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DJ ‘용쟁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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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신자 DJ 왠 49재, 상도동 만남 연기 내막


야권 ‘잠룡’ 정세균 정동영 손학규 한화갑 등 거론
DJ의 정치적 정통성을 이어받을 ‘적자(嫡子)’논쟁

정치적, 역사적 동지이자 경쟁자였던 DJ와 YS.

이 두 분의 전직 대통령은 DJ 서거를 계기로 그간의 반목과 갈등 관계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장례기간동안 서울 시청 앞 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조문객을 받은 것.
동교동계에서는 민주당 한화갑 전전 대표가, 상도동계에서는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 등 양 그룹의 핵심 인사들이 문상객을 맞았다. 김덕룡 대통령실 국민통합특별보좌관과 한나라당 홍사덕 의원 등 과거 민추협 인사들도 합류했다.
양측은 서거 정국을 토대로 앞으로도 한국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 공동 보조를 취하기로 약속까지 했다. 한발 더 나아가 영결식 이후 상도동계가 조문 위로 형식을 빌어 동교동계를 초청해 화합 분위기에 속도가 붙었다.


동교동-상도동 ‘만남불발’ 진짜 원인은?

이들의 만남은 YS 주재로 지난달 26일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만찬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많은 기대와 관심을 모았던 만찬이 연기됐다.
DJ의 차남인 김홍업 전 의원과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전 의원, 박지원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YS의 상도동 자택을 예방해 DJ 서거 후 문상을 온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하며 만찬을 연기해 줄 것을 YS에게 요청했다.

YS는 자신을 예방한 DJ 측 인사들을 배웅하며 “오늘 저녁에 만찬을 함께하자고 동교동계 측과 합의를 했지만, 이희호 여사가 49재 기간이 끝난 뒤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전달해 와 회동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YS는 이어 “만찬에서 추모 인사말을 한 다음 4-5분 동안 추도를 하려고 했었는데 나도 좀 빠르다고 생각했다. 추후에 일정을 잡아 회동할 때 인사말을 하겠다”고 했다.
박지원 의장은 이에 대해 “감사하다”고 답했다.

권노갑 전 의원 역시 “YS가 만찬에 초청해 줘 대단히 감사하다. 그러나 지금은 국민이 슬퍼하고 있는 애도 기간인 데다 이 여사가 슬픔에 잠겨 있어 시간을 두고 만찬을 했으면 좋겠다”며 YS에게 양해를 구했다.

그러나 잘 알려져 있다시피 YS는 천주교 이 여사는 기독교 신자다. 이런 분들에게 불교에서 하는 의식인 49재는 좀 뜬금없는 소리로 들린다. 특히 이 여사는 측근들에게 49재 행사는 “따로 하지 말라”고 의중을 밝힌 적이 있어 더욱 더 49재 이후라는 소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에대해 민주당 인사들은 “돌아가신 지 얼마 됐다고 슬픔에 잠겨 있어야 할 때 공개 만찬을 하는 게 부적절하게 보일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동교동계의 K씨는 “이번 만찬의 불발은 동교동계의 우려 때문이다. 동교동계 인사들은 DJ 사후 당이 어수선하고 벌서부터 포스트 DJ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 어느 정도 내부의 교통정리가 된 다음에 만찬을 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했다.

또한 K씨는 “이미 포스트 DJ 후계 경쟁이 불붙었다. DJ의 적자로 인정받기 위한 야권 ‘잠룡’들의 물밑 경쟁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동교동계 한화갑 전 의원 민주당 복당 예정

포스트 DJ 경쟁을 불러 일으킨데에는 박지원 의원이 발언이 일조했다.
박 의원은 “민주당은 정세균 대표 중심으로 단결하고 야 4당과 단합하라”는 것이 DJ의 유언이라고 소개했다.


정 대표가 DJ의 정치적 정통성을 이어받는 ‘적자(嫡子)’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다분한 발언이다. 전북 출신의 정 대표는 지난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정국에서 상주를 자임, 친노 끌어안기를 통해 지지세력을 불어 모으는데 이어 이번에도 운구 조에서 선두에 서는 등 상주 역할을 수행했다. 또한 DJ의 고향인 전남 신안 하의도를 방문하는 등 DJ의 유지 계승 작업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4.29 재보선 공천을 놓고 정 대표와 정면충돌, 탈당했던 정동영 의원이 자신이 진정한 DJ의 적통임을 강조하는 듯 한 행보에 나서면서 시선을 끌고 있다.

정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을 국부(國父)로 모셔야 한다. 저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민주개혁세력의 대선 후보를 지낸 사람”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 의원은 적자 논란에 대해 “DJ의 유지를 실현하는 모든 사람이 적자이지, 누가 적자인가 하는 논쟁은 무의미하다. 결국 핵심은 민주, 진보세력이 어떻게 울타리를 더 튼튼하게 하고 더 넓게 하느냐의 문제”라고 밝혔다.

지난해 총선 후 강원도 춘천에서 칩거해온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도 야권 통합 의 방향타가 될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서서히 정치적 기지개를 켤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손 전 대표는 북한 조문단의 국회 조문 때 유족과 나란히 서서 이들을 맞았다.
대표적인 동교동계인 한화갑 전 의원은 조만간 민주당으로 복당 할 예정이다.

한 전의원은 “생전에 잘 모시지 못한 점을 뼈저리게 반성하고 앞으로 이 여사를 잘 모시겠다는 말씀을 드렸다. 김 전 대통령은 마지막 순간까지 남북화해와 협력, 용서 그리고 단결의 방법을 제시하고 떠난 분”이라고 회고했다.
또한 한 전의원은 “조만간 국민과 나라를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 동교동계의 동지들과 고민해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트 DJ에 대해 민주당은 미묘한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그 누구도 개인이 ‘포스트 DJ’가 될 수는 없다”고 했고, 정동영 의원은 “적자논쟁은 무의미하다”고 하는 등 ‘정세균 중심 단결론’이 확대 해석되는 것을 막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일단 동교동계를 끌어안고 DJ 차남인 김홍업 전 의원과 한화갑 전 대표, 최재승 전 의원 등을 순차적으로 복당시킬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DJ를 구심점으로 하는 옛 민주당계와 열린우리당 출신들이 혼합된 현재의 민주당 체제에서 민주대연합은 물론 당내 통합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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