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람 장례하는 보험사기 기승
산사람 장례하는 보험사기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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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남편 살아 돌아와도 기쁘지 않다?


일확천금에 눈이 멀어 저지르는 보험사기가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에는 허위로 사망신고를 하고 가족이 대신 거액의 보험금을 타도록 한 혐의로 정모(45)씨가 검찰에 구속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가족이 합심해 멀쩡히 산 사람을 사망자로 위장해 7여년만에 붙잡힌 경우로 여러 개의 보험사에 가입을 하는 등 나름 치밀하게 범죄가 계획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얼마 전에는 정신지체 장애인을 생명보험에 가입시킨 뒤 살해하고 보험금을 타내는 끔찍한 범죄도 벌어졌다. 이처럼 보험사기 수법은 날로 교묘하고 다양해지고 있어 급기야 산사람을 죽은 사람으로 위장하거나 자해해 살인까지 저지르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본지가 산 사람 장례하는 보험사기가 기승을 부리게 된 이유와 그에 따른 유관기관의 대처방안을 취재해봤다.

▲ 영화 '눈물이 주룩주룩'의 한 장면.


서류상에 죽은 줄만 알았던 남편이 7여년만에 살아 돌아왔다. 하지만 아내는 뜨악(?)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보험금을 타기 위한 남편의 계획이 숨어있었던 것. 아내는 남편에게 허위사망신고를 부탁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아내에게 허위사망신고를 시킨 남편 정씨가 검찰에 구속됐다.

일확천금 눈멀어 산 사람 장례하는 보험사기 기승
7차례에 걸쳐 3개 보험사로 12억1000만원 받아내
치밀한 범죄 계획, 지인 신분 이용 7여년 도피생활
살인, 자해, 다른 범죄로까지 전이, 수사력 못 미쳐


지난 9일 서울중앙지검 형사 4부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 2003년 3월 아내에게 ‘바다낚시를 하다 남편이 실종사했다’고 신고토록 한 뒤 S생명보험사로부터 6억여원의 보험금을 가족들이 지급받도록 하는 등 7차례에 걸쳐 3개 보험사로부터 12억1000만원을 받아낸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돈에 눈이 멀어 멀쩡한 남편의 사망신고를 한 경우로 최근 이러한 보험사기가 급증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산사람 장례 치러?

본지가 통화한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 백기봉 부장은 정씨의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인 사건이라 아직은 아무 것도 말해 줄 수 없다”고 언지 했다.

하지만 그는 “정씨 외에 다른 공범의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도피생활을 도와준 공범이 다른 가족을 말하는 건지 제3의 인물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보험사기가 다른 범죄로까지 확대될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무엇보다 지난 14일까지 언론에 공개된 정씨의 보험사기는 나름 치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범행 전 재해사망 보장 보험 등에 중복 가입했으며 사망신고 이후에는 지인의 신분증을 이용해 도피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사실 산 사람을 죽은 사람으로 위장해 수십억의 보험금을 타낸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경찰에 붙잡힌 30대 부부는 멀쩡한 남편을 두고 아내가 장례식을 치러 세간을 놀라게 했다.

경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부인 손모(35)씨는 남편 서모(35)씨가 실종된 몇 개월 후 친지 등 주위사람들에게 남편의 사망 소식을 알리고 통영의 모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렀다”며 “문상객들이 보는 앞에서 실신을 하는 등 치밀한 범죄를 꾸몄다”고 전했다.



거기다 이들 부부의 보험사기극은 웬만한 범죄 영화를 뛰어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남편 서씨는 지난 2006년 3월13일 산양읍 수산레저사업장에서 0.5톤의 모터보트를 대여 받아 한산면 비진도 인근해상에 보트를 버려두고 도주했다.

여기에 아내는 통영 해양경찰청에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 남편이 바다낚시를 갔다가 돌아오지 않았음을 알렸던 것.

해양경찰은 당시 3일간 수색작업을 계속 했으나 실패하고 수색을 중단했으며 실종으로 사건이 종결되기에 이르렀다.

이후 서씨는 3년 동안 부산과 서울 등 전국 각지의 여관과 찜질방 등을 전전하며 하는 일 없이 숨어 지냈으며 아내로부터 1여억원을 받아 사용한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나타났다.

이들은 법원에 실종선고심판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법원으로부터 실종선고심판확정 판결을 받아 미리 가입했던 보험사 6곳으로부터 11억1000만원이라는 거액을 받아냈다.

아내는 주변 사람들의 눈초리가 사라졌을 때쯤 남편을 몰래 만났으며 남편 서씨는 친형과 함께 통영에서 토목회사를 차려 사업도 시작했다.

결국엔 돈 때문에?

결국 이들이 이러한 범죄를 저지르게 된 데는 경제적 어려움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영에서 카페를 운영하던 서씨 부부는 지난 2006년 카페 운영에 어려움을 겪자 평소 낚시를 즐겼던 서씨가 바다에 나가 사망했다고 허위신고를 내고 거액의 보험금을 챙겨 보자고 모의를 했던 것.

더욱이 남편 서씨가 지난 1998년 2개월간 모 보험 회사에 근무한 경력이 있어 특별실종의 경우 1년6월만 경과하면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을 꿰고 악용할 수 있었다.

실제로 이들 부부는 경찰에 붙잡히기 전까지 보험금으로 받은 돈으로 생활자금을 사용했으며 여유 돈으로 주식과 펀드 등에 투자를 하며 지냈던 것이 경찰조사결과 드러났다.

이처럼 보험사기가 진단서를 위조하는 것에서 산 사람을 죽은 사람으로 위장해 허위 사망신고를 하는 것으로까지 나아간 데에 일부 전문가들은 경기불황의 장기화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며 살기가 어려워진 일반 시민들이 손쉬운 방법으로 큰돈을 벌수 있다는 데 착안해 이러한 보험금을 노리는 사기가 기승을 부리게 됐다는 것.

생명보험의 경우 그 금액이 커서 돈으로 죽고 사는 문제에 직면했거나 한탕을 바라는 소수의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보험사기가 하나의 뿌리치기 힘든 유혹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앞의 두 사건 모두 유관기관의 수사가 이들의 치밀한 범죄에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해당부처의 단속 역시 이러한 범죄를 방치하는 또 다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씨의 경우 해양경찰이 경비정 등 18척을 동원해 인근 해역을 샅샅이 뒤졌으나 그들의 계획대로 서씨를 찾지 못한데다 한산면 비진도 해상에서 서씨가 대여했던 모터보트를 발견했지만 해경은 3일 만에 수색을 종결했던 것.

그리고 무엇보다 경찰은 서씨와 술자리에 합석했던 한 대구 시민의 제보를 통해서 실질적인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사정은 정씨의 경우도 비슷했다. 지난 2002년 1월 당시 정씨가 바다낚시를 나갔다가 실종됐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해양경찰이 특수기동대요원 등을 동원해 바다에서 시신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까지 벌인 것을 보면 보험사기에 유관기관이 속수무책으로 휘둘렸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물론 정씨의 경우 시민의 제보가 아닌, 지난 7월에 경찰,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생명손해보험협회 등 기관이 참여한 ‘보험범죄 전담 합동대책반’을 통해 정씨가 허위로 실종사한 것처럼 신고한 뒤 숨어 다니며 살고 있다는 첩보를 검찰이 입수하고 추적해 체포할 수 있었지만 7여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였기 때문에 일각에선 수사기관의 늦장대처를 문제로 지적하고 나섰다.

못 미치는 수사력?

사실 이러한 합동 대책반은 해마다 보험사기가 급증함에 따라 유관기관이 마련한 긍정적인 대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금감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보험 범죄 피해액수는 지난 2006년에는 1781억원, 지난 2007년에는 2045억원, 지난 2008년에는 2549억원으로 증가추세에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경찰청이 그 이전인 지난 3월23일부터 5월31일까지 70일간 ‘보험사기 특별단속’을 실시한 결과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533건의 보험 사기범 2292명을 검거하는 수사실적을 올린 것만 봐도 이러한 유관기관의 합동대책은 필요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보험사기의 형태가 또 다른 범죄로까지 확산되고 있어 보험사기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했던 것.

실제로 보험사기 특별단속기간 중에 공시한 주요 사례를 보면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다른 사람을 살해하거나 자신의 몸에 상해를 가해 그 수위가 도를 넘어서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 내용을 좀 더 보면,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고 노인을 살해한 A씨와 열차에 고의로 발목을 절단한 B씨가 그러한 경우다.

서울지방경찰청 서대문경찰서에 지난 4월12일 검거된 A씨의 경우 노인을 상대로 한 교통사망 사고는 유족 측과 적은 합의금으로 합의를 할 수 있는 점을 이용했다.

운전자보험에서 지급되는 형사합의지원금으로 유족과 합의한 후 그 차액을 취득할 목적으로 74세 할머니를 고의로 충격 사망케 한 것이다.

B씨의 경우엔 자신의 몸에 상해를 가하는 것을 택했다.

지난 5월6일 부산지방경찰청 수사2계에 따르면 “고의로 철길 위에 양다리를 올려놓아 발목을 절단 한 후 치료비 명목으로 보험금 9억원을 편취한 B씨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더욱이 여기엔 고등학생 보험사기단 11명도 끼어있었다.

지난 5월12일 경남지방경찰청 진해경찰서에 따르면 “이들은 작년 5월12일부터 올해 4월까지 일방통행로에서 택시 승객을 가장해 범행 장소로 유인했다”며 “일방통행로를 역주행토록 유인한 후 오토바이로 고의사고를 내는 수법으로 피해자와 보험사로부터 10회에 걸쳐 850만원을 편취했다”고 전했다.

이는 결국 돈에 눈이 먼 보험사기에 어른들뿐 아니라 청소년들까지 가담을 한 것으로 보험사기 계층이 낮아지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수법 또한 날로 교묘하고 다양해지고 있음을 나타내 주는 결과였다.

하지만 경찰의 특별단속기간이나 유관기관이 합동대책반을 마련할 정도로 최근 보험사기가 심각한 수위를 넘어서고 다른 범죄로까지 전이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씨나 서씨 부부의 사건처럼 유관기관의 수사력이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나면서 더 큰 논란으로 작용하고 있다.

때문에 일부 보험전문가들은 “보험사기가 가정과 인륜, 그리고 우리 사회의 도덕성을 파괴할 수 있는 범죄로까지 나아갈 수 있는 만큼 이러한 보험사기의 적발과 방지대책에도 보험회사, 보험소비자, 유관기관, 감독당국 그리고 사법당국 모두가 보험사기의 폐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한다”며 “이들이 합동대책반을 만든 데서 더 나아가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유지하고 대응해 나가야지만 가시적이고 실질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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