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굴업도 관광단지 개발 ‘수난사’ 총정리
CJ, 굴업도 관광단지 개발 ‘수난사’ 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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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삽’ 꽂을 날은 언제?

CJ의 굴업도 관광단지 개발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2006년경부터 CJ가 야심차게 진행해오고 있는 ‘굴업도 오션파크’ 조성 사업이 사업계획 발표 3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끊임없는 악재 속에 첫 삽은커녕 행정당국의 승인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것. 상황이 이쯤되자 최근 CJ는 세간의 빈축에도 불구하고 굴업도의 관광단지 지정을 밀어붙이고 나섰다. 하지만 굴업도의 개발 사업을 반대하고 있는 환경단체들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사업이 쉽사리 진척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본지가 끊임없는 악재 속에 개발의 첫 삽도 못 뜨고 있는 CJ의 굴업도 오션파크 조성 사업 수난사를 되짚어 봤다.

굴업도내 ‘해식와’ 천연기념물 지정 추진으로 사업축소 따른 피해 예상
환경파괴 우려, 골프장 중심 사업서 “골프장 빼라”는 환경단체 등 반대

씨앤아이레저산업, 회장 자금관리인 사건 연루돼 자금출처 의혹 불거져
‘굴업도 내 이주단지 마련’ 요구하고 있는 주민들과 토지수용 문제 남아


▲ 굴업도


CJ그룹은 계열사인 씨앤아이레저산업(주)를 통해 인천시 옹진군 굴업도에 오션파크 조성 사업을 지난 2006년경부터 추진해오고 있다.

하지만 섬 전체를 골프장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위락리조트를 만들겠다는 CJ의 야심찬 계획은 현재까지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굴업도의 개발을 반대하는 환경단체의 반발 등과 같은 크고 작은 악재가 겹치면서 사업 계획이 승인되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것이다.

CJ, ‘굴업도 오션파크’ 조성 추진

CJ의 굴업도 관광단지 개발 사업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은 씨앤아이레저산업(주)가 지난 2007년 옹진군에 사업제안서를 제출하면서 부터다.

CJ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사업은 2013년 말까지 굴업도 섬 전체에 18홀 규모의 골프장과 콘도미니엄, 호텔, 판매시설 등을 갖춘 관광단지를 조성하는 내용이다. 섬 연안에서 요트와 레저보트를 즐길 수 있는 마리나 시설, 워터파크, 수산물 시장, 조각공원, 산책로 등이 함께 들어서 섬 안에서 레저스포츠, 숙박, 쇼핑, 관광 등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거다.

이를 위해 CJ 측은 2005, 2006년에 걸쳐 굴업도 전체 부지 172만6000㎡의 98.5%를 매입하고 2008년에는 인천시 관광단지 조성사업을 위한 사전환경성 검토서 초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해안 최고의 비경 중 하나로 손꼽히는 굴업도는 인천에서 90㎞ 떨어져 있는 외딴 섬으로, 인천 연안부두에서 덕적도로, 다시 덕적도에서 배를 갈아타고 들어가야 할 정도로 오지 섬이다.

인천지역 환경단체에 따르면 섬 인구는 약 10가구 20여명 안팎으로 대부분 농사가 아닌 민박과 판매업, 그리고 맨손 어업을 통해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최근 CJ가 개발에 나서면서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는 굴업도는 화강암 지형과 소나무 숲으로 유명, 매와 먹구렁이, 황조롱이 등의 멸종위기 동물과 천연기념물이 서식하는 ‘청정섬’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환경단체와 생태학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또 굴업도는 1994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시설지로 지정됐다가 지진대로 알려지면서 이듬해 계획이 취소되기도 했다.

지역 환경단체들은 “굴업도의 첫 번째 시련이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시설지 지정이었다면, 두 번째 시련은 CJ의 굴업도 관광단지 개발 사업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골프장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위락리조트를 건설하다보면 동식물들의 서식지인 산을 깍고, 콘도 등에서 수만톤의 오폐수가 발생해 환경파괴 문제가 우려되고 있는 까닭이다.


해식와 천연기념물 지정 논의

이처럼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가 CJ의 오션파크 사업의 진척을 막고 있는 첫 번째 악재다.

특히, 본섬에 딸린 작은 섬(속칭 토끼섬)에 있는 바닷물 침식으로 조성된 해식와(海蝕窪) 지형은 문화재청이 보존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천연기념물 지정이 진행중이여서 CJ의 사업에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해식와는 바닷물의 침식작용으로 해안 절벽 아랫부분에 생겨난 깊고 좁은 침식지형을 말하는데, 문화재청은 이를 학술적으로 귀중한 보존가치가 있다고 판단, 지난 2월부터 천연기념물 지정을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해식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된다면 CJ로서는 굴업도 개발에 있어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해식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 개발에 따른 훼손 가능성이 있어 지정된 곳으로부터 주변 500m 이내에서는 개발 행위를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 굴업도 토지이용계획도


업계 관계자들은 “이렇게 되면 짓고자하는 숙박시설이나 유락시설 등에 대해서도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 있을뿐더러 개발 진행 속도도 느려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곧, 사업이 시행되기도 전에 손실이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환경단체 등의 골프장 건립 반대

뿐만 아니라 환경단체들은 50만평의 섬에 30만평에 달하는 골프장을 설립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서 CJ의 개발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골프장은 자연파괴를 야기하는 대표적인 레저 시설일 뿐만 아니라 평탄한 잔디밭을 만들기 위해서는 300만㎥, 1500만 톤 분량의 산을 절토해야 하기 때문에 생태계 파괴 우려가 일고 있는 것이다.

또한 환경단체들은 리조트 등에서 발생할 생활하수가 하루 3000톤에 달할 것이며 골프장에 뿌려지는 농약 역시 700kg에 달해 인근 해역의 오염을 가중시키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를 우려한 환경부도 지난 8월 CJ에서 제출한 굴업도리조트 개발안에 대한 사전환경성검토 의견서를 통해 ‘골프장 조성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사업면적도 축소하고 희귀동식물 보전방안을 제출하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CJ는 이런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개발면적을 일부 축소, 14홀 골프장과 120실 숙박시설, 스파시설 등을 포함하는 굴업도 관광단지 개발신청서를 10월초 인천시에 접수해 환경단체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결국, 환경단체 등이 반대하고 있는 골프장 사업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이다.

이에 환경단체 등은 “모두가 굴업도의 보전을 원하는데 CJ만 외면하고 있다”며 “더욱이 CJ는 모든 행정절차를 밟기 전에 공론화와 협의 과정을 거치겠다는 약속을 깨고 일방적으로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재현 회장 비자금 의혹 연루

CJ의 굴업도 개발 사업의 악재는 환경단체 등과의 마찰만이 아니었다.

지난해에는 CJ가 고의로 굴업도의 수질과 환경 상태를 평가절하한 사전환경성 검토서를 만들었다는 논란에 시달려야 했으며, 사업을 진행중인 씨앤아이레저산업(주)은 이재현 회장의 개인자금 관리인의 살인청부 사건에 연루돼 곤욕을 치루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살인교사 혐의와 대출 서류 등을 위조해 계열사 명의로 거액을 대출받은 혐의(사문서위조) 등으로 구속된 이모 전 그룹 재무팀 부장이 씨앤아이레저산업 명의로 거액 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최근 이씨는 재판부로부터 징역 6년을 판결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자신이 170억원을 맡긴 박모씨와 함께 강화도 석모도에 온천개발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해 추가로 지난 2007년 1~4월 CJ의 계열사인 씨앤아이레저산업 명의로 105억원을 대출받아 인천 강화군 땅 6만9000여평을 샀다. 이씨는 이 대출 과정에서 자신이 감사로 있는 씨앤아이레저산업의 인감을 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더욱이 당시 이씨가 이런 일을 저지른 동기 등이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아 의혹을 증폭시키며 환경단체 등은 CJ가 굴업도를 매입했던 자금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주민 이주대책 문제도 남아

최근 환경단체 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굴업도의 관광단지 지정 밀어붙이기에 나선 CJ의 난항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거주주민들의 이주 문제가 해결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CJ는 이미 지난 2005, 2006년 덕적도 출신 주민 29명으로부터 굴업도 전체 면적의 98.5%를 사들인 상태다. 당시 땅값은 3.3㎡당 2~10만 원 정도에 불과했지만 씨앤아이레저산업(주)은 사업 진척을 위해 3.3㎡당 25~30만 원을 주고 땅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굴업도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은 자신의 땅 없이 섬에 들어와 민박업 등으로 생계를 꾸려오던 사람들이다. 때문에 CJ측도 토지 소유주가 아니어서 보상해 줄 의무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이들의 이주문제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이재현 CJ그룹 회장
한국녹색회 이승기 실장은 “현재 CJ측은 토지매입은 끝났지만 토지수용은 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 실장은 “굴업도 주민들의 대부분은 골프장 사업을 반대하고 있으며, 굴업도 개발시 적절한 보상과 함께 굴업도 안에 이주단지를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욱이 이 실장에 따르면 마을의 공동 소유지였던 마을회관 자리 토지의 경우 CJ가 토지매입 과정에서 공동소유자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등기상에 이름이 오른 개인을 상대로 토지를 매입해 마을주민들과 소유권을 둔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에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이달 중 열릴 주민공람에 의견서를 제출하는 한편, 골프장 건립 반대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여서 CJ의 또한번의 고난이 예상되고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과연 CJ가 환경파괴 등을 우려하며 개발 사업을 반대하고 있는 환경단체와 굴업도 내 이주단지 마련을 요구하고 있는 주민들과의 원만한 합의점을 찾아 굴업도 개발사업의 첫 삽을 언제 뜰 수 있을지 관심 깊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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