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바이오 복제약’ 사업 진출 왜?
삼성전자, ‘바이오 복제약’ 사업 진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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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른 사슴이 우물 찾았다?

최근 삼성그룹이 제약 사업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재계서열 1위이자 글로벌 전자기업인 삼성이 그것도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통해 제약 사업 진출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제약 사업이란 것이 마음만 먹는다고 진출할 수 있는 만만한 분야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삼성은 이미 제약 사업에 진출했다 쓰디 쓴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다. 그렇다면 삼성은 왜 실패 경험에도 불구하고 이름도 생소한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사업에 뛰어든 것일까. 이에 본지가 삼성이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진출하게 된 이유와 업계의 반응을 살펴봤다.

▲ 삼성전자


삼성, 2011년 바이오복제약 상용화 제품 출시 위해 5년간 5000억 투자 계획
업계, “제약사업 특수한 인프라, 노하우, 영업망 때문에 당장은 힘들 것” 전망


국내 굴지의 그룹인 삼성이 최근 제약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머지않아 ‘삼성’ 브랜드를 단 의약품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삼성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통해 앞으로 5년간 바이오시밀러 분야에 5000억원을 투자해 오는 2011년에 상용화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삼성은 시장 공략을 위한 초석을 다지기 위해 바이오시밀러 관련 중소업체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식경제부의 ‘신성장동력 스마트 프로젝트’에도 선정되면서 150억원의 지원을 받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배 마신 제약업에 재도전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미 제약 사업에 진출한 바 있다.
지난 1997년 삼성정밀화학이 대도제약을 인수하면서 삼성은 제약업에 진출했었다.
하지만 삼성은 사업 2년만에 별다른 성과 없이 회사를 매각하면서 제약업에서 손을 뗐다. 또 삼성물산도 케어캠프라는 자회사를 통해 의약품 유통시장(도매업)에 진출한 바 있지만 이 역시도 소형도매업자들과 분쟁만 야기했을 뿐 ‘삼성’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행보로 업계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처럼 제약업에서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다시 바이오 제약 분야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바이오시밀러는 생물의 세포나 조직을 이용해 만든 바이오 의약품의 복제약을 뜻한다.
화학합성 의약품의 복제약은 동일하다는 의미로 ‘제네릭(generic)’이라고 부르지만 살아 있는 세포나 조직을 이용해 만드는 바이오 의약품은 원본약과 동일하게 만드는 것이 불가능해 유사하다는 의미의 ‘시밀러(similar)’라고 부른다.
바이오시밀러는 원본약과 동일하게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임상시험을 다시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제네릭보다 개발 기간과 비용이 더 많이 든다. 하지만 대신 부가가치는 제네릭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그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향후 5년 내 2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을 정도다.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이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성장 가능성 등의 미래의 가치를 보고 이 분야를 그룹의 신수종 사업으로 정한 것이 아니겠냐”고 관측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삼성은 신수종 사업, 새 먹을거리에 대해 늘 목말라 했다. 글로벌 전자·IT 기업으로 선두그룹에 서 있는 삼성에게도 새 기술 개발에 한계가 있는 만큼, 그룹의 가치를 키우고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선 신수종의 사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미 삼성은 그룹 내에 바이오연구소 등이 있어 전문 인력 및 의약개발에 필요한 전문 기술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어 바이오시밀러 사업 진출이 용이했을 것이라고 업계는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들은 최근 ‘바이오’ 관련 산업이 유망업종으로 떠오르면서 각 그룹들이 바이오 사업 부문을 강화하고 있어 삼성도 그 추세에 맞춰 나가려는 것이 아니겠냐고 관측했다.


업계 반응, 아직은 ‘시큰둥’

이와 함께 업계에서는 내년이면 몇몇 바이오의약품의 특허 기간이 만료되는 만큼, 복제약을 생산할 수 있는 시기에 맞춰 삼성이 바이오시밀러 사업 계획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컨소시엄을 구성한 이수앱지스 등과 함께 특허가 만료되는 9종 이상의 바이오시밀러 대량공급 체계를 구축해 수조원대의 세계시장에 본격 진출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상태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과거의 전례와 같이 대기업인 삼성이 제약업에 들어온다 해도 어떤 긍정적인 파급효과나 시장을 위협할 만큼의 위화감이 당장은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명 제약업체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제약업에 들어온다고 해서 긴장하지는 않고 있다”며 “삼성이 잘되면 제약 사업 전체에 시너지 효과를 줄 수 있겠지만, 제약 사업이 고도의 인프라와 노하우, 영업망이 필요한 만큼 대기업이 꼭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은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들 역시 “삼성의 제약 사업이 당장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미 SK, CJ, 한화, 태평양 등의 대기업들이 제약업에 진출한 바 있으나 업계의 수준을 끌어 올리고 파이를 키웠다기보다는, 작은 시장에서 기존 제약사들과 경쟁하는 데 그치고 말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미 20여년 전 제약업에 진출한 LG 역시도 현재 업계의 7~10위권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결국, 제약 업계에서 만큼은 대기업도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신생회사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에 삼성전자 측은 “바이오 분야는 과거 종합기술원과 삼성의료원에서 연구해왔고 삼성전자는 대규모 투자와 설비를 담당하게 된다”며 “장기적으로 꾸준히 사업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업계의 우려를 일축했다.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당장의 손실을 감소하면서 삼성이 바이오시밀러 분야의 높은 개발비와 오랜 연구기간, 유통망의 부재 등을 극복하고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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