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 모두 우리 책임은 아니다…“엄한 고객만 손해”
양쪽 모두 우리 책임은 아니다…“엄한 고객만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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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줄 출고가’ 논란에 휩싸인 현대·신세계백화점

가전제품을 구입할 때 출고가 그대로를 구입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러한 가격 경쟁이 과열된 탓인지 문제가 발생했다. 일부 백화점 가전제품 매장에서 고의로 가격을 높게 적어놓은 뒤 마치 파격할인을 해주는 것처럼 ‘눈속임’을 이용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 더 심각한 것은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백화점 측과 제조를 담당하고 있는 제조사 측 모두 가격결정권이 없다며 ‘나몰라’라 하고 있어서다. 이에 본지가 ‘고무줄 출고가’ 가격 논란에 휩싸인 백화점의 내막과 문제는 발생했으나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는 제조사와 백화점의 속내를 짚어봤다.



백화점 안에 입점해 있는 가전제품 매장들에 대해 ‘고무줄 가격’이 문제가 되고 있다.

원래 출고가보다 높게 책정된 가격… 할인율 속이기 위한 편법
우리는 매장만 빌려줄 뿐 VS 가격 결정은 유통업체서 하는 것


가전제품 매장들이 ‘가격 할인을 많이 해주는 척’ 시늉 하기위해 제품에 표시된 가격을 높게 책정해 놓은 뒤 할인을 해주는 방식으로 판매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희한하게 많이 할인하네?

서울 압구정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본점 가전코너의 삼성전자 매장.

이곳에서 삼성 파브 LCD TV 46인치형은 출고가 490만원짜리 제품을 368만원에 팔고 있었다. 가격이 내려가는 이유는 삼성전자 측에서 할인해주는 프로모션과 함께 백화점 자체에서 발급하는 상품권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화점에서 설명한 490만원이라는 출고가는 삼성전자에서 같은 제품이 출시될 당시 보도 자료에 가격은 480만원으로 명시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같은 모델의 52인치형 역시 출고가 530만원짜리가 여러 가지 할인 행사를 통해서 405만원에 팔리고 있었다.

LG전자 매장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엑스캔버스의 LCD TV 52인치형 모델은 출고가 460만원짜리가 414만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이 역시 할인 이유는 LG전자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프로모션를 통한 가격할인과 함께 백화점의 상품권을 이용해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또한 다른 모델의 52인치형은 출고가 480만원짜리를 360만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여기에 혼수를 준비하는 예비 신혼부부를 위해 상품권 10만원짜리가 지급되며 예식장 예약증 혹은 계약증을 가져올 시 추가로 할인 받을 수 있는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서울 충무로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본점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삼성 파브의 PDP TV 58인치 형은 출고가 620만원의 제품을 490만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이 역시 삼성전자에서 진행하는 할인 행사를 통해 110만원을 할인해준 뒤 각종 백화점 상품권을 활용해 490만원까지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냉장고 혹은 세탁기 등 다른 제품을 동시에 구매하게 되면 더욱 많은 할인율을 받아 최대 403만원에 TV를 구매할 수 있었다.

620만원이라는 이 제품의 출고가는 삼성전자의 보도 자료에 590만원이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이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은 삼성전자 측의 높은 할인 행사에 대해 “단지 고객감사차원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행사 기간이 끝나게 되면 할인은 없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출고가를 높게 책정해놓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다양한 방면으로 출고가를 알아보려고 했으나 출고가는 국내 어떠한 전자제품 기업체에서도 알려지지 않는 기밀 사안이라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단지 일부 제품이 출시될 때 배포되는 보도 자료를 통해서만 출고가를 알 수 있는 상황이다.

우리에게 ‘가격결정권’ 없다

이처럼 늘어난 출고가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현대백화점의 관계자와 통화하자 이 관계자는 “백화점 내의 전자매장의 제품의 가격 결정에 대해서는 전혀 백화점이 관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신세계백화점의 관계자 역시 “백화점 내의 전자매장은 단지 임대 매장 일 뿐”이라며 “매장을 내어주고 일부의 수수료만을 백화점이 받고 있는 실정이다”고 주장했다.

이 두 관계자는 하나 같이 “백화점 내 전자제품의 가격 결정권은 제조사인 삼성과 LG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백화점 측의 주장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제조사는 제조만 할뿐이지 가격의 결정은 유통업체인 백화점이 담당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러한 주장에대해 일축했다.

삼성전자 관계자 역시 “가격은 판촉을 맡은 백화점에서 진행하는 것”이라며 “제조사는 제조만 할 뿐 가격 결정에 전혀 참여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들은 “출고가는 공개할 수 없는 대외비”라는 것을 인정하며 “이유는 백화점을 포함한 대리점·마트 등이 서로 다른 수량의 제품을 구입해 가는 것에 있다”며 “1000대를 사는 업체에게 100대를 구입해가는 업체보다 싼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이는 업계에서 행해지는 관행”이라고 덧붙였다.

제조사들의 이러한 반응에 대해 백화점 관계자들도 마찬가리로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대백화점 관계자에 따르면 백화점의 매장은 2가지 형태로 운영된다. 이 형태에는 직영매장과 임대매장이 있는데 직영매장은 식품, 편집의류 매장과 같은 곳은 직접 백화점이 물건을 구입해 백화점 자체서 가격을 결정해 판매하고 있다.

한편, 임대매장은 귀금속, 시계, 가전제품, 식당가 등과 같은 곳으로 장소를 내어주고 임대료나 혹은 수익의 일부를 받고 있는 매장이다. 신세계백화점의 관계자의 의견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울러 이 관계자들은 “그럼 매장 직원들의 소속이 백화점인지 제조사인지 여부를 판단해보면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제조사 관계자들 역시 “백화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우리 소속의 직원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 백화점 유통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가전매장 역시 주변에 많은 매장들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고 전하며 “뿐만 아니라 외부의 대리점과 할인매장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리수를 두다 보니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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