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을 국빈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과 응웬 밍 찌엣 베트남 국가주석은 21일 밤 하노이 주석궁에서 가진 만찬에서 상대를 형, 아우로 칭하며 진한 우정을 과시했다.
베트남 전통음식이 제공된 이날 만찬은 마치 오랜 친구들이 만나 회포를 풀 듯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김은혜 대변인이 전했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대통령은 찌엣 주석에게 “이제 한국과 베트남은 가까운 친구가 됐다”고 밝혔다. 그러자 찌엣 주석은 “친구가 아니다. 그 이상이다. 우리는 형제다. 이 대통령께서는 저보다 연배가 위이므로 형이고 저는 아우다”라고 강조했다.

화제는 곁에 자리한 영부인으로 옮겨져 “주석님 부인은 저의 제수씨가 되는 것이겠네요”(이 대통령), “그렇습니다. 말하자면 영부인 김윤옥 여사님은 저의 형수님이 되시는 거지요”(찌엣 주석)라는 대화가 오갔다.
찌엣 주석은 “양국의 관계가 발전한다면 먼저 서로 이해하는 단계에서 다음은 신뢰하는 단계, 나아가 서로 사랑하는 단계가 될 터인데 이제 두 나라는 서로 사랑하는 단계로 접어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만찬중 하노이 보드카를 나누며 주변 배석자에게도 권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대통령이 “한국에 이주한 베트남 여성과 베트남 배우자 자녀들이 ‘어머니의 나라’ 말을 잊지 않도록 베트남어 교과서 지원사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하자, 찌엣 주석은 “베트남 리 왕조의 후손이 한국의 ‘화산 이’ 씨일 것”이라며 “베트남은 화산 이 씨 후손들에게 베트남 국적을 부여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베트남 리 왕조 왕손 이용상 왕자가 1226년 고려 옹진현 지역에 망명하기까지 험난한 항해를 딛고 건너왔을 고초를 헤아리면서 “낯선 이국땅에 와서 정착하고 몽골군까지 물리치는 공을 세우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은, 훌륭한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이용상 왕자의 후손이 족보를 잘 보관해 현재 한국에 1400여 명의 화산 이 씨가 남아있다. 매년 구정에 종친이 베트남으로 찾아와 제를 올리는 것으로 들었다. 한국과 베트남은 깊고 대단한 인연을 갖고 있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찌엣 주석은 마지막으로 “이 대통령의 인생이 많은 고난과 역경으로 점철돼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나 또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왔고, 우리 두 사람의 인생을 깊이 이해하며 동감한다”고 말하고 악수하며 포옹했다.
이 대통령은 “형제도 되었으니 내년에 영부인과 함께 한국을 꼭 방문해 달라”고 당부했으며 건배제의로 만찬을 마쳤다.
이날 만찬에서 베트남 민속공연단은 선구자, 만남, 아리랑 등 한국 노래 3곡을 연주했는데 선구자는 베트남의 일현금 악기로, 아리랑은 대나무로 만든 핸드벨로 연주됐다. 공연단은 또 아오자이를 입고 넌라(베트남식 삿갓)를 쓴 채 한국의 부채춤을 연상하는 무용을 선보였다.
이날 1시간 30분으로 예정됐던 만찬은 45분을 넘겨 밤 9시15분에 끝났다. 김 대변인은 배웅하는 순간에도 농 득 마잉 당서기장과 응웬 밍 찌엣 주석은 이 대통령에게 손을 흔들고 포옹하며 헤어짐의 아쉬움을 나누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