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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경쟁체제 돌입 ‘박근혜를 넘어서라’

여권 대권 구도 어느 정도 윤곽, 잠룡들 본격적으로 각자 위치서 대권기반 쌓을 듯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독보적 1위...대권주자들 격차 줄이는 것이 관건

18대 대선을 3년 정도 남겨둔 시점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정몽준 대표, 정운찬 국무총리,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등 ‘잠룡’들이 각자 다른 위치에서 대권고지를 향한 ‘내공쌓기’에 들어갔다. 현재까지 이들 잠룡들은 당사자들은 대권행보에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향후 1년의 실적이 대선 초반 레이스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내심 적잖이 신경 쓰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다.


영원한 1순위 박근혜

여권 내 차기 대권주자 1순위는 단연코 박근혜 전 대표다. 박 전 대표는 지금까지 각종 여론조사를 살펴봤을 때 여야 잠룡들을 통틀어 현저한 지지율 차이를 보이며 독보적인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40.6%고 여당 내 대권 최대 라이벌인 정몽준 대표는 9.6%로 조사되면서 눈에 띄는 격차를 벌렸다. 특히 박 전 대표는 보름 전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도 41.1%를 차지하면서 ‘박근혜 파워’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한나라당 수장으로 대권 기반을 쌓고 있는 정 대표와 충청권 총리로 발탁된 정운찬 신임 총리, 새로운 활로를 모색한 왕의 남자 이재오 국민권위위원장등 여권 잠룡들이 최근 정치적으로 이목이 집중되면서 박 전 대표를 긴장하게 만들고 있지만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웬만한 바람에도 흔들리는 않는 무엇가가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아마도 흔들림이 비교적 적은 40~50대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고 더불어, 20~30대로부터도 다른 경쟁자들보다 월등히 앞서는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며 “여기에다 지난 대선후보 경선 패배 직후 형성된 ‘다음에는 박근혜가 대통령 돼야지’라는 동정론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박근혜 대표는 계속해서 침묵정치를 유지하며 때(?)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일각에선 박 전 대표가 10월 재보선에 절대 관여 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지만 만일 자신의 텃밭인 강릉과 양산에서 여당 후보들이 패배할 경우, ‘나몰라하는 식’이 화를 좌초했다는 당내 비판여론이 형성될 수 있어 간접적으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박 전 대표에 있어 가장 민감한 사안인 개헌 논의와 이명박 대통령이 계속해서 주창하고 있는 선거구제 및 행정구역 개편에 대해 조만간 자기 입장을 적극적으로 피력할 것으로 정치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친박계에 따르면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정부 공직으로 나감에 따라 현재 거론되고 있는 내년 1~2월 조기 전당대회 가능성도 낮아져 당분간 정치무대에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내년 지방선거가 대권 최대 교두보인 만큼 박 전 대표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본격적인 움직임의 필요성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용’을 꿈꾸는 정몽준

박 전 대표의 초등학교 동창이나 여권내 라이벌인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대권 가시화를 위해 남다른 각오로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표 취임 첫날 정 대표는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하는 등 10여 개 일정을 소화한 정 대표는 이튿날에도 청와대·야당·언론계를 쉴 새 없이 돌았다. 이후에도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을 찾아가 정진석 추기경을 만나는 등 종교계를 훑었고 상도동 자택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을 방문하고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을 만나 신종 플루 대책을 듣는 등 ‘정책 챙기기’도 했다. 당 안팎에선 ‘정 대표의 이런 모습이 박희태 전 대표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행보로써 당 수장직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대권 기반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정 대표는 대기업 오너의 이미지를 탈피 서민적 이미지로 탈바꿈을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으며 보다 낮은 자세로 대권 가시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마도 정 대표로선 처음으로 그의 리더쉽을 검증받은 시험대인 만큼 적어도 거물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감이 어느 때 보다 높다.

여당 한 관계자는 “정 대표의 대표직 수행결과에 따라 유력 주자로 부상할 수도, 반대로 역풍을 맞아 정치인생에 큰 오점을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기회이자 위기’를 동시에 품은 것과 같다”고 밝혔다.

정 대표의 역량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최대 시험대는 역시 내년 지방선거다. 정 대표를 중심으로 지방선거에서 승전보를 울려야 만이 대권주자로서의 리더쉽과 능력이 평가 받게 되며 나아가 대표직 임기 역시 자기가 원하는 선에서 마무리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핵심은 내년 1-2월 조기전대가 성사될 경우 정 대표가 차선의 방법을 찾아야 하겠지만 이전에 깊은 인상을 보여줘야 만이 지방선거에서 그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아마도 이번 10월 재보선의 성패 여부가 가장 큰 관건으로 보고 있다.

정 대표는 최근 한 강연회에 참석해 박 전 대표를 유력한 후보로 인정하면서도 자신을 포함한 복수의 여권 주자들이 참여하는 ‘선의의 경쟁’ 구도를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즉 정 대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자세로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굳은 의지로 해석된다. 현재 정 대표의 당 입지 기반은 취약한편이다. 설령 여권 수장이라 하더라도 그를 뒷받침 할 수 있는 구심력이 미약하다는 점에서 앞으로 정 대표가 당내 지지층을 어떤 식으로 이끌어낼 지도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

정 대표는 아마도 당내 중도우파의 지지기반을 포섭하고 나아가 친이-친박계를 아우르는 등 차기 대권주자로서 통솔력과 화합력을 보여주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 별로 떠오른 정운찬

야권에 총공격을 받은 정운찬 신임 총리는 우여곡절 속에 총리직에 안착했다. 과거 야권에 대권 주자로 떠오른 정 총리가 보수 정권의 제2의 수장이 되었다는 자체가 향후 야권의 대항마를 잃은 것과도 같기 때문에 매우 충격적인 반전이었다. 집권2기 개각 당시 진보성향의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의 총리내정은 정치권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명박 정부에 대해 비판을 가했던 그를 선택한 배경을 두고 청와대에 시선이 집중되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주창하고 있는 ‘중도통합 실용주의’에 부합하기 위해선 충청권 출신인 정운찬 서울대 전 총장이 제격”이라며 “정 내정자는 서울대 총장 당시 서울대 운영에 있어 행정적 능력이 이미 검증된 자로 특히 현 정부의 경제정책 등에 대한 건설적인 대안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 같은 경험이 MB를 보좌해 행정 각부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결집할 것”이라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정 총리 내정은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셈법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즉 여권 대주주인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하고자 정 총리를 대항마를 키우겠다는 전략적 술수가 내제돼 있다는 점이다. 이는 차기 대권주자로 특출 나게 눈에 띄는 주자가 현재로선 없는 친이계로선 회심의 카드를 쥔 것과도 같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관계자들은 “특히 수도권 친이계 의원들이 정 총리 주변으로 모여들 가능성도 있다. 이들은 영남에 기반을 둔 박근혜 전 대표에게 거리감을 느끼고 있으며, 박근혜 집권 후를 걱정하기도 한다. 이런 마당에 개혁적 이미지의 ‘정운찬 총리’는 수도권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기댈 언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정운찬 총리’ 발탁에는 수도권 친이계의 입김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총리가 되었지만 야권의 총공세로 드러난 위장전입, 세금탈루 의혹, 기업체 고문겸직(공무원법위반), 병역기피논란 등이 계속해서 불거지는 등 아직까지 국가 수장으로서의 자질이 있는지 의문시 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정 총리는 이러한 악재에 대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불식시키겠다는 각오다. 일각에선 정 총리가 각종의혹들이 불거지면서 도덕적으로 만신창이가 됐다고 하지만, 그가 이명박 정권에 뼈를 묻는 만큼 이젠 야권이 아닌 여권의 대항마로 굳혀진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여권의 유력주자로 평가받고 있는 그가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선 총리 그리고 잠재적 대권주자로서 업무능력과 국가비전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에서 우선 현재 세종시 문제로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만큼 논란의 당사자인 정 총리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그의 정치적 인생의 최대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정 총리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난관들을 논리적으로 매끄럽게 풀어나간다면 충청권의 맹주인 김종필-이회창을 위협 하는 충청권의 신성(新星)으로 떠올라 여권 내 차기 대권주자로 탄력을 받은 것은 분명하다.


‘제3의 길’을 택한 이재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친이계의 좌장인 이재오 전 최고위원은 9월 조기전대와 10월 서울은평을 재선거 무산으로 당내 조기 복귀의 꿈은 뒤로 밀어지게 되면서 다시 야인 생활로 돌아갈 처지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최근 국민권위원장으로 임명돼 정부 공직자로 탈바꿈함과 동시에 당 복귀를 위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이 전 최고위원은 그동안 ‘여의도 복귀’를 강하게 희망해 왔다. 그러나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의 10월 재선거가 물 건너가고, 한나라당의 9월 전당대회도 무산됐다. 내년 2월 전당대회 개최 가능성도 희박함에 따라 ‘당정 라인’이 아닌 ‘제3의 길’로 진로를 수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이 전 최고위원이 우회로를 택함에 따라 여권 내 권력구도가 비로소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정몽준 당대표, 정운찬 국무총리’ 체제가 공고화된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 전 최고위원의 입각 또는 여의도 복귀 여부 때문에 ‘실세의 그림자’가 어디까지 드리워질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의 자리가 명확해짐에 따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일시적으로 권력 외곽에 머무는 것을 제외하면 잠재적 대권 후보군으로 자리매김이 명확해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 전 최고위원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자리로 임명한 것에 대해 일각에선 ‘박 전 대표에 대항할 수 있는 친이계 대항마를 키워내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 후보로 꼽혀온 정운찬 국무총리가 충청권의 잠룡으로 입각했다면, 이 전 최고위원은 수도권에 대한 대표성을 갖고 정부에서 일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정부에서 정 총리와 이 전 최고위원을 키우고, 당내에서는 정몽준 대표 체제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차기 주자를 관리하겠다는 구상이다. 친이계의 한 의원은 “조기전당대회가 물 건너간 상태에서 이 전 최고위원을 아무런 직책 없이 그냥 둘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영향력 있는 정치인들을 옆에 두고 키워내면서 관리하는 것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민권익위원장에 내정된 이 전 최고위원의 주된 임무는 이명박 정부가 하반기 국정운영에 가속도를 붙여갈 중도실용·친서민 정책의 국민고충처리라는 한 축을 담당해 본격적으로 대권주자 다운 영향력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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