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인 피치(Fitch)가 2일 우리나라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Negative)’에서 ‘안정적(Stable)’으로 상향조정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고조되던 지난해 11월 피치사가 신용등급이나 전망을 하향조정한 10개국 중 원상회복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긴급브리핑을 통해 “작년 9월 리먼사태 이후 발생한 글로벌 경제위기를 우리나라가 성공적으로 대처해 나갔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인정받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피치는 이번 등급전망 상향의 주요 이유로 위기극복을 위한 정부의 노력, 거시경제지표 및 외화유동성 개선 등을 들었다.
29조원에 달하는 추경 편성, 300억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왑, 외국환평형기금채권 30억달러 발행 등 정부의 금융 및 재정정책이 신속하고 적절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이 피치의 평가다.
특히 피치가 관심 갖고 지켜본 사항 중 하나가 재정건전성 문제였기 때문에, 이번 등급 전망 상향 조정은 확장적 재정정책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이 그만큼 건실하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더구나 경상수지 흑자, 단기외채 감소 및 외환보유액 확충 등으로 대외채무 상환불능 우려가 현저히 개선됐으며, 2분기의 높은 성장률 등 한국 경제가 강한 회복력(resilience)을 보였다는 점도 등급 전망 상향에 기여했다.
피치의 발표가 있기 전 정부의 발빠른 대응도 한 몫했다. 피치의 등급 및 전망을 결정하는 위원회가 조만간 개최될 수도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허경욱 기획재정부 차관이 직접 홍콩으로 날아간 것. 허 차관은 피치사와 연례협의 이후 진전된 경제지표들을 전달하며 위원회 결정에 반영해 달라고 강력히 호소했다.
연례협의 기간에도 정부는 한국은행 총재 및 각 기관의 장들을 만나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게 했으며, 브리핑도 국장이 아닌 1급이 맡았다. 피치가 관심 갖는 외화유동성, 재정건전성, 북핵 등 내용은 연례협의 후에도 수시 전달했다.
피치의 등급전망 상향에 따라 S&P 등 다른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의 신용등급과 전망 결정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의 등급 또는 전망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관련 피치는 지난해 11월 국가신용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한 직후 국내 17개 금융기관의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한 바 있다.
또 국가리스크 감소에 따른 대외 신인도 제고로 금융기관 및 기업의 해외자금조달 여건이 크게 개선되며, 해외투자자의 투자심리를 호전시켜 주식 및 채권시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획재정부는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