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 직원들이 시공업체와 뇌물수수에 연루된 것으로 보여 진다. 조달청 6급 공무원 고모(50)씨가 버스전용차로의 미끄럼방지 공사와 관련해 공사업체의 대표에게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100만원을 받는 등 총 5명에게서 600만원을 받은 혐의가 경찰에 포착됐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다른 조달청 직원들은 조달업체 등록 신청 서류 등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아 부실공사 원인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고 경찰조사를 받았다. 이에 본지가 버스전용차로의 미끄럼방지 공사를 두고 뇌물이 오간 사건의 내막에 대해 취재해 봤다.
기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조달청 고위 공무원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9일 뇌물수수 혐의로 조달청 6급 공무원 고모(50)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서울 동작구청 김모(30)씨 등 지자체 공무원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버스전용차로 사업과 관련…시공 업체로부터 600만원 받은 혐의
동작구청 공무원도 뇌물수수…학교 주변 미끄럼방지 공사와 관련
경찰은 또 조달청 직원 3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공사업체 대표 이모(38)씨 등 12명을 뇌물 공여와 입찰 방해 혐의로 각각 불구속 입건하고 1명을 지명수배 했다.
다 이유 있는 도로 ‘훼손’
사건을 담당한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송파대로의 버스전용차로에 깔린 미끄럼 방지제가 문제가 많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를 벌였다”고 수사의 착수 배경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조달청 공무원 고씨는 지난해 3월 도로 미끄럼 방지 공사와 관련해 조달청에 등록을 희망하는 대표 이씨에게서 등록과정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100만원을 받는 등 지난해 12월까지 업체 관계자 5명에게서 6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뇌물을 받고 공사를 따낸 업체가 시공한 공사는 서울 잠실대교 남단에서부터 장지동 사거리까지 이르는 버스전용차로의 미끄럼방지를 위해 암적색 포장을 씌우는 공사였다.
뇌물로 얼룩진 송파대로의 ‘버스전용차로’가 정상적일리 만무했다.
실제 본지가 지난 9월15일 송파대로를 찾아가 미끄럼방지시설을 확인해 본 결과, 심하게 파여 있고 깔린 곳보다 안깔린 곳이 더 많아 보일 정도로 심하게 훼손되어 있었다. 송파대로의 버스중앙전용차로에 깔린 암적색 포장재가 비만 오면 움푹 파이고 부서진 데는 다 이러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뇌물로 공사를 따낸 업체의 위반 사항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뇌물을 이용해 공사를 따낸 이 업체는 입찰 후 업체가 직접 공사를 진행하지 않고 또 다른 업체에게 공사를 넘겨 진행했다.
조달청 관계자는 “입찰 계약 이후 시공을 하지 않고 또 다른 하청업체에게 공사를 넘겨 시공하는 것은 ‘일괄 하도급’으로 볼 수 있다”며 “이것 역시 국가 계약법상에 준하지 않는 위반사항”이라고 말했다.
조달청 공무원 고씨가 연루된 본 사건은 경찰 조사 이후 검찰에 송치되었다. 그러나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구속 영장이 발부되지 않았고 불구속 기소로 방향이 바꿨다.
큰 사안이 아니다?
한편, 다른 조달청 직원들은 다수공급자물품 구매계약 담당자들로, 미끄럼 방지 포장 업체의 조달등록 신청 서류와 적격성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아 부실공사 원인을 제공하는 등 직무를 소홀히 한 혐의를 받고 불구속기소 되었으나, 법원으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암적색 미끄럼방지 포장 공사를 둘러싼 뇌물커넥션은 이 뿐만 아니었다.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뇌물을 준 공사업체 관계자의 금융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다른 지자체의 공무원들의 비리도 적발했기 때문.
도로포장공사와 관련해 건설업자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서울 동작구청 7급 공무원 김모(39)씨와 경기도 화성시청 7급 공무원 김모(39)씨 등 지방공무원 3명도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조사결과 동작구청 공무원 김씨는 2006년 2월부터 1년여 동안 도로포장공사 업체로부터 6차례에 걸쳐 총 2260만원을 받았다.
뇌물을 준 업체는 동작구에 위치한 어린이 보호구역내 미끄럼방지 공사를 따냈다. 경찰 관계자는 “초등학교와 어린이집 근처의 미끄럼방지 시설도 많이 망가져 있었다”고 전하며 “이렇게 하자가 많은 시설을 비춰봤을 때 문제가 많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달청 관계자는 위 사안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
한 관계자는 “당초 고씨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이것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아 반려됐고, 불구속입건하기로 한 조달청 직원들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이것은 이미 몇 차례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크게 다룰 사안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경찰이 언론에 알린 것은 성급한 행동”이었다며 “사건에 연루된 직원들이 현재 정확하게 근무를 하고 있다거나 휴가를 내는 등의 이유로 다니지 않는 지는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불구속 입건된 직원과 무혐의 처분이 난 직원들의 이유는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이 같은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몇 개월간 공장과 등록업체들을 실사한 사건”이라며 “경찰 입장에서는 증거가 충분하다고 판단되나, 그렇지 못한 결과가 나와 아쉽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수사 당시 대부분의 돈거래가 현금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여져 증거를 찾기가 매우 애매한 상황이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