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군대안가는데 니들이 보태준게 있어?
최근 ‘병역비리’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사실 잊을만하면 한 번씩 터지는 것이 병역비리 사건으로 주로 고위층 자제나 연예인들이 논란의 집중공격이 되곤 했다. 물론 이번 사건에도 몇몇 연예인과 공무원·기업인 등 고위층 자제들이 언급되며 네티즌의 궁금증이 폭발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동안에도 문제가 됐던 ‘어깨탈구수술’과 브로커를 낀 ‘환자 바꿔치기’ 등 신종 병역비리 수법이 그에 못지않은 관심을 받고 있다. 더욱이 병역비리와 관련해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대상 또한 병역 면제자부터 면제를 도운 브로커, 이들에게 진단서를 발급해 준 병원과 그것을 확인한 지방 병무청 등으로 확산 돼 사상최대 규모의 줄 소환이 이뤄질 예정이라 파문이 일고 있다. 이에 본지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신종 병역비리 수법과 점점 진화되고 있는 수법을 통해 병역비리의 현주소를 공개해봤다.

‘어깨탈구수술’ 병역비리 대상자가 무려 1100여명으로 늘어났다. 최근 병역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전국의 경찰서가 지방 병무청 10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해 명단을 확보한 결과 수사선상에 오른 사람이 모두 1100명에 달했던 것.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병역비리, 전국의 경찰서 지방 병무청 10곳 압수수색해
사상 초유의 줄 소환, 1100여명의 어깨탈골수술 환자, 의사, 병무청 직원 조사
병역비리의 고전인 ‘어깨탈구수술’부터 신종 브로커 낀 ‘환자바꿔치기’수법까지
인터넷이 매개체로 악용, 고위층 자제나 연예인뿐만이 아니라 일반인으로 확산
또한 신종 병역비리 수법인 ‘환자 바꿔치기’를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역시 브로커 윤모씨에게 돈을 보낸 97명과 또 다른 브로커 차모씨에게 돈을 보낸 113명까지 조사하고 있어 그 숫자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거기다 경기 일산경찰서는 수사대상 203명 가운데 80명에게 병역기피 혐의가 드러났다고 밝혔으며 나머지 대상자들을 상대로 수사 중에 있다.
사상초유 줄 소환?
먼저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수사 중인 사건을 보자.

경찰은 지난 18일 일명 ‘환자 바꿔치기’ 수법에 가담한 브로커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여기에는 브로커 윤씨와 환자 김씨, 그리고 돈을 주고 병역을 면제 받은 카레이서 김씨와 정씨, 명문대 대학원생 김씨 등이 포함됐던 것.
이들이 경찰을 통해 받고 있는 혐의를 보면, 브로커 윤씨는 ‘병역 연기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알게 된 카레이서 김씨의 진단서를 심부전증 환자의 것으로 바꿀 수 있게 도와주고 700여만원을 받았다.
이에 심부전증 환자 김씨는 카레이서 김씨 등이 가짜 진단서를 발급받게 해주는 대가로 3명에게서 3000여만원을 받은 것.
이들 3명은 결국 돈을 주고받은 허위 진단서를 제출해 현역입영 대상자였는데도 불구하고 공익요원 판정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브로커 윤씨와 관계된 병역비리 수사대상은 더 있었다.
윤씨가 백여명이 넘는 입영 대상자로부터 돈을 받고 관련 서류를 조작해 병역을 연기해준혐의가 드러난 데다 공범 세명이 더 있다고 진술함에 따라 경찰은 또 다른 브로커인 차씨를 소환해 조사를 벌이는 등 수사를 확대했다.
결국 경찰은 브로커의 통화기록을 분석하기로 결정, 지난 25일 윤씨와 1년간 통화한 20대 377명 가운데 공익이나 면제 판정을 받은 12명중 3명을 추려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브로커 차모씨의 6개월간 통화내역을 확보해 병역이행 여부에 대한 수사를 할 예정이다.
즉, 20대 남성의 명단을 뽑아 병무청으로부터 면제나 공익 판정을 받은 이들의 자료를 받을 계획인 것.
물론 경찰은 입대 대상이 아닌 사람도 자세히 조사할 방침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멀쩡한 어깨를 일부러 수술해 군제를 면제받는 ‘어깨탈골수술’이 여전히 병역비리의 고질병으로 만연해 있었던 것이 이번 사건을 통해 재확인되면서 경찰은 수사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더욱이 맨 처음 어깨수술을 통한 병역비리 사건의 수사를 담당한 경기 일산경찰서가 지난 24일까지 203명의 수사대상자 가운데 80여명의 혐의를 확인했다고 밝힘에 따라 그 숫자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은 멀쩡하거나 수술까지는 필요 없는 상태인데도 군대를 가지 않기 위해 습관성 어깨 탈구 수술을 받았다.
이어 병원 수술기록과 진단서를 병무청에 제출해 신체검사 4급(공익근무대상)이나 5급을 받아 군 입대 면제 판정을 받은 것.
이들 가운덴 공무원이거나 공무원 아들이 23여명, 프로축구나 배구 선수 등 운동선수가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경찰의 수사대상은 여기에 국한되지 않았다.
이는 병역비리 수사 대상자 가운데 상당수가 비지정 병원에서 진단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6년부터 최근까지 수도권 10개 병원에서 어깨수술을 받고 병역을 감면받은 사람은 1100여명.
하지만 이 가운데 30% 정도인 308명이 비지정병원 2곳에서 진단서를 발급받아 병무청에 제출했다.
물론 비지정병원도 특례조항만 충족하면 얼마든지 인정받을 수 있지만 이를 악용하는 병역기피자들이 있을 수 있어 이들병원 역시 경찰의 수사 대상이 된 것이다.
거기다 ‘환자 바꿔치기’가 이뤄진 병원과 일정 연기 서류 등을 받은 병무청 관계자들까지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 됨에 따라 병역비리 사상 최대 규모의 줄 소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점점 진화되는 병역비리
그리고 무엇보다 병역비리 수법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이 병역을 기피하는 매개체가 되면서 병역 비리의 당사자도 과거처럼 일부 고위층 아들에 그치지 않고 일반인까지 널리 퍼져가는 양상을 보였던 것.
실제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입영을 연기하거나 병역 기간을 줄이는 방법을 묻는 글들이 잔뜩 올라와 있었다.
거기다 병역비리 사건의 피의자들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신종 ‘병역기피’수법을 익히고 알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본지가 입영연기라는 글을 검색한 결과, ‘병역 비리 글은 바로 지우겠다’는 경고 문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게시물이 줄줄이 검색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지정병원’이라는 단어역시 입영연기와 군대연기 등과 연관돼 있어 정보를 손쉽게 교환할 수 있게 돼 있었던 것.
결국 인터넷이 신종 수법을 전파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었다.
사실 과거의 병역 비리는 ‘박노항 원사 사건’ 같이 주로 병무청 직원을 통해 신체검사등급을 조작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어깨탈구수술을 받거나 연골을 제거하는 등 신체를 훼손하는 수법이 주를 이뤘다.
즉 멀쩡한 몸에 일시적으로 질병이 있는 것처럼 꾸미는 수법이 등장한 것이다.
소변에 약물을 타 신장질환을 앓는 것처럼 꾸며 병역을 면제받은 연예인 송승헌이나 병원 신체검사 전에 다량의 커피를 마시고 항문과 팔에 힘을 줘 고혈압 진단을 받아낸 연예인 쿨케이 등이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이번에 적발한 병역비리는 ‘환자를 바꿔치기’해 진단서를 발부받았다는 점에서 이전의 병역기피 수법과는 확연히 달라 논란이 되고 있다.
거기다 경찰은 이번에 적발된 신부전증뿐 아니라 척추 시력 관련 질환으로도 병역 기피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환자가 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은 뒤 병역을 기피하려는 의뢰인의 건강보험증을 제출하는 수법이라면 척추질환 등 다른 질병 환자를 동원해서도 얼마든지 진단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환자 바꿔치기’를 도모한 브로커는 인터넷상에서 상담과 정보제공을 통해서 희망자를 모집하고 거짓 진단서 발급과 자해수술을 알선했다.
거기다 어깨 탈구 수술의 경우 수술비 200여만 원 중 150여만원은 의료보험혜택까지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희망자들은 넘쳐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수법 못 따라가는 정책?
사실 병역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병역 회피를 특권인 양 여기고 병역을 마치는 것을 오히려 손해라고 보는 풍조 탓이라는 것이 일부 전문가의 의견이다.
그리고 그 일차적 책임은 병역관련 정책의 허술함에 있겠지만, 일부 공직자나 부유층이 이러한 비리 수법을 공공연히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3년에서 2008년 적발된 병역 비리 혐의자 가운데 그렇게 분류될 수 있는 사람이 전체의 60%정도로 조사됐던 것.
더욱이 브로커를 통한 병역 면제 과정에는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1억원이상 비용이 드는 것도 이들 부유층들이 병역기피자들로 유독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병역기피자들을 부끄럽게 하는 ‘진짜 사나이’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무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군복무 희망자 처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05년부터 지난 8월말까지 징병검사에서 병역면제 또는 보충역 판정을 받고도 재신검을 신청한 인원은 6396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던 것.
이에 국방위의원은 “이번 사건처럼 병역기피 현상이 확산되고 있지만 현역 입대를 위해 질병을 치료하거나 학력 등의 조건을 갖추는 젊은이도 적지 않다”며 “국방 의무는 기피 대상이 아닌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이라는 인식 확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일각에서는 “병역비리 대상이 고위층 자제나 연예인, 운동선수 등에서 일반인으로까지 공공연히 확산되고 있다”며 “비리가 근절되기는커녕 거의 매년 빠짐없이 반복되는데다 그 수법이 날로 진하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는 브로커, 인터넷, 의사의 병역비리 삼각관계는 수사관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치밀했지만, 병무청의 신체검사와 등급판정 시스템은 허술하기 짝이 없는데다 신체검사를 담당하는 의사 상당수가 대학을 갓 졸업한 일명‘초짜’의사 이기 때문에 병역기피자들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는 실정이었던 것.
따라서 일각에서는 “이번에 적발된 병역비리자들을 엄중히 처벌하는 것은 물론 병역 의무를 관리하기 위한 특별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병역기피의 소굴로 사용되고 있는 인터넷 공간의 단속도 필요하다”며 “이러한 병역비리의 만연으로 성실하게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현역 군인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은 없어야 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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