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선진당은 패닉상태 “청문회에서 만나자”
참여연대, 충청권 민심달래기 “앞으로 행보 주목...”
MB가 오랜 장고 끝에 깜짝 놀란만한 카드를 내놓았다. 국무총리에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내정한 것. 정 내정자는 역대 정권의 개각때마다 여러번 ‘하마평’에 올랐다가 최종에서는 항상 본인이 고사를 해왔던 인물.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정운찬 총리 개각’을 보고 놀라와 하고 있다.
청와대측은 “정 내정자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 등에 대한 건설적인 대안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같은 경험이 MB를 보좌해 행정 각부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결집할 것”이라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에 내정된 정 전 총장은 1946년 충남 공주 출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국내 대표적인 경제학자다. 2002년부터 4년간 서울대 총장으로 재직하면서 뛰어난 행정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민주당, “한복바지에 양복을 입은 격”
법무부 장관에는 전남 출신의 이귀남 전 법무부 차관이, 국방부 장관에는 김태영 합동참모의장이 각각 기용됐다. 지식경제부와 노동부 장관에는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과 한나라당 임태희 의원이 내정됐다.
또 여성부 장관에는 백희영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이번에 신설된 특임장관에는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이 각각 기용됐다.
이날 내정된 정 신임 총리는 국회 인사 청문회와 본회의 인준 표결을, 6명의 장관후보자들은 국회 청문회를 거친 이후 정식 임명된다.
MB의 정 내정자 발탁에 대해 가장 당황하는 측은 민주당과 선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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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민주당은 정 내정자의 영입이 “한복바지에 양복을 입을 격”이라며 맹비난을 하고있다.
민주당 송두영 부대변인은 “어울리지 않은 MB 정권의 정운찬 총리” 제하의 논평을 통해 “비즈니스 프랜들리를 주장했던 MB가 확연하게 다른 노선인 정 내정자를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아무리 봐도 불균형, 부조화다. 테니스를 즐기신 대통령과 야구광으로 알려진 정 내정자가 테니스 코트에서 야구 방망이를 휘두를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또한 송 부대변인은 “정내정자는 4대강 사업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MB가 강하게 집착하고 있는 4대강 사업에 대해 정 내정자가 어떠한 태도를 취하는지 예의주시 하겠다. 만일 정 내정자가 총리로 임명된 후 평소의 소신과 철학을 저버리고 대통령의 지시사항 이행에 급급 한다면, 정 내정자는 양심을 버린 채 MB정권에 투항한 꼴이 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송부대변인은 “MB가 최근 주장했던 중도실용의 정치를 실천하기 위해 정 내정자를 영입했는지 아니면 대권 후보자를 양성하겠다는 것인지도 헷갈린다. 특히 한나라당 내 유력 대선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정 내정자를 발탁했다면 대국민 사기극이 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서울대 총장으로, 경제학자로 이름을 날린 정 내정자가 과연 국무총리 적임자인지 청문회를 통해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그동안 정 내정자에 대해서 알게 모르게 공을 많이 들였다. 지난번 대선대도 MB의 ‘대항마’로 정내정자를 영입하려고 했으나 결국 본인이 고사해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이애대해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정 내정자 영입은 과거 인물들끼리 도토리 싸움을 하는 것으로 국민에게 비쳐지는 민주당에 타격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도 어떤 형태로든 외부인사 영입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또한 이의원은 “정 내정자 영입이 MB 지지율이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10월 재보선과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돤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자유선진당은 완전 ‘패닉’상태
자유선진당은 MB의 정 내정자 영입에 대해서 완전 ‘패닉’ 상태.
심대평 탈당으로 원내교섭단체가 깨지는 등 가뜩이나 혼란스런 상황에 예기치 못한 '제2의 충청 총리'까지 출현하자, 잇단 헤비급 펀치를 맞고 크게 휘청대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충청권에서 ‘정운찬 바람’이 불 경우 선진당의 존립마저 위협받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자유선진당은 성명을 통해 “MB는 정운찬씨 총리 내정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성명내용을 요약해 보면 “정 내정자 행정도시 축소 변질용으로 악용하려는 속셈인가. 만약 행정도시 축소 변질하려 할 경우 MB 스스로 불행 자초하는 것이다. 그런 저의 분쇄할 것이다. 정 내정자, 독선적 대통령을 국민의 뜻 잘 섬기도록 총리 제대로 할 것 기대했더니, 법과 약속을 어기고, 민의를 무시하는 MB 보다 한술 더 떠 '패가망신'하지 말고 스스로 후보 사퇴하라” 독설을 퍼부었다.
한나라당의 경우 친박계는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며, 친이계는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짓는 분위기다.
정 내정자는 충청 출신으로, 최근 이회창-심대평 결렬로 혼란 상태에 빠진 충청권에서 단기간에 대안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수도권 친이계 의원들이 정 내정자 주변으로 모여들 가능성도 있다. 이들은 영남에 기반을 둔 박근혜 전 대표에게 거리감을 느끼고 있으며, 박근혜 집권 후를 걱정하기도 한다. 이런 마당에 개혁적 이미지의 ‘정운찬 총리’는 수도권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기댈 언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정운찬 총리’ 발탁에는 수도권 친이계의 입김이 컸던 것으로 알려진다.
'박근혜 독주'가 계속되던 올 상반기, 친이 진영 일각에서 ‘정운찬 영입론’이 나돌기 시작했다. 친이계 한 의원은 “정운찬이 진보냐, 보수냐”는 질문을 던졌고 “합리적 보수로 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답에 “그렇다. 그렇다면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는 게 아닌가”라고 반색을 했다고 한다. 절대로 박근혜 전 대표에게 정권을 넘겨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친이계 일각에서 ‘박근혜 대항마’를 찾은 것이다.
그러나 ‘정운찬 총리’가 곧바로 차기대권주자 부상하는 것은 아니다. MB와 정 총리내정자는 지난번 대선 때 감정이 상한 바 있다. 정 내정자가 MB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에도 MB노믹스에 대해 계속 비판을 가해왔다. 따라서 정 총리 내정자는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예스맨이 아니라 MB에 반기를 들고 나와야 한다. 그러나 반기를 들면 한나라당에 아무런 입지도 없는 정운찬을 받아줄 그룹이 없다. 이게 '정운찬의 딜레마'다.
이에대해 정 내정자는 “지금 중요한 것은 대통령을 잘 보필해서 강한 경제의 나라, 통합된 사회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불안한 거시경제와 어려운 서민생활, 일자리 창출, 사회적 갈등과 지역대립, 남북문제 등 국내외적 상황이 책상머리에서 고뇌를 거듭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각계각층의 지혜와 경륜을 모아 사회통합의 디딤돌을 놓고 원칙과 정도로 하나하나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 내정자는 현 정부가 추진 중인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찬성했다.
정 내정자는 “대운하 사업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4대강에 대해서는 수질개선의 필요성 등을 감안할 때 쉽게 반대하기 힘들다. 4대강 사업이 청계천 프로젝트처럼 더 친환경적이고 쾌적한 중소도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계획에 대해서도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 내정자는 “행정복합도시는 경제학자인 제 눈으로 보기에 아주 효율적인 플랜은 아니다. 이제 와서 원점으로 돌리기는 어렵지만 원안대로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정 내정자는 “당면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 세계속의 대한민국으로 웅비할 도약의 토대를 닦는 일이 내가 총리직 제안을 수락한 이유이자 목표다. 보다 상세한 구상은 다음에 정식으로 밝힐 기회를 갖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