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권경쟁, 박근혜 vs 정몽준
한나라당 대권경쟁, 박근혜 vs 정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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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동기, 대선 라이벌 ‘일전불사’준비

광폭 행보 정몽준 “능력 보여줄 시간이 별로없다”
내년 1-2월 박근혜 당대표 직접 출마설도 솔~솔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는 1952년생 띠동갑이자 서울 장충초등학교 동창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초등학생 시절 서로를 잘 알지 못했다. 또한 성인이 된 뒤에도 가끔 동창 모임에서 만나 테니스를 치는 정도였다.

이런 두사람이 본격적으로 정치적 이해타산을 맞춰 본 것은 2002년 대선때 였다. 당시 월드컵 4강신화를 통해 새로운 대권후보로 각광받던 정 대표는 한나라당을 탈당해 ‘국민통합21’을 추진 중이었다. 박전대표 역시 이회창 후보에 밀려 대선 출마를 위해 한나라당을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을 이끌고 있었다. 정대표는 상황이 비슷한 박 전 대표에게 ‘공개 러브콜’을 보냈다.

정몽준 박전대표에게 10월 재보선 지원 협조

당시 정 대표는 박 전대표를 만나 던 진 첫마디가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재밌게 봤다.”는 것 이었다. 자신과 함께 하던지 그것이 불가능하면 최소한 ‘도와라도 달라’는 일종의 메시지였다.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내용은 대학 동창생인 남녀 주인공이 우여곡절 끝에 사랑에 성공한다는 내용이다.

박 전 대표는 거절했다. “정체성이 다르다.”는 이유였다. 정 대표가 창당한 ‘국민통합21’에 박정희 시해 사건의 주동자인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변호를 맡았던 강신옥 전 의원이 참여하고 있는 것을 문제 삼았다.

세월이 흘러 18일 두사람은 다시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이번 만남에 대해 정 대표는 “박 전 대표에게 분위기를 봐서 10월 재보선 지원협조를 구해도 될 것 같으면 하겠다”고 밝혔다.

전·현직 대표간 상견례를 겸해 마련된 이 자리에서 정 대표는 재보선 논의 이외에도 최근 정치권에서 공론화되고 있는 개헌, 정치개혁, 선거구제 개편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정 대표는 특히 이번 회동이 차떼기 오명을 뒤집어쓴 당을 천막당사를 세워 살려낸 박 전 대표의 리더십과 당운영 노하우를 전수받을 기회로 보고 있다.

정 대표는 또 박 전 대표과 이명박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에서 남북문제와 관련 의견을 나눴고, 양측간 독대가 이뤄진 것을 감안해 충분한 시간을 할애할 예정이다.

이에대해 정양석 대표 비서실장은 “정 대표가 박 전 대표의 후배 대표인 만큼 경험있는 선배를 만나 코치를 받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구체적인 국정현안 보다는 덕담과 함께 당운영 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의견을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보선과 관련해서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박 전 대표의 의사가 확고한 만큼 매달리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며 박 전 대표에 대한 재보선 지원 요청은 원론 수준에 머물 것임을 시사했다.

한 친박근혜계 의원도 “박 전 대표가 특별하게 얘기가 있겠느냐”며 “의례적 회동인 만큼, 정치 현안에 대해 특별한 발언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태와는 다른 차별성 강조 ‘광폭 행군

최근 정대표는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소속인 이윤성 국회부의장이 “의장단 회의에서 정 대표의 일정을 보고 다들 놀랐다”고 밝혔다.

첫날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하는 등 10여 개 일정을 소화한 정 대표는 이튿날에도 청와대·야당·언론계를 쉴 새 없이 돌았다. 이후에도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을 찾아가 정진석 추기경을 만나는 등 종교계를 훑었고 상도동 자택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을 방문하고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을 만나 신종 플루 대책을 듣는 등 ‘정책 챙기기’도 했다.

당내에선 정 대표의 이런 모습이 박희태 전 대표와는 다르다 는것을 보여주기 위한 행보라고 보고있다. 박대표보다 13살 적은 나이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실제로 조계종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이 건강을 묻자 “젊은 사람이니까…”라고 대답했다. MB에게는 “당이 젊어 보인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한다.

대기업 오너에 부잣집 도련님 이미지도 바꾸고 몸을 더욱 바짝 낮추고 있다. 사람들을 만날 때면 “잘 지도해달라”는 말을 달고 다닌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엄신형 목사를 예방한 자리에서 꺼낸 첫마디가 “많이 지도해주세요”였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권오성 목사를 찾아가서도 “목사님, 많이 지도해주세요”라고 인사했다.

이러한점 때문에 수도권 초선 의원들은 정대표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있다.

한나라당 내 개혁 성향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21은 정 대표에게 내년 1-2월에 조기 전당대회를 비롯한 당 쇄신 일정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민본21의 2기 간사로 선임된 권영진 의의원은 “대표가 취임한지 얼마 안됐지만 역동적인 당 대표의 모습이 보여지고 있다. 대표에게 주어진 과제는 당의 변화와 희망을 만드는 게 아닌가”한다고 밝혔다.

또한 권 의원은 “민본을 통해 당 구성원들은 국정 쇄신과 당 쇄신을 위한 많은 제언을 했다. 여권 전체로 보면 상당 부분 기조 변화를 실천하고 있다고 보지만 당 쇄신 논의는 실천되는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정대표가 한나라당 쇄신의 중심 역할,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당 쇄신을 촉구했다.

이에대해 정의원은 “당원들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전당대회를 열어서 당원들의 선택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4월 재보선 이후 9월 조기전대 얘기도 있었고 필요하다면 항상 해야 하는 것이다. 지방선거 이전 조기전당대회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화답했다.

또한 정 대표는 “정치인은 선거로 선택받고 인정받아야 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여 조기 전대가 열릴 경우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만약 내년 1-2월 조기전당대회가 열린다면 한나라당 관심의 초점은 향후 당권의 향배다.
이 경우 가장 주목받는 경우는 박근혜 전 대표의 직접 출마하는 것이다.

이미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은 조기 전당대회와 관련해 “실제 대주주들이 당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강하고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동안 박 전 대표같은 분들이 출마를 하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당청관계에 있어 한나라당이 청와대에 끌려 다닌 것 아니냐”며 박 전 대표의 출마를 촉구했다.

친박쪽에서 박대표의 직접출마요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본인은 아직은 조금 이르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내년초쯤에는 박전대표도 결단을 내릴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권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정대표와 박전대표의 정치생명을 건 일전승부가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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