가 그룹의 지주회사 및 계열사의 최대주주 위치에서 그룹을 이끌고 있는 것.
그래서 일까. 이들 재벌 오너가들은 종종 그룹의 경영승계를 두고 내전(?)을 벌이고 있다. 이른바 무슨 무슨 ‘난’으로 불리고 있는 동족간의 경영권을 둔 다툼이다. 그중 최근 재계에는 ‘형제의 난’으로 불리며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가시화되고 있는 그룹들이 재계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 윤재훈 대웅제약 부회장과 윤재승 (주)대웅 부회장


대웅제약
차남 대 삼남으로 나뉜다?

간장약인 ‘우루사’로 유명한 60여년 전통의 제약회사인 대웅제약도 그 중 하나다.
최근 대웅제약의 그룹 분리설이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윤영환 창업 회장의 삼남인 윤재승 부회장이 지난 7월말 갑작스레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웅제약의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부터다.
윤 회장에게는 3남1녀의 자녀가 있다. 그중 삼형제 중 막내이면서도 윤재승 부회장은 그동안 형들을 제치고 대웅제약의 ‘1순위 후계자’로 거론돼 오던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지난 5월 대웅제약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그룹의 지주회사인 (주)대웅으로 자리를 옮긴데 이어 대웅제약의 지분까지 전량 매각하고 나서자 재계 일각에서는 그의 경영권 승계 ‘낙마설’이 나돌기도 했다.
반면, 윤 회장의 차남인 윤재훈 부회장은 그동안 대웅상사 등의 비주력 계열사에 머물렀었던 것과 달리 윤재승 부회장의 퇴진에 따라 대웅제약의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 대웅제약의 새 후계자로 떠오르면서 후계구도를 예측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에 재계 관계자들은 “차남인 윤재훈 부회장과 삼남인 윤재승 부회장의 지분 차이가 별로 없고, 창업주인 윤 회장이 평소 분쟁을 싫어한 만큼 훗날 대웅제약그룹이 차남과 삼남 간의 그룹 분리가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추측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대웅제약 측은 “윤 부회장의 인사이동은 형제 간 역할 분담을 위한 것으로, 형제간의 경영권 다툼 등은 언론이 만든 억측”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김은선 보령그룹 회장과 김은정 보령메디앙스 부회장


보령제약
맏언니에게서 막내 독립한다?

2세로의 경영승계를 마무리 지은 보령제약 역시 그룹 분리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성 경영인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는 보령가의 자매 사이에도 이상 기운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초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고 퇴진한 김승호 전 명예회장 슬하에는 은선·은희·은영·은정 네딸이 있다. 그중 장녀인 김은선 보령그룹 회장과 막내딸인 김은정 보령메디앙스 부회장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보령가의 장녀로서 보령제약의 회장으로 공식 취임한 김은선 회장은 지난 1986년 그룹에 입사해 다양한 부서를 돌며 경영 수업을 착실히 받아왔다. 그리고 마침내 올 초 아버지의 뒤를 이어 그룹의 총수 직에 오르며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 지었다.
그런데 재계 일각에서 김 명예회장의 막내딸인 김은정 부회장이 향후 그룹에서 떨어져 나가 독립 회사를 운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보령가에도 그룹 분리설이 불고 있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그동안 ‘타티네 쇼콜라’, ‘오시코시’ 등 의류 브랜드를 들여와 사업을 다각화해 보령메디앙스를 유아업계의 선두기업 반열에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보령제약 관계자는 “‘보령’이라는 이름 아래서 계열사로서 각자 책임경영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 일뿐”이라며 “그룹 분리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신원 SKC 회장


SK그룹
사촌형제간 그룹 분리 막바지?


재계에서 그룹 분리설이 가장 활발히 거론되고 있는 재벌가로는 단연 SK가를 꼽을 수 있다. 항간에는 이미 사촌형제간 그룹 분리가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SK가의 그룹 분리설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그룹 분리설의 골자는 고 최종현 회장(2대 회장)의 아들들인 최태원-재원 형제와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창업 회장)의 아들들인 최신원-창원 형제간의 계열 분리가 일어날 것이란 거다.
창업주인 최종건 회장의 별세 이후 그의 동생인 최종현 회장이 그룹경영을 맡아오다 최종현 회장마저 별세하면서 그의 장남인 최태원 회장이 그룹의 경영을 맡게 된 것에 대해, 창업주의 장남이나 SK일가의 장손인 최신원 회장이 가만히 앉아있지만은 않을 것이란 게 재계의 시각이다.
실제 이들 SK일가는 최종현 회장이 타계한 이후, 최태원-재원 형제가 그룹의 중심 경영을 맡고, 최신원-창원 형제가 계열사를 맡아 경영하는 등 사실상 한 그룹 안에 존재하긴 하지만 독립경영 형태의 모습을 보여 왔다.
이를 증명하듯 이들 SK일가는 지난 2003년부터 꾸준히 지분 정리 작업을 벌여왔다. 때문에 그룹 차원에서 공식적인 분가를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이들 오너 사촌형제 간의 분가는 마무리 단계라는 게 재계 일각의 시각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SK그룹 측 역시 “독립경영체제를 갖추고 있는 것은 분가가 아닌 ‘책임경영’의 일환”이라며 그룹 분리설을 부인하고 있다.

▲ 이미경 CJ E&M 총괄 부회장과 이재현 CJ 회장


CJ그룹
남동생의 독주체제 막 내리나?

지난 1996년 삼성가에서 분가한 CJ그룹 역시 이재현 CJ 회장과 그의 누나인 이미경 CJ E&M 총괄 부회장 간의 그룹 분리설이 심심치 않게 거론되고 있다.
국내 재계에선 보기 드물게 남매경영을 펼치고 있는 이들 남매는 표면적으로는 이재현 회장이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지만, 재계 일각은 이미경 부회장의 그룹 내에서의 역할도 적지 않은 만큼 조심스레 그룹 분리를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실 그동안 식품사업에 국한됐던 CJ의 사업영역을 문화·엔터테인먼트로 넓힌 일등 공신으로 이미경 부회장이 꼽히고 있다.
때문에 그동안 식품부문은 이재현 회장이, 미디어부문은 이미경 부회장이 양분화해서 맡아온 만큼, 앞으로 미디어부문 사업이 강화되고 자리를 잡으면 그룹이 양쪽으로 분리되지 않겠냐고 관측했다.
하지만 그룹 분리설에 대해 CJ 측은 손사래부터 치며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 회장과 박찬구 전 금호석유화학 회장


금호아시아나그룹
일촉즉발, ‘형제의 난’ 가시화

현재 재계의 가장 ‘핫’ 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가는 이미 재계 일각에서 그룹 분리를 향한 골육상잔의 ‘형제의 난’이 전망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7월 말, 그룹의 유동성 위기 앞에 형제간의 불화설이 끊이지 않더니 결국 형제의 동반퇴진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형제간 공동경영 합의를 위반해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하는 조치를 단행했다고 밝히며, 자신도 도덕적 책임을 지기 위해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직 해임은 박찬구 회장의 뜻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형제간 싸움이 법정비화로까지 번지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재계 일각에서는 박삼구 명예 회장이 지난 2006년 무리하게 대우건설만 인수하지 않았더라면, 박찬구 전 회장 일가와 박삼구 명예 회장 일가 간의 그룹 분리가 이뤄졌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때문에 박찬구 전 회장이 그룹 분리가 여의치 않게 되자, 금호석유·화학 부분만 따로 떼어 독립하려 하자 박삼구 명예 회장이 그의 대표이사직을 해임하는 조치를 단행했다는 것이다. 이에 재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박찬구 전 회장 측이 자신의 몫을 찾기 위해 어떤 역공을 펼칠지 금호아시아나 일가의 행보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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