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유업의 파격행보가 화제가 되고 있다. ‘집안사람 채우기’로 유명한 제조업계에서 1년 사이 외부 인사를 10명이나 영입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유가공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금융전문가·마케팅전문가들로 채워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매일유업의 파격 행보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다른 속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에 본지가 우유 회사에 금융인을 영입한 매일유업의 파격적 인사 단행의 내막에 대해 직접 짚어봤다.
매일유업이 인사를 단행했다. 매일유업은 금번 인사단행으로 10명이나 되는 임원을 외부서 대거 스카우트해 업계서 파격적 인사로 화제가 되고 있다.
1년 세 외부서 10명 스카웃…김정완 부회장 주도로 인사 단행
일각, “김 부회장 체제 구축과 외식사업 확장 위함”이라 분석
뿐만 아니라 유가공 사업을 주력으로 하며 늘 업계 1,2위를 다투고 있는 매일유업은 금융인 등 다소 제조업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인사들로 채웠다.
우유회사에 웬 금융전문가?
지난 5일 매일유업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9월까지 부사장 2명, 전무 2명, 이사 6명 등 총 10명의 임원을 외부에서 영입했다. 또 이들은 대부분 40대의 ‘젊은 기수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전략본부장으로 영입된 최용주 부사장(49)은 풀무원건강 생활 부사장을 지냈으며 그전에 IBS컨설팅 그룹 대표를 지낸 전략전문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경영지원본부장의 자리에 앉게된 최동욱 부사장(46)은 카네기멜론대 (주)두산과 LG텔레콤에서 전략업무를 거친 인물이다. 또한 카네기멜론대 MBA 출신으로 매킨지 컨설턴트를 거쳤다.
재경본부장인 김선희 전무(45)는 미네소타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크레디아그리콜은행 수석 애널리스트와 씨티은행, UBS AG 이사를 지낸 금융전문가다. 외식사업본부장으로 영입도니 김영식 전무는 연세대 치대, 하와이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줄곧 일본에서 외식사업 분야에 종사했다.
신설된 영양과학실장에는 이화여대 의대를 졸업하고 한림대 강도섬심병원 교수를 거친 소아과 전문의 정지아 이사(41)가 영입됐다. 유음료마케팅부문장인 이정태 이사(46)는 진로와 두산주류 등에서 소주마케터로 활동한 마케팅 전문가이다.
마케팅서비스실장인 이치원 이사(44)는 ‘매일 상하목장’ 광고를 제작한 것으로 유명한 금강오길비 출신의 광고전문가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외부 전문가를 대거 임원으로 영입한 것은 각 사업 부문별 전문 관리 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내부 경험과 외부의 신선한 자극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내자는 의미”라고 전했다.
신사업 확장의 초석?
이 같은 매일유업의 파격적 인사 단행에 대해 ‘사내 신선한 자극을 주기 위함’이라는 표면적 이유 다르게 업계 일각에서는 다른 해석을 내놨다.
김정완 부회장이 회사 내에서 자신의 체제 구축을 위한 본격 시동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와 같은 파격적 인사 단행을 주도한 인물이 다름 아닌 김정완 부회장이라는 후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식품업계서는 인력 구조조정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외부 스카웃 혹은 수혈에도 인색한 것이 공공연한 업계 관행(?)으로 행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매일유업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부회장님이 인사단행을 주도한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김정환 부회장은 지난 2008년 2월 매일유업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창업주이자 김 부회장의 아버지인 고 김복용 회장을 뒤를 이어 가업을 물려 받은 것이다.
그러나 김정완 체제구축을 위한 본격 시동에 대해 매일유업 관계자는 “지난 2008년부터 2세오너 체제로 전환되다보니 그렇게 보일 가능성도 있다”며 “그러나 만약 부회장님 체제 구축을 위한 인사라면 시간이 오래 흘러 인사를 단행한 것이 이와 연관 있다는 주장은 어불 성설”이라고 일축했다.
파격 인사 단행은 ‘신사업 진출을 위한 초석’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유가공 사업 뿐만 아니라 다른 사업에도 관심을 갖고 있는 김 부회장이 사업 확장을 위해 금융인사와 외식사업에 능한 전문가들을 영입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매일유업은 지난 9월4일 커피전문점 ‘커피 스테이션 폴 바셋’을 서울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지하 1층에 오픈했기 때문이다. 경영자이며 미식가로도 유명한 김 부회장은 평소 외식사업에 관심이 많았으며 특히, 커피 사업에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외식사업 본격 진출에 대해 매일유업 관계자는 “외식사업 본격진출을 위한 영입은 아니다”라며 “다만 기존 외식사업팀과 함께 전문 외식사업가를 영입해 시너지 효과를 누리기 위한 인사였다”고 전했다.
이 같은 제조 업계의 금융권 인사 영입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M&A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적자생존의 시대가 열린 데다 금융 분야 전문가를 영입해 플러스 효과를 노리는 기업이 많다”고 전하며 “금융권 엘리트를 모셔오기 위한 물밑 작업이 여러 곳에서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매일유업의 이 같은 파격적 행보로 인해 향후 ‘김정완 체제’로의 구축과 함께 줄곧 유가공만을 고집하던 매일유업이 외식 사업에 본격 진출해 외도(?)를 할 것인지의 여부에 업계의 관심은 집중되고 있다.