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야스쿠니 참배 不” 자민당과 다른 행보, 한-일 갈등 어느 정도 해소 될 듯
“韓 정부 기대 큰 만큼 日에 대한 선입견 버리고 전략적, 성숙한 파트너쉽 보여줘야”
일본의 8·30 총선에서 민주당의 압승으로 54년 만에 정권교체가 실현됨에 따라 새 정권 출범 이후의 한일관계 향배가 주목된다. 그동안의 민주당이 내놓은 각종 정책 및 총선 과정에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대표 등 지도부의 한국 관련 발언들을 종합해 보면 일단 자민당 정권에 비해서는 양국 간 갈등 요소가 많이 줄어들면서 순조로운 출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일관계 변화 예고
우선 민주당은 자민당 집권기에 총리와 각료들이 자행했던 야스쿠니 신사 참배 금지령을 사실 상 선언했다. 그동안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동아시아에 뼈아픈 상처 준 일본 제국주의 찬양이라며 한국은 물론 중국 등 동아시아 여러 국가 등이 반발해 왔다. 그러나 새 정권을 창출한 민주당 하토야마 대표는 당선에 앞서 지난 11일 도쿄(東京) 당 본부에서 가진 회견에서 “나 자신은 총리가 돼도 참배할 생각이 없다”고 공언했다.
더불어 그는 “각료들도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자숙해 주길 바란다”며 사실상 참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문가들은 정권 창출이 이뤄지면서 야스쿠니 참배가 사실상 금지, 동아시아의 최대 갈등 요인이 불식될 것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나아가 재일교포들이 요구하고 있는 일본 내 영주 외국인 참정권에 대해서도 적극성을 보여 왔다. 또 일본의 아시아 침략을 공식 사죄한 1995년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한다는 점을 뚜렷이 하는 등 자민당 정권과는 차별화된 과거사 인식을 가지고 있어 한일 간 갈등의 인식차가 어느 정도 줄어들 공산이 크다.
예전부터 민주당 하토야마 정권은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에 대해 상당한 비중을 뒀다. 하토야마 대표가 주장하고 있는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은 안보 분야에서는 ‘동북아시아 비핵화 구상’을, 경제 분야에서는 ‘아시아 공통통화’ 창설로 나타난다. 여기서 핵심이 되는 국가가 한국과 중국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과 중국 등 동북아시아 주요 국가와의 우호, 협력 관계 구축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한일 외교는 보다 ‘긴밀하고 대등한 외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낙관만을 기대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가령 독도 문제의 경우 민주당 역시 일본 영토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또한 야스쿠니신사 문제 경우도 일본 내 극우보수파 등이 내년 참의원 선거를 겨냥해 목소리를 낼 경우, 예상 밖의 상황에 직면 할 수도 있다.
또한 영주 외국인 참정권 문제의 경우도 하토야마 대표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당내 보수파들의 반대로 조기 실현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연립 또는 정책 공조를 하게 될 국민신당의 와타누키 다미스케 대표 등도 반대하는 등 당 안팎에서 반대세력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韓정부, 전략적인 대응-협력 필수
하지만 대부분 한-일 외교 전문가들은 낙관론을 대세를 이루면서 일본 민주당의 정권교체로 그동안 한일관계에서 나타났던 갈등요인을 크게 해소할 수 있는 적기라고 전망했다. 특히 일본 민주당 정권교체로 한국 정부가 기대가 큰 만큼 이를 전략적으로 대응-협력 할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일본역사학 전공인 이 아무개 교수는 “지금까지 한일관계악화에 원인을 제공했던 여러 문제가 단시간에 해결되기는 어렵겠지만, 과거지향적 관계에서 미래지향적인 관계 형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독도 문제가 한일 관계의 변수 인데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기보다 현상 유지 쪽에 무게를 둘 것으로 예상 돼 한-일간 갈등의 소지가 줄어들 수도 있다. 이에 한국 정부는 경제 발전과, 안보 문제 등은 긴밀히 협력하는 동시에 독도문제 등 과거사 문제들을 점층적으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 K대 후쿠마 교수는 “한국 쪽 기대가 발전으로 이어가려면 한국 정부의 인내가 필요하다. 특히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표현) 문제는 한일관계에서 쟁점으로 그대로 남는 만큼, 쟁점은 쟁점으로 남겨놓고 국제사회에서 함께 공헌하는 성숙한 파트너십 관계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면서 “즉 선입견을 버리고 먼저 화해, 협력을 기반으로 평화 안전이나 경제 번영 이룩하면서 남아 있는 과제를 풀 수 있는 진정한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 정부는 54년간의 자민당 독주로 인해 한국내의 일본 인맥이 자민당 쪽에 집중돼 있어 민주당 정권 출범 이후에 양국 간 갈등이 발생했을 때 물밑에서 탈출구를 만들 수 있는 협의 채널이 아직 부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새로운 한-일 관계 진전을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 민간 등 각 분야에 걸친 적극적인 대일 외교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