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업계, ‘라이벌’ 남양·매일 막장 간 [사연]
분유업계, ‘라이벌’ 남양·매일 막장 간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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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전에 화해란 없다?

최근 분유업계가 시끄럽다. 업계 순위 1,2위를 다투고 있는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이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탓이다.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은 최근 서로 상대방 측이 인터넷에 악의적 비방성 댓글 등을 달아 명예훼손을 입었다며 경찰에 맞고소한 상태다. 사실 그동안 재계에서 라이벌 간의 비방전은 심심치 않게 있어왔던 일. 하지만 비방성 댓글 등의 이유로 맞고소전까지 벌이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여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최근 여러 먹거리 파동으로 분유업계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와중에 업체 간의 비방전은 오히려 ‘제 살 깍아먹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에 본지가 분유업계의 ‘쌍두마차’로 불리 우는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이 막장(?)까지 간 사연을 취재했다.

매일유업, 인터넷에 ‘비방성’ 댓글 단 남양유업 직원 6명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
남양, “적반하장이다” 주장…오히려 매일유업이 광고 통해 자사 비방했다 맞고소



분유업계 순위 1,2위를 다투는 유제품 제조 전문기업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이 서로 상대방 측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해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매일유업은 인터넷상에 자사 제품을 비방하는 댓글을 올린 혐의로 남양유업 직원 6명을 고소했으며, 남양유업 역시 자사에 대한 비방성 광고 등의 이유로 매일유업 등을 경찰에 고소했다.


잡고 보니 남양유업 직원?

양사의 비방전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 10월초. 인터넷상에 매일유업을 비방하는 내용의 글과 댓글을 올린 혐의로 경찰 고소된 누리꾼 6명이 모두 경쟁사인 남양유업 직원들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부터다.

매일유업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매일유업은 육아 전문 사이트인 ‘맘스 홀릭 베이비’, ‘지후맘’, 포털사이트 ‘다음’ 등에 자사 제품에 대한 비방글을 올린 누리꾼 20여 명의 아이디를 자체적으로 조사해 추렸다.

그리고 그중에서 비방글의 성격이 나쁘고 반복적으로 글을 게시했던 악플러 6명을 경찰에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명예훼손)’로 고소했다.

비방글의 주된 내용은 지난 7월 중순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매일유업의 ‘프리미엄궁 초유의 사랑1’ 품명의 13g 포장단위 제품에서 ‘엔테로박터 사카자키균’을 검출한 것과 관련된 것이었다.

경찰은 이에 따라 매일유업에서 고소한 누리꾼 6명의 아이디와 관련, 포털사이트 등에 통신자료를 요청, 인적사항을 확인한 결과 공교롭게도(?) 모두 매일유업과 경쟁관계에 있는 남양유업 직원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경찰은 이들이 모두 남양유업의 직원들인 점 등으로 미뤄 본사 차원의 지시나 공모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5일 남양유업 본사 판매기획팀 직원과 판매기획팀장, 총괄본부장의 컴퓨터 본체 등을 압수했다. 그 결과, 남양유업 본사 팀의 컴퓨터에서도 관련 자료들이 일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 6명은 경찰조사에서 “매일유업이 생산한 분유에서 사카자키균이 검출됐다는 기사를 보고 개인적으로 기사를 퍼와서 게시하고 댓글을 게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 “의도된 고소” 주장

자사 지점 직원들이 매일유업에 대한 비방글을 올려 고소당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남양유업은 펄쩍 뛰고 나섰다. ‘적반하장’이라는 것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매장 판촉사원 간의 경쟁이 심하다보니 개개인이 뉴스보도 등을 긁어서 카페나 블로그 등에 올린 것 일뿐”이라며 “본사 차원의 개입은 없었다”고 말했다. 본사 판매기획팀 컴퓨터에서 관련 자료들이 나온 것 역시 업계 이슈를 스크랩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거다.

그러면서 관계자는 “우리도 매일유업을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해 10월과 올해 9월 고소를 해놓은 상태”라며 “매일유업은 지난해 10월 멜라민 파동 이후 이와 관련해 비방성 광고와 댓글 작업을 1년 가까이 해왔다”고 주장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매일유업 본사와 매일유업 관계자로 추정되는 아이디의 누리꾼 등을 관할 남대문경찰서에 고소한 상태다.

고소의 요지는 자사의 제품이 멜라민 파동과 관련해 아무런 혐의가 없다는 것이 최근 판결로도 나왔는데도, 매일유업이 이를 이용해 지난 1년 동안 ‘매일유업만이 멜라민과 상관없는 분유’라는 식으로 광고를 해 남양유업을 비방했다는 거다.

매일유업이 남양유업의 직원들을 상대로 고소를 한 것과 달리, 남양유업은 현재 매일유업 본사를 상대로 고소를 한 상태다. 또 남양유업은 매일유업 관계자일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디의 누리꾼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관계자는 “매일유업측이 경찰수사 중인 사건을 보도자료까지 만들어 뿌린 것은 의아스럽다”며 “40년 가까이 1위를 해오던 우리보다 늘 2위를 해오던 매일유업의 비방성 댓글이 더 많을 뿐만 아니라 이번 고소는 우리를 겨냥한 의도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매일, “우린 피해자다” 반박

하지만 매일유업 관계자는 “비방글을 단 누리꾼들이 경쟁사일꺼라는 심증은 있었지만 6명 모두 남양유업 직원일 줄은 몰랐다”며 “고의적으로 남양유업을 노린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관계자는 “우린 피해자 입장”이라며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는 것은 억측이며, 우리는 어디까지나 악성 댓글을 다는 네티즌을 고소한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분유업계의 라이벌인 두 업체의 상황이 이쯤되자, 업계 일각의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불황과 지난해 불거졌던 멜라민 분유 파동 등으로 분유업계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팽배한 지금 업계 1,2위를 다투는 두 기업이 싸우고 있는 것은 오히려 ‘제 살 깍아먹기’”라며 “서로 이미지 훼손을 초래하는 맞고소전보다는 원만한 대화로 사건을 마무리 지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냉랭한 기운이 감도는 두 라이벌 기업 사이엔, “합의는 없다”라는 말만 나오고 있어, 경찰조사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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