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면수심 신생아 매매 현주소 [집중점검]
인터넷을 통해 암암리에 일어나던 신생아 매매가 최근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생후 3일된 아이를 약 200만원에 팔아넘긴 비정한 부모가 경찰에 붙잡힌 것. 이들 부모는 동거 중이던 20대 남녀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아이 매매를 결심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이 이들 사이엔 상품처럼 아이를 중개한 중개인까지 있었다. 이 브로커는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여성에게 265만원이라는 웃돈을 받아 465만원에 아이를 되팔았으며 아이를 산 여성은 입양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아이 매매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본지가 아이가 상품처럼 거래되는 인면수심 신생아 매매의 현주소를 집중점검 해봤다.

아이를 상품처럼 거래한 이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대구 서부경찰서는 지난 2일 신생아를 판 류모(여·28)씨와 동거남 이모(22)씨, 브로커 안모(여·26)씨, 아기를 산 백모(여·34)씨 등 4명을 아동복지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인터넷 통해 암암리 일어나던 신생아 매매, 200만원에 아이 팔아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이 매매, 상품처럼 아이 중개한 중개인 있어
인터넷 통해 알게 된 여성에게 웃돈 받고 465만원에 아이 되팔아
아동 상품이나 거래 대상 아냐, 의사 표현 어려울 뿐 온전한 인간
류씨와 이씨는 지난 5월25일 오후 4시쯤 울산 울주군의 한 커피숍에서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안씨에게 약 200만원을 받고 생후 3일된 자신의 아이를 팔아넘겼으며 1시간 후 안씨는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백씨에게 아이를 넘겼다.
상품처럼 거래된 아이?
하지만 지난 9월1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경찰 관계자는 더 이상의 언급을 꺼려했다.
그는 “피의자들이 현재 언론에 공개된 내용 때문에 항의를 하고 있다”며 “사건에 대한 어떠한 말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그는 어떤 피의자가 항의를 하고 있는지 조차 말을 하고 있지 않아 아이를 판 부모와 관련된 사람인지 아이를 산 여성과 관련된 사람인지 조차 알 수 없었다.
그렇다면 그들 피의자는 언론에 공개된 어떤 내용 때문에 항의를 하고 있는 걸까.
지난 9월3일까지 경찰이 언론에 공개한 내용을 먼저보자.
결혼식도 올리지 않고 동거하던 류씨와 이씨. 지난 5월 아이가 태어났지만 키울 형편이 되지 않았다.
병원비도 마련하기 힘들었던 이들은 입양을 생각했던 것.
절차를 알아보기 위해 들어갔던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입양에 관심 있는 사람’을 찾는 글을 올렸다.
이후 이글을 본 중개인 안씨가 이들에게 연락을 해 ‘신생아 매매’라는 충격적인 거래가 이뤄졌다.
200만원을 받기로 한 이들은 지난 5월25일 오후 4시께 울산시 울주군의 한 커피숍에서 안씨를 만나 생후 3일된 아이를 직접 건네줬다.
더욱이 신생아 매매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는데 안씨는 1시간 뒤 아이를 인터넷으로 알게 된 백씨에게 다시 넘겨준 것이다.
특히 경찰은 이 과정에서 백씨가 안씨에게 465만원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경찰은 다른 사건을 수사하다가 이들의 송금 내역이 인터넷 물품사기와 관련된 것으로 추측했으나 실제로는 ‘신생아 몸값’이라는 사실을 알게 돼 조사에 나선 것.
거기다 아이를 넘겨받은 백씨는 진짜 자신의 아이인 것처럼 꾸미기 위해 산후조리원에 가짜로 입원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친딸인 것처럼 이야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백씨가 입양 기록을 남기지 않고 되도록 빠른 시간 안에 갓난아이를 데려오기 위해 이 같은 일을 꾸민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아이를 상품처럼 중간에 연결해준 안씨에 대해 경찰은 “이번 말고도 여러 번 신생아 매매 브로커로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안씨가 너무 많은 금액을 원해 거래가 실패한 사례가 있었다”며 “주로 온라인을 통해 신생아 매매를 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인터넷을 통한 신생아 매매가 현실로 드러난 것이라 할 수 있다.

물질만능주의의 극단?
이처럼 인터넷 상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진 신생아 매매의 실체가 드러나자 네티즌들은 충격에 빠졌다.
네티즌들은 대체로 “태어나서부터 여기저기 팔려 다니게 된 아이 인생이 너무 불쌍하다”, “부모가 능력이 안 되면 아이를 낳지 말아야지 이렇게 무책임할 수가 있냐”, “자기 배 아파서 낳은 자식을 단돈 200만원에 팔다니 물질만능주의의 극단을 보여주는 것 같다”는 등 분노했다.
실제로 지난 2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관련 단어들을 검색한 결과 ‘아기를 넘기는 조건으로 경제적인 보상을 원한다’, ‘개인적으로 입양을 원하고 있다. 사례는 충분히 할 테니 관심 있는 미혼모들은 쪽지를 보내달라’는 글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그 중에서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아이를 사실 분을 찾고 있다는 제목의 글을 클릭해봤다.
그 내용을 그대로 옮겨보면 “원치 않게 아이를 가지게 됐고 어찌어찌 낳게 됐다. 혼자 생활하기 너무 어려워 아마도 좋은 곳으로 입양 보내고 저도 생활해나갈 여유를 가지고 싶다. 이렇게 얘기하기 싫었지만 아이를 사실 분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 글의 내용을 통해 아이엄마는 미혼모이며 경제적으로 어려워 아이를 살 사람을 찾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인터넷에 올라온 다른 글들도 비슷한 내용이었다.
더욱이 미혼모 A씨는 아이를 낳기도 전에 아이를 팔겠다고 인터넷에 글을 올려놓아 충격을 주고 있었다.
그는 “지금 5개월째 임신 중인 23세 미혼모다. 9월 달에 예정일인데 메일로 연락달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사정은 아이를 구(?)하는 부모역시 다르지 않았다.
미혼모 B씨는 “나이는 30대 중반인데 시집에서는 임신한 줄 알고 있다. 다음 달 초 산달로 알고 있는데 남편도 사방으로 알아보고 있는데 시간이 별로 없다. 딸아이를 원하는데 연락 기다리겠다. 경제적인 능력은 된다”고 말해 아이를 급하게 원하고 있는 사연을 전했다.
출생신고 입양제도 허점?
이번 사태에 대해 입양전문기관 관계자들은 “전문기관의 경우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무적(無籍) 신생아를 선호하는 양부모 신청자들이 대다수라 입양이 쉽지 않다”며 “이런 점을 악용 하는 브로커들이 생기면서 신생아 매매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외 입양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입양은 모두 1306건이었다.
물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입양 건수가 많지 않은데 대해 입양에 대한 국민인식이 아직 다른 선진국에 비해 성장하지 못한 것을 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는 지난 2003년의 1564건보다 줄어든 숫자여서 국민의 인식만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적으로 성장하고 살만해진 나라일수록 입양건수가 늘어나는 것은 조사결과를 통해서도 알려진 사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입양기관을 통한 공식적인 입양 대신 암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거기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인터넷 사이트에서 아이매매 관련 검색어를 치면 아이를 사고판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불임 등의 이유로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부부와 경제력이 부족한 미혼모나 동거 남녀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아기 매매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한국의 입양제도와 출생신고제의 허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더욱이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3일 입양관련 법을 정비하고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입양특례법 개정 T/F팀을 운영해 입양절차를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처벌수위도 상향 조정해서 적극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지만 늦장대처에 대한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사실 국내에 입양된 아이들 중 95%는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양부모에게 입양됐다.
불임사실을 숨기고 양자 관계를 문서로 남기지 않으려 했던 것.
이는 절차가 까다롭고 신분이 노출되는 공개 입양 대신 비밀 입양을 선호 하고 있는 다는 말이기도 하다.
때문에 대구 홀트아동복지회 황운용 원장은 “신분 노출을 꺼리는 불임 여성이나 아기를 낳은 미혼모들이 인터넷을 통해 은밀히 아기를 사고 파는 경우가 있다”며 “인터넷을 통한 신생아 매매를 막을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동은 상품이나 거래의 대상이 아니며 의사표현이 어려울 뿐 온전히 인간으로 대해야 한다”며 “친부모가 어떠한 환경에서 아이를 낳았는지 가족들이 어떤 질병을 갖고 있는지 등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얻고 정부 지원도 받을 수 있도록 정식 입양기관을 통해 아이를 데려오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이제 갓 100일을 넘긴 이씨의 딸은 현재 백씨 집에서 크고 있다.
경찰은 백씨로부터 아이를 넘겨받아 친부모에게 돌려줄 방침이지만, 친부모는 가정형편 때문에 “아이를 키울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아이는 입양기관을 통해 다른 양부모에게 정식 입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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