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인플루엔자A(H1N1)가 전국적인 맹위를 떨치고 있다. 지난해 5월2일 국내 첫 감염자 발생 이후 3312명이 감염되고 지난 27일 1명의 사망자를 더 내면서 총 3명이 사망해 신종플루에 대한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는 것. 특히 최근에는 하루 감염자 수가 250여명을 넘어서고 20대 이하의 감염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휴교하는 학교마저 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유관기관의 대책마련이 미흡한데다 국내최대병원인 서울대병원마저 신종플루 치료병원 참여를 거부했다 3일 만에 번복하는 등 그에 따른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본지가 신종플루 치료병원을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의 각기 다른 입장과 논란을 진단해봤다.

신종플루 의심 증상에 대한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 신종플루는 사람·돼지·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이 혼합돼 있는 새로운 형태의 바이러스로 지난 4월 멕시코와 미국 등지에서 발생한 이후 국내에까지 침투했다. 이처럼 국내에 신종플루 의심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보건복지가족부 질병관리본부는 “7일 이내 37.8도 이상의 발열과 더불어 콧물 혹은 코막힘, 인후통, 기침 중 1개 이상의 증상이 나타나면 신종플루를 의심해봐야 된다”며 공지를 하고 나섰다.
신종플루 감염자 3000명 넘어, 3명 사망자 발생이후 불안감 극에 달해
정부 치료받을 수 있는 ‘치료병원’ 455곳과 약국 567곳의 명단 공개해
국내최대 서울대병원, 치료거점병원 참여 요청 3일 만에 번복해 입방아
거점치료병원을 둘러싸고 의료계와 정부 대립각 세워, 시민들 우왕좌왕
하지만 이러한 신종플루의 증상이 감기와 비슷해 혼선을 빚는데다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로 보건소는 업무마비에 시달리게 된 것. 이에 정부는 보건소급에서 관리해왔던 방침에서 의원급에서 검사 및 진료를 하는 것으로 방침을 전환해 전국에 있는 병원을 상대로 치료거점병원을 선정했다.
3일 만에 입장 번복, 왜?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에 따르면 “신종플루에 감염돼 폐렴 등 합병증이 발생했을 경우 치료받을 수 있는 ‘치료병원’ 455곳의 명단을 공개했다”며 “신종플루가 의심되는 사람의 경우엔 일반의료기관에서 처방전을 받고 약국에서 항바이러스제를 받을 수 있게 했다”고 발표했다.
결국 정부가 치료거점 병원으로 선정한 병원은 455곳(약국은 567곳)으로 사망자가 나옴에 따라 약한 증상의 신종플루에 대해서도 검사를 받을 수 있게끔 한 것이다.
하지만 국내최고의 병원으로 알려진 서울대병원이 정부의 거점치료 참여 요청을 거부했다가 3일 만에 번복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점병원에 대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 21일 서울대병원은 “병원 환기시스템이 중앙통제 방식이라 신종플루 환자들에게 건물 하나를 통째로 내주지 않고는 일반 환자들이 감염될 위험이 큰 상황”이라며 치료병원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국립대병원이 국가적 위기상황을 남일 보듯 한다”는 여론에 떠밀려 지난 24일 불현듯 입장을 바꾼 것.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홍보팀관계자는 “보건복지가족부의 예산으로 올해 안에 26개의 병상을 갖춘 국가 격리병상을 마련한 뒤 참여하려고 잠시 참여를 미룬 것”이라며 “우리병원은 중환자들이 다른 병원보다 많이 찾아오는 곳인데 제대로 시설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감염성 환자들이 찾아오면 다른 환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국립대병원의 이미지가 손상돼 결국 다시 결정을 번복한 게 아니냐”며 “막대한 정부예산을 쓰는 등 특별대우를 받고 있으면서 국가적 위급상황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병원이 보다 거시적인 안목으로 결정을 내낼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는 서울대병원이 공공성을 띤 투자 사업을 벌일 때 정부가 소요자금을 지원해주거나 빌려주고 있는데다 의사 중 상당수는 서울대의과대학 교수로서 급여를 정부로부터 받는 공무원 신분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결국 서울대병원은 그동안 국가기관의 의료기관으로서 최고의 병원임을 자부해왔지만 국가적 재난사태나 마찬가지인 신종플루 환자를 회피하려는 정황이 드러나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게 됐다.
치료병원 둘러싸고 ‘우왕좌왕’
사실 정부가 ‘치료병원’을 선정한데는 급성호흡기증후군이나 고열 등이 지속돼 항바이러스제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별도의 격리공간을 갖추고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필요했던 것.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455곳 중 당장 신종플루 환자를 입원시켜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드문 것으로 나타나 또 다른 논란이 가중됐다.
때문에 의료계 일각에서는 오히려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한 병원 관계자는 “에이즈 등 전염병 환자를 위해 만들어놓은 극소수의 격리병동은 풀가동 중”이라며 “보건소를 통해 협조공문 한 장 보내는 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손을 놓는 게 어딨냐”며 정부의 부실한 정책을 꼬집었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당장 신종플루로 인한 중증환자 치료가 가능한 인프라를 갖춘 곳은 없다고 봐도 될 정도”라며 “전염력 높은 환자를 병동에 들이려면 전담 의료진과 간호사팀은 물론 병원을 방문하면서부터 철저하게 다른 환자들과 격리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데 시설은 둘째 치고 인력만 최소 10명은 필요한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치료병원이라는 것이 응급실 입구에 컨테이너박스나 천막 등으로 임시진료소를 차려놓고 신종플루 감염 여부를 검사한 뒤 타미플루(바이러스를 증식시키는 효소 기능을 막아 치료효과를 내는 항바이러스제)를 직접주거나 처방해주는 역할만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때문에 치료병원을 찾은 일부 시민들은 “지금까지 보건소가 하던 일을 병원이 맡게 된 것과 다름없다”며 “말이 치료병원이지 중증환자와 섞이게 될까봐 신종플루 의심환자들은 병원 안에 발도 들이지 못하게 한다”고 불평을 털어놨다.
이에 대해 병원 관계자는 “병동 내에 별도의 진료공간을 확보하고 전담팀을 마련하려는 조치들을 검토하고 있지만 한계가 많은 상황”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민간의료기관에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는 아직 중증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국립이나 시립병원들을 우선적으로 지원해 확실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후 민간의료기관을 지원하는 등 혹시나 있을 수 있는 2차 감염을 최소화하며 순차적으로 늘려가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치료병원으로 선정된 A병원 관계자는 “신종플루와 관련한 위험부담은 고스란히 병원이 함께 떠안아야 한다”며 “결국 의사들이 짊어져야 할 책임이 희생으로까지 이어지게 될 것”이라며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한 치료약국으로 지정된 B약국 관계자 역시 “멀찌감치 떨어져서 항바이러스제를 건네주거나 주차장에서 약을 주라는 등 정부는 세부적인 지침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원론적 얘기만 한다”며 정부의 안일한 대책을 나무랐다.
미흡한 정책에 병원들 눈치만
더욱이 치료병원을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때문에 거점치료에 빠진 몇몇 병원들이 자기들 병원의 입장표명에 나선 것.
그들은 대체로 서울대 병원이 참여 거부한 애초의 입장을 들며 “신종플루환자가 입원할 격리병동이 없고 독립적인 환기시설을 갖추지 못했다”며 “국립대병원 조차 난색을 표한 거점병원 참여를 시설조차 미비한 사립병원이 할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실제로 치료명단에 빠진 서울성모병원은 “장기이식환자 등 면역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환자들이 있다. 더구나 격리 병실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을 뿐 아니라 만들 수 있는 여권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에 대해 “대부분의 치료거점병원이 격리 공간 등 치료 준비가 미흡한 상태일 뿐 아니라 몇 안 되는 거점약국에서 투약을 받기 위해 환자들이 이동하다 타인에게 전염 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무엇보다도 의료인이 감염된다면 다른 환자들에게 전파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고 그로 인해 의료기관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다면 또 다른 의료대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의료인에 대한 안전대책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실제로 전북지역의 한 거점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가 신종플루에 감염돼 격리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거기다 정부가 내놓은 ‘고위험군 환자에서 기침, 두통, 인후통 등 2개 이상의 증상 및 고열 등의 초기증상이 발생한 지 48시간 이내에 투여된 환자에만 요양급여를 인정한다’는 지침도 모호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정부는 “의료계와의 불만을 전부 수용하지는 못하지만 의사협회와 병원협회의 합의를 거쳐 이뤄진 상황”이라며 “서로의 불만을 개선해 나가면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정부가 공개한 치료거점병원 가운데 국내에서 유명하기로 소문난 알짜배기 병원들이 빠져있는 것과 거점병원으로 지정됐지만 진료를 하지 않는 것 등을 문제 삼으며 신종플루가 국가적 경계상황까지 치달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안일한 대책으로 인해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계속해서 양산해 내고 있다며 유관기관 전체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실제로 인터넷포털사이트에 한 네티즌은 “분명히 치료병원 명단에 있는 분당서울대병원에 문의 전화를 했지만 안내 담당자가 ‘신종플루 진단 치료에 대해 지시받은 사항이 없다’고 하더라”며 분통을 터트리는 등 아직 시약도 내려오지 않은 병원도 있는 것으로 드러나 앞으로 신종플루 치료병원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