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나은행이 난데없는 유탄을 맞았다. 동아건설의 898억원대 신탁자금을 편취하고 도주해 현상금까지 걸린 박모(48) 부장이 검찰에 구속되면서 계좌에서 돈을 출금할 수 있도록 도와준 혐의로 하나은행의 김모(50)차장도 함께 구속됐던 것. 거기다 경찰조사결과 박부장이 빼돌린 돈은 1000억원이 더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 하나은행 측은 “횡령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더욱이 은행은 “검찰에 구속됐더라도 김 차장의 혐의가 완전히 입증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재판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은행이 횡령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자체적인 직원관리가 소홀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본지가 동아건설 수천억대 횡령사건에 유탄 맞은 하나은행에 조직적인 문제가 없었는지 짚어봤다.

하나은행의 여신관리부 김차장이 지난 7일 경찰에 붙잡혔다. 그가 경찰에 붙잡힌 데에는 함께 구속된 동아건설 박부장이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부장은 898억대 신탁자금을 편취하고 도주해 경찰은 물론 동아건설 자체 내에서도 3억원의 현상금까지 걸려있는 인물이었던 것.
동아건설 박부장 1898억원대 횡령, 하나은행 김차장 계좌출금 도와줘
하나은행 횡령혐의 전혀 몰라, 직원관리 소홀? 책임 소재 논란 불거져
때문에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나름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특히 이 현상금은 직원들의 휴가비를 반납해 조성한 것이라는 점에서 박부장을 찾기 위한 회사의 절박함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러한 박부장이 경찰을 통해 붙잡히면서 1000억원대 회사공금을 횡령한 새로운 혐의가 드러났다. 여기에 박부장을 도와준 것으로 알려진 김차장이 함께 구속되면서 김차장의 무대로 사용됐던 하나은행이 난데없는 유탄을 맞은 것이다.
담합내용의 전모
서울 광진경찰서는 지난 7일 브리핑을 통해 “1000억원대 회사공금과 898억대 신탁자금을 편취해 도주한 동아건설 자금부장 박씨를 검거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 회사 돈 890억원을 챙겨 3개월간 감쪽같이 행적을 감췄던 박부장의 꼬리가 잡힌 것.
거기다 최근 경찰조사 결과 1000여억원이 더 추가돼 놀라움을 주고 있다.
결국 박부장은 1898억에 달하는 회사 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처럼 박부장이 회사 돈을 횡령할 수 있었던 데는 지난 1998년 이후 회사의 자금조달을 혼자 담당해 자금출납 내역을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려웠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박부장은 돌려막기를 해 장부상의 모든 서류를 완벽하게 처리해 놓았다는 것이 동아건설 측의 입장.
여기에 동아건설이 자금을 예치하고 있던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이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하나은행의 경우, 박부장이 동아건설 하자보수보증금 477억원을 횡령하는 과정에서 고교 선배인 하나은행 김차장의 도움을 받았다고 경찰이 발표하면서 논란이 됐다.
더욱이 박부장은 “김차장에게 건넨 돈이 사례비 1000만원 정도”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김차장의 혐의가 사실이라면 큰돈이 오고갔으리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차장은 “박부장으로부터 횡령한 돈을 하나은행에 예치시켜 예치실적을 높이고 승진에 도움을 받으려 했을 뿐이며 사례비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차장이 질권설정을 한 예치금에 대해 서류상으로만 질권설정을 하고 전산에는 입력하지 않아 박부장이 언제든지 계좌에서 돈을 출금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혐의를 받고 구속됨에 따라 하나은행의 조직적인 문제는 없었는지에 대한 책임소재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직원관리 소홀?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경찰에 구속된 것을 알고 나서야 직원의 횡령 혐의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본지가 통화한 홍보팀 관계자는 “아직 혐의가 드러난 것도 아니고 재판 진행 중인 사건을 가지고 우리가 어떤 입장을 표명하기 곤란하다”며 “김차장을 통해 확인한 결과 본인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본지가 “구속됐다는 것은 일정부분 혐의가 있다는 얘기 아니냐”고 하자 그는 “은행의 서류와 전산 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무엇보다 김차장 본인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업무상의 실수 일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본지가 “경찰은 브리핑을 통해 질권설정을 서류상으로 만하고 전상에는 입력하지 않아 박부장이 언제든지 계좌에서 돈을 출금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고 하자, 그는 “잘못된 것”이라며 “예컨대 직원이 서류상에 10개를 설정하고 전산에 10개를 입력하면서 건설사에 12개를 준 것을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냐”고 반박했다.
그래서 본지가 “그럼 은행은 그 2개가 어떤 식으로 공중에 뜬 것인지 모르는 거냐” 물었더니 “서류와 전산 상에 정상적인 거래를 한 것으로 나오는데 둘만의 커넥션을 우리가 어떻게 아냐”고 말했다.
때문에 본지가 “만약 혐의가 드러난다거나 이런 일이 또 생긴다면 내부적인 문제가 되지 않겠냐”고 했더니 “만오천명이나 되는 우리직원을 지금 사기꾼으로 보는 거냐”며 “만약이라는 생각은 하고 싶지 않다. 우리 직원들의 도덕성을 믿는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정기적으로 윤리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말했는데 정작 본지가 “어떤 식으로 어떻게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냐는 질문에는 제대로 답변을 못했으며 홍보팀의 경우 ”매일 아침 수첩에 붙은 윤리강령을 읽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하나은행 측은 직원이 구속될 때까지 횡령사실을 전혀 몰랐으며 혐의가 드러나지 않은 부분을 가지고 왈가왈부 하고 싶지 않은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은행이 횡령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자제적인 직원관리가 소홀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드러내고 있어 당분간 하나은행의 책임소재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